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해온 한국형 목조주택 형체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한옥 스타일을 살리되 뼈대는 한옥과 서구 공법에서 장점만을 취해 발전시킨 목조주택이 될 전망이다. 전통한옥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법을 제시하게 된 동기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듯 공간 구조의 불편함, 겨울철 실내에서 느끼는 추위와 어두움, 건축 고비용 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또한 정부 주도의 가이드라인 제시로 주택 상품의 질적 향상과 건축 부재 및 인력 공급에 있어 산업화를 이루고, 외관이 정비된 마을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전원주택시장에서 목조주택 하면 서구의 경량목조주택, 팀버 프레임 주택, 통나무집을 떠올렸다. 한옥은 별개의 주택 유형으로 인식됐으며 소수 업자에 의해 명맥이 유지돼 왔다. 그리고 황토 바람으로 한옥형 목구조 황토집이 꾸준히 지어지면서 현대인의 주거 문화에 맞는 개선된 한옥이 전통한옥과 차별성을 가지며 성장해 왔다. 한옥 역시 목조주택 범주에 들어간다. 다만 지붕구조와 기와에서 서구 목조주택과 차이를 보이고 방바닥 아래 구들을 놓는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가 난다. 전통한옥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는 한 이러한 한옥의 독특함도 서구화, 간소화 되는 추세다. 국토해양부 조사 결과 한옥은 일반인에게 친환경 참살이(웰빙) 주택으로 인식됐고 공간구조 및 설비의 현대화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비해 2009년 전국 한옥은 전체 주거 유형의 0.5%에 불과했다. 국토부 조사에서 한옥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 비해 실제 한옥 건축이 저조한 것은 여전히 겨울에 춥고 화재에 취약하며 유지관리, 방범, 주차 등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시공비는 한옥 보급의 장애물로 조사됐다. 한옥에 대한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면서 독자성을 살린 한국형 목조주택이 정부 기관 및 관련 업체의 노력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
프리컷 가공 산업 커진다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5월 3일 제1차 건축정책기본계획(2010~2014년) 및 ‘신新한옥 플랜’을 발표했다. 여기서 현재 국내 보급되고 있는 프리컷Precut(공장화 시스템에 의한 전자동 목재 치목) 공법을 비롯해 연구 개발을 통한 새로운 공법 및 자재 개발을 추진, 기존 한옥 건축대비 25% 비용 절감을 목표로 세웠다. 나아가 ▲부재 통합 생산관리 ▲가공 시스템 개발(주문형 한옥 생산시스템 개발) ▲공기 단축형 기술 개발 ▲시공 관리 기술 개발 ▲유지관리 시스템 개발 등 신기술 개발을 통한 공종별 절감과 한옥 건축의 산업화가 이뤄지면 15% 추가 절감돼 약 40%까지 공사비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기반이 조성되려면 연 5000채 시장 규모가 이뤄져야 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프리컷 가공의 대부분은 ‘베스트프리컷’을 통해 일본 목재를 현지에서 프리컷 가공해 수입하는 실정이었으나 프리컷 수요가 차차 늘어나자 우리나라 목재 유통 업체들이 프리컷 시스템을 도입해 가공 부재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 금진목재, 김해 삼명목재, 인천 태원목재, 여주 목재유통센터가 그 예다. 베스트프리컷은 ㈜스튜가이엔씨를 중심으로 (사)한국목조건축협회 소속 11개 업체가 합자한 법인으로 전남 광양 옥곡면 1만 7000㎡ 부지에 140억 원을 투자해 기둥, 보 등 한옥 부재 및 목구조 벽패널 등 부재 가공공장 설립 계획을 세웠다. 허나 프리컷 가공기 단품은 7억~8억 원에 불과하나 가공 라인을 설치하는 데 100억 원이라는 비용 부담으로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는 전언이다. 국건위 신한옥 플랜이 실행된다면 베스트프리컷의 공장 설립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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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한옥, ‘기둥-보 + 경량목구조’ 보편화 전망
