16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성인복 매장에 김주선 사장이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40년간 남대문에서 옷가게를 운영했지만, 지금처럼 사람들이 돈을 안 쓴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
[소비 시장 한파주의보]
車 판매 작년보다 20% 줄고, 백화점 재고물량 사상최고… 명품브랜드도 떨이 나설 판
없어서 못 팔던 다운 파카, 과잉 생산으로 수익성 악화… 1월 수출까지 부진 설상가상
16일 오후 3시 서울 남대문시장 원아동복상가. 가게 주인 김모(54·여)씨는 어느 손님이 1만2000원짜리 옷을 1만원에 달라고 하자 "어휴, 그러쇼. 이게 개시(開始)인데…" 하며 체념한 듯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이 시간에라도 개시를 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15일 4명, 14일 9명, 13일 6명 12일 8명…'이라고 적힌 노트를 보여줬다. 그는 "하도 손님이 안 와 심심해서 적어봤다"며 "지난 12월부터 카드 거래가 딱 두 건"이라고 말했다.
성인복 매장의 김주선(62)씨는 "설 대목이 있었던 1월에 지난 12월보다 30% 이상 매출이 줄었다"며 "밤에 직원을 쓰려면 월급을 200만원 줘야 하는데 도저히 계산이 안 나와 저녁 6시면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한참 번잡해야 할 오후 시간, 남대문시장 곳곳에서 손님을 맞고 있는 가게는 열에 한 곳도 안 됐다.
이곳에서 12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가방·신발·모자 상인 이진규(36)씨는 "올 들어 물건 떼러 오는 소매상조차 확 줄어들었다"며 "솔직히 유사 신발 말고는 고급 상품이나 중국에서 들여오는 싸구려나 어느 것이든 팔리는 게 없어 경기가 죽었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내수(內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재래시장 경기가 나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시장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나마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며 내수 경기를 지탱해주던 자동차·백화점·아웃도어 등 '내수 트로이카'조차 몰락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진정된 이후인 2010년부터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지던 백화점도 올 들어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식경제부가 16일 발표한 대형 백화점 3사 1월 매출은 지난해 1월 대비 4.1% 줄었다. 지난해 11월(-0.5%)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매출이 준 적이 없다. 특히 여성 정장(-16.5%), 여성 캐주얼(-8.1%), 남성 의류(-5.2%) 등 경기 민감 품목이 특히 부진하다.
사상 최초로 한 점포 연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며 고속 성장을 계속했던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 역시 매출이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2.4% 줄었다. 2010년 3월(-1.2%) 이후 매출 감소는 처음이다. 롯데백화점의 한 간부는 "재고 물량이 역대 최고 수준이다"며 "겨울 재고 상품 떨이 행사를 기획하자 명품 브랜드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등 완성차 5개사의 1월 내수 판매 실적은 놀라울 정도로 줄었다. 1월 국내 판매 9만6448대는 지난 12월(12만9497대) 대비 25.5%, 지난해 같은 달(12만577대) 대비 20%나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6, 7월 22%가 넘는 신장률을 보이며 잘나가던 현대차의 매출이 지난 1월 18.5% 감소해, 1위 업체조차 흔들리고 있다. 반면 1월 경차는 1만3781대가 팔려 작년 1월보다 5.1%나 증가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를 사야 할 소비자들이 긴축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던 아웃도어도 백화점에서 대대적 할인 행사를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다운파카 등을 없어서 못 팔았던 아웃도어 업체들이 올해 생산량을 크게 늘렸지만 매출 신장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해 재고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 아웃도어 업체 간부는 "판매량이 줄지는 않았지만 생산 물량을 늘리는 바람에 재고가 많이 남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올 들어 수출까지 부진한 모습이다. 1월 EU 상대 수출이 지난해 1월보다 45% 가까이 급감했고, 무선통신 기기(-39.7%), 선박(-41.5%), 반도체(-8.5%) 등 주력 제품의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소득 증가가 0.4%로 낮았고 임금 상승률도 상당히 낮아 소비 심리가 위축될까 우려된다"며 "내수가 죽으면 경제의 악순환이 계속될 텐데 고소득층마저 소비를 줄이는 신호가 보이는 것이 더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덕한 기자 duc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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