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바르셀로나를 보면 제주가 보인다"
요즘 축구는 바르셀로나가 대세다. 세계적인 강팀은 바르셀로나를 꺾기에 혈안이 돼 있다. 국내에서도 바르셀로나 열풍이 뜨겁다. 바르셀로나와 업무를 협조하는 유소년클럽이 생겼다. 축구신동을 둔 부모들은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으로 자녀를 보내고 싶어 안달이다. 초등학교부터 프로까지 바르셀로나 축구를 추구하고 있다는 지도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도 그 중 한명이다.
박감독은 시즌 직전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름을 붙인 게 '방울뱀 축구'다. 적잖은 축구인들은 볼을 오래 소유하고 있다가 틈이 생기면 한방으로 끝내는 걸 '방울뱀 축구'라고 설명한다. 물론 맞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설명하기는 왠지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다. 코브라도 그렇게 상대를 죽이고 독사도 그렇게 먹잇감을 잡는다. 그런데 왜 박경훈 감독은 코브라 축구도, 독사 축구도 아닌 방울뱀 축구라고 표현했을까.
바르셀로나 축구를 알면 답이 보인다. 바르셀로나 힘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존재한다. 개인기가 좋다, 팀워크가 뛰어나다, 패싱력이 탁월하다, 체력도 좋다, 빅 스타가 있다... 이런 분석들은 모두 맞다. 그렇다면 이런 장점들이 만들어내는 바르셀로나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왜 전 세계가 스페인축구, 바르셀로나 축구에 열광할까. 바르셀로나가 어떤 플레이를 하기에 세계적인 강호들이 바르셀로나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할까. 바르셀로나를 깰 팀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체념섞인 의문까지 제기될까.
바르셀로나 축구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템포와 공간이다.
템포는 무엇일까. 김호 감독은 "바르셀로나는 상대 진영을 3단계 지역으로 구분해 플레이한다"고 말한다. 김 감독이 말하는 3개 지역이라는 것은 하프라인 근처, 상대진영 중간, 그리고 페널티 에어리어다. 김 감독은 "바르셀로나는 플레이 템포가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김감독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하프라인에서는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패스를 많이 주고받는다. 그러나가 상대진영 미드필더로 전진하면 패스가 빨라지고 패스 횟수도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페널티지역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한 두 개 빠른 킬 패스에 이은 송곳슈팅으로 공격을 마무리한다. 하프라인에서 골문으로 가까이 갈수록 패스 속도와 플레이 템포는 점점 빨라지는 반면 패스 횟수는 상대적으로 준다. 이게 김 감독이 말하는 바르셀로나식 템포축구의 핵심이다.
템포와 함께 바르셀로나 축구의 생명은 집단적인 공간 선점이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볼을 쉽게 받고 쉽게 다루는 것은 물론 개인기가 좋기 때문이디. 그러나 그에 앞서 볼을 너무 좋은 위치에서 받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한다. 볼이 없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상대 선수와 붙어있지 않고 쉼 없이 움직이며 상대 선수들 사이 사이 빈 공간을 선점한다. 상대 마크가 없이 볼을 받기 때문에 플레이와 패스가 모두 수월해진다. 빈 공간에 있는 동료가 패스를 받은 뒤 다시 다른 빈 공간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하고 그 선수가 또 다시 다른 빈 공간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를 이어가는 식이다. 물론 볼 키핑력이 필요한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거기에 영리해야 하고 빨라야 하며 강하면서도 이타적으로 움직여야만 가능한 게 집단적이면서도 끊이지 않은 공간 선점이다.
즉 바르셀로나식 축구는 변화무쌍한 템포와 쉼 없는 공간창출이 뿌리다
. 그걸 이해하면 박감독이 왜 코브라도, 독사도 아닌 방울뱀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다.