한국형 목조주택은 한옥 기둥-보 방식과 서구 경량목구조 방식을 결합한 형태가 보편화될 전망이다. 산림과학원의 한국형 목조주택 개발 연구 과정에 참여하는 주택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형 목조건축에 적합한 구조’로 응답자 70%가 ‘기둥-보 목구조와 경량 목구조의 혼용’이라 답했다. ‘ 한국형 목조주택 개발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가격경쟁력 불투명이 25%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시장 여건의 불투명, 과다한 목재 및 건축 재료 사용, 시공인력 및 기술인력 부족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형 목조건축 산업화를 위해 추진할 사항’에 대해 건축재료 모듈화 및 표준화에 의한 부재의 공장 생산 및 현장 조립이 46%로 가장 높았다. 산림과학원은 두 공법의 장점을 취합한 한국형 목조주택 샘플 ‘한그린’을 1년 전 소개했다. 전통건축에서 사용하는 굵은 목재 기둥과 보를 첨단 컴퓨터 설계(CAD)와 프리컷 시스템을 통해 정밀가공한 부재를 사용했다. 주택 1채의 골조를 완성하는 데 현장에서 수가공하는 전통 공법으로 30일 소요되던 기간을 대폭 줄여 프리컷 방식을 통해 단 6시간 걸려 완성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이로써 공기 단축에 따른 가격 경쟁력 향상은 물론 주택의 구조 성능 및 정밀도 등 품질 향상도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그린에 들어간 주요 부재인 기둥과 대들보는 국산 낙엽송으로 단면치수가 각각 180×180㎜와 180×300㎜의 대단면 부재로 과거에는 이처럼 두꺼운 목재를 건조해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지 못하던 일이었다 한다. 관계자는 “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고온저습 건조방법으로 10일 이내, 함수율 10~15%로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며 “함수율 분포가 매우 고르게 나타나 건조 목재의 품질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통한옥 방식대로 최소 3년 걸려 건조해도 이 정도 고른 함수율을 얻기는 매우 어렵다 ”고 덧붙였다. |
산림과학원은 2013년 완료를 목표로 올해부터 한국형 목조주택 제3차 연구를 진행 중이다. 2차 연구 완료한 한그린 샘플 주택과 비교해 보다 한옥에 가까운 외형, 3~4층 공동주택에 적용 가능한 디자인을 연구한다. 또한 방음과 단열, 차음을 개선하고 에너지 절약형 디자인 및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하는 등 복합적이고 미래지향성을 고려해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세 번째 개발되는 한국형 목조주택은 산림청에서 추진하는 탄소순환마을 내 주택에 적용될 예정이다. 연구기획과 심국보 박사는 “한그린과 같은 하이브리드 목조주택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전통한옥에 비해 저렴하면서 재료의 친환경성, 에너지 성능의 우수함, 기품 있는 외형 등 고급 주택으로, 10~15년이면 보편화된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는 지금 신新한옥 열풍
2020년 한옥 르네상스, 한옥의 대중화시대를 열겠다는 국건위는 “살기 좋고 저렴한 현대한옥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할 계획이다. 60, 70년대 집중 조성된 새마을 주택으로 인해 훼손된 농촌 경관과 주거환경 개선 차원에서 농어촌 한옥 확산 및 한옥 마을 조성도 플랜에 담고 있다. 국건위의 신한옥 플랜에 따라 산림청은 국산 목재 활용 활성화에 팔을 걷어 붙였다. 국유림 생산목재의 일정물량을 한옥부재로 공급하며 산림조합과 목재유통센터의 한옥 부재 공급 기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기둥·보용 집성재 가공시설을 지원하고 프리컷설비 지원, 한옥용 목재의 건조기술과 규격화 및 표준화, 신소재 등을 개발한다. 국토부는 올해부터 5년간 360억 원을 투입해 한옥건축기술 향상을 위한 연구 개발을 시행하고 ‘한옥건축기술기준(안)’을 제정할 방침이다. 현대한옥 설계 및 시공 전문 인력 양성에도 박차를 가해 대학 교육에 관련 교과목 개설 및 보완하고 건축사 재교육, 한옥시공기능 보유자 양성을 위한 시공기술교육을 진행한다. 전원주택 시공 업체 외 건설 관련 업체들도 한옥 사업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도 동탄2신도시에 2012년까지 한옥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며 경기지방공사도 광교신도시에 한옥촌을 만든다. 부동산개발업체 피데스개발 한옥마을 담당 장봉기 차장은 “전원주택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분야로 전남한옥마을 조성에 정부가 지원하는 등 한옥은 트렌드가 됐다. 목조주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한옥마을 조성을 추진 중”이라며 “건축 단가는 400만~2,000만 원대로 유동성 있으며 지역과 대상 소비자 특성에 맞춰 형태와 단가가 결정될 것”이라 했다. 이들이 지으려는 한옥은 전통한옥이 아닌 한옥 스타일의 새로운 주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한옥 플랜 상의 디자인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