박감독은 방울뱀이 계속 꼬리를 흔드는 걸 바르셀로나가 하프라인과 미드필드에서 정확하고 끊임없는 쇼트패스로 공략할 지점을 찾는 것에 비유했다. 코브라, 독사 등 다른 뱀들에게 없는 특징이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다가 빈틈이 생기면 원 샷, 원 킬할 수 있는 강력한 독으로 상대 숨통을 끊는다. 그게 박감독이 축구하는 바르셀로나를 닮은 방울뱀 축구다.
이런 축구를 하려면 거기에 알맞은 선수들이 필요하다. 개인기, 체력, 정신력, 영리함 등을 겸비한 강한 테크니션들이다. 그런 선수들이 모였다고 그런 축구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즉 변화무쌍한 템포, 끊임없는 공간선점을 축으로 하는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멤버의 큰 변동이 없이 오랫동안 함께 훈련을 해야한다.
올 시즌 K리그에는 스플릿 시스템이 적용된다. 우승을 노리는 팀도 일단 8강에 들어야한다. 강등을 피해야하는 중하위 팀은 8강에 드는 게 1년 목표다. 전반기 30라운드가 끝나는 시점은 8월. 중하위 팀들이 "우리에게는 8월이 시즌 끝"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감독들은 "이번 시즌에는 무조건 초반에 승부수를 던지겠다"면서 "초반에 하위권으로 밀리면 치고 올라오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적잖은 팀들이 기존 주전들을 대부분 유지하면서 몇몇 포지션을 집중 보강했다. 조직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승부를 결정지을 킬러 또는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 포지션을 메운 게 대체적인 프리시즌 흐름이었다(물론 대전처럼 3분의 2 이상을 새로운 선수들로 꾸린 팀도 있다).
그것과 비교하면 박경훈 감독 행보는 무척 파격적이다. 박감독은 지난해 주전으로 뛴 선수들을 대거 다른 팀으로 보냈다. 팀을 떠난 김은중 이현호 강민혁 김호준 김영신 배기종 강준우 등 7명은 지난해 모두 주전급이었다. 그러면서 박감독은 서동현 권순형 송호영 허재원 박병주 정경호 정석민 호벨치 마다스치 송진형 등을 영입해 주전으로 쓴다. 김감독은 "홍정호, 산토스 빼고는 다 바꾼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주전이 대부분 바뀐 데다 지금 멤버들이 함께 훈련한 시간도 두 달 안팎이었다. 아마 다른 감독이라면 "시간이 더 필요하고 그래서 승부수를 막판에 던지겠다" "올해는 그냥 하고 내년에 잘 해보겠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박감독은 "시간이 지나면 더 잘 할 것"이라고 했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완성도가 떨어지는 초반에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했다. 올 시즌에는 초반에 하위권으로 떨어지면 모든 팀들의 타깃이 돼 동네북으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하위권을 탈출하는 게 몇 배 어려워진다. 모든 프로 감독들이 올 시즌 들어 유달리 연패를 걱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감독은 "현재 제주의 완성도가 70%"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초반 4경기가 일 년 농사를 좌우할 것"이라면서 "3승1무를 거두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첫 경기에서 인천을 내용면에서 압도하며 3-1로 꺾었다. 시간을 거스르는 박경훈 감독의 배짱 있는 도전이 어떤 열매를 맺을까. 올해 제주의 최종 순위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박감독은 시즌 직전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름을 붙인 게 '방울뱀 축구'다. 적잖은 축구인들은 볼을 오래 소유하고 있다가 틈이 생기면 한방으로 끝내는 걸 '방울뱀 축구'라고 설명한다. 물론 맞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설명하기는 왠지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다. 코브라도 그렇게 상대를 죽이고 독사도 그렇게 먹잇감을 잡는다. 그런데 왜 박경훈 감독은 코브라 축구도, 독사 축구도 아닌 방울뱀 축구라고 표현했을까.
바르셀로나 축구를 알면 답이 보인다. 바르셀로나 힘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존재한다. 개인기가 좋다, 팀워크가 뛰어나다, 패싱력이 탁월하다, 체력도 좋다, 빅 스타가 있다... 이런 분석들은 모두 맞다. 그렇다면 이런 장점들이 만들어내는 바르셀로나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왜 전 세계가 스페인축구, 바르셀로나 축구에 열광할까. 바르셀로나가 어떤 플레이를 하기에 세계적인 강호들이 바르셀로나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할까. 바르셀로나를 깰 팀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체념섞인 의문까지 제기될까.
바르셀로나 축구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템포와 공간이다.
템포는 무엇일까. 김호 감독은 "바르셀로나는 상대 진영을 3단계 지역으로 구분해 플레이한다"고 말한다. 김 감독이 말하는 3개 지역이라는 것은 하프라인 근처, 상대진영 중간, 그리고 페널티 에어리어다. 김 감독은 "바르셀로나는 플레이 템포가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김감독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하프라인에서는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패스를 많이 주고받는다. 그러나가 상대진영 미드필더로 전진하면 패스가 빨라지고 패스 횟수도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페널티지역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한 두 개 빠른 킬 패스에 이은 송곳슈팅으로 공격을 마무리한다. 하프라인에서 골문으로 가까이 갈수록 패스 속도와 플레이 템포는 점점 빨라지는 반면 패스 횟수는 상대적으로 준다. 이게 김 감독이 말하는 바르셀로나식 템포축구의 핵심이다.
템포와 함께 바르셀로나 축구의 생명은 집단적인 공간 선점이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볼을 쉽게 받고 쉽게 다루는 것은 물론 개인기가 좋기 때문이디. 그러나 그에 앞서 볼을 너무 좋은 위치에서 받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한다. 볼이 없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상대 선수와 붙어있지 않고 쉼 없이 움직이며 상대 선수들 사이 사이 빈 공간을 선점한다. 상대 마크가 없이 볼을 받기 때문에 플레이와 패스가 모두 수월해진다. 빈 공간에 있는 동료가 패스를 받은 뒤 다시 다른 빈 공간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하고 그 선수가 또 다시 다른 빈 공간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를 이어가는 식이다. 물론 볼 키핑력이 필요한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거기에 영리해야 하고 빨라야 하며 강하면서도 이타적으로 움직여야만 가능한 게 집단적이면서도 끊이지 않은 공간 선점이다.
즉 바르셀로나식 축구는 변화무쌍한 템포와 쉼 없는 공간창출이 뿌리다
. 그걸 이해하면 박감독이 왜 코브라도, 독사도 아닌 방울뱀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축구를 하려면 거기에 알맞은 선수들이 필요하다. 개인기, 체력, 정신력, 영리함 등을 겸비한 강한 테크니션들이다. 그런 선수들이 모였다고 그런 축구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즉 변화무쌍한 템포, 끊임없는 공간선점을 축으로 하는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멤버의 큰 변동이 없이 오랫동안 함께 훈련을 해야한다.
올 시즌 K리그에는 스플릿 시스템이 적용된다. 우승을 노리는 팀도 일단 8강에 들어야한다. 강등을 피해야하는 중하위 팀은 8강에 드는 게 1년 목표다. 전반기 30라운드가 끝나는 시점은 8월. 중하위 팀들이 "우리에게는 8월이 시즌 끝"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감독들은 "이번 시즌에는 무조건 초반에 승부수를 던지겠다"면서 "초반에 하위권으로 밀리면 치고 올라오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적잖은 팀들이 기존 주전들을 대부분 유지하면서 몇몇 포지션을 집중 보강했다. 조직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승부를 결정지을 킬러 또는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 포지션을 메운 게 대체적인 프리시즌 흐름이었다(물론 대전처럼 3분의 2 이상을 새로운 선수들로 꾸린 팀도 있다).
박감독은 "현재 제주의 완성도가 70%"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초반 4경기가 일 년 농사를 좌우할 것"이라면서 "3승1무를 거두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첫 경기에서 인천을 내용면에서 압도하며 3-1로 꺾었다. 시간을 거스르는 박경훈 감독의 배짱 있는 도전이 어떤 열매를 맺을까. 올해 제주의 최종 순위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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