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상담앱] 안되면 바로 접으세요, 실패도 자산입니다 | |
등록 : 20110630 19:39 |
1700만 사용자 ‘카카오톡’ 이제범 대표의 청춘 솔루션 “모바일은 10년 만의 기회, 여러분의 것” 100만명이 쓰면 속칭 ‘대박’이다. 하지만 1000만명이 쓰면 ‘문화’가 된다.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이하 카톡)은 6월 현재 사용자 1700만명을 돌파했다. 업계는 이달에 사용자 2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하철, 버스, 카페에서 카톡을 주고받는 건 이제 일상 속의 문화가 됐다. 이 새로운 문화를 만든 주인공인 이제범(34) 카카오 대표를 만났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안 쓰고 못 배기는 서비스를 개발한 이 젊은 사업가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또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카톡을 안 써서 왕따 위기에 처했다는 인디고서원 유스북페어 팀장 이윤영, 무료 서비스가 너무 감사하다는 논객 조윤호, 만드는 앱마다 반응이 시원찮다는 모바일 앱 제작 동아리 ‘얍’ 기획자 노기태의 입을 빌려 물어봤다. 어쩌면 이번 인터뷰는 미디어 격동기에 생존을 모색하는 미디어 기업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노기태 이른 나이에 창업을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제범 어릴 때부터 사업가가 꿈이었어요. 도전이나 모험을 즐기는 체질이기도 했고요. 프로그래밍을 워낙 좋아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는 나만의 벤처회사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또, 훌륭한 기업을 만드는 것도 사회에 기여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노기태 카톡이 나온 배경이 궁금해요. 이제범 2006년에 ‘아이위랩’이라는 벤처를 만들었는데 잘 안 풀렸어요. 방황을 했죠. 한 3년 동안을 도전과 실패를 번갈아 겪으면서 보냈어요. 고민을 했죠. 왜 안될까? 돌아보니 ‘잘 안된’ 사업들은 개인용 컴퓨터(PC·이하 피시)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사업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솔루션 사업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분야는 이미 대형 업체들이 선점해버린 상태라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먹히질 않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모바일이란 새로운 변화가 불어닥친 거죠. 회사를 다시 세우는 기분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카톡입니다. 조윤호 왜 하필 메신저 서비스였나요? 이제범 피시는 정보기기예요. 사용자는 정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 인터넷 기업도 정보 검색을 기반으로 하지요. 하지만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은 다르다고 봤습니다. 이른바 ‘소통’ 쪽의 고객 ‘니즈’가 클 것이라고 봤어요. 이윤영 모바일 사업과 기존의 인터넷 사업은 어떻게 다르던가요? 이제범 피시통신 시절을 생각해보세요. 피시통신은 대기업 중심이었습니다. 인터넷이란 게 생기고 나서 대기업보다는 벤처가 주도하기 시작했어요. 현재는 당시 벤처들이 대기업이 돼서 다시 피시통신 시절처럼 대기업 중심으로 가고 있죠. 하지만 모바일은 누구든 독자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시대를 다시 열어주었습니다. 10년 만에 오는 큰 기회입니다. 누가 선점하느냐는 싸움이 벌어진 거죠. 노기태 동아리에서 애플리케이션을 10개 정도 만들었는데 이렇다 할 진전이 없어요. 돌파구가 있을까요? 이제범 답을 들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젠 아니죠. 실패를 경험하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요. 다만 하나 조언해줄 것이 있다면, 하나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이지 말라는 거예요. 시장에서 실패했다면 애착을 갖지 말고 바로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요. 그러는 과정에서 노하우가 쌓이는 거예요. 아이디어 하나 가지고 될 수 있는 곳이 절대 아닙니다. 조윤호 카톡 이용자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셨나요? 이제범 스마트폰이 이렇게 빨리 확산되리라곤 누구도 상상 못했을 거예요. 카톡은 현재 1700만명이 사용중이고, 최근에는 한달에 평균 300만명꼴로 늘고 있어요. 올해 초에는 중동 쪽 앱스토어에서 1위를 하기도 했어요. 예상 못한 놀라운 성과죠. 피시라는 것은 전원이 있는 곳에서 사람이 의자에 앉아 사용하지만 모바일은 언제 어디서든 가지고 다니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액티브’하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노기태 카톡 대박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제범 저도 물어보고 싶네요. 왜 카톡 쓰세요? 공짜라서? 아마 처음부터 썼으니깐 익숙해서 계속 쓸 가능성이 클 겁니다. 모바일은 선점과 타이밍 싸움이에요. 거기에 고객들의 요구를 빨리 알아차리고 개선해 나간 게 주효했죠. 저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조직문화 자체가 아이디어의 실행이 매우 빨라요. 어떤 프로젝트라도 4명의 개발자가 2달 안에 끝내는 걸 목표로 합니다. 그 이상 붙잡으면 의미가 없다고 보는 거지요. 카톡도 그렇게 탄생했어요. 대신 수정할 사항이나 고객의 요구가 있으면 빨리빨리 반영해 나갔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그룹채팅’이에요. 그룹채팅 덕분에 ‘카톡 쓰려고 스마트폰 산다’는 얘기까지 나왔죠. 또 나이 많은 어른들을 위해 글씨 크기 조절 기능을 넣었어요. 호응이 매우 좋더라고요. 이윤영 카톡이 ‘글로벌화’를 꿈꾼다는 기사를 봤어요. 글로벌화라는 것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차원보다 글로벌 문화를 이끌어 내는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이제범 일정 정도의 시장 점유율은 필수예요. 그래야 네트워크가 형성되거든요. 하지만 무조건 점유율만 늘린다고 능사는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각 국가의 문화적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거죠. 일본의 경우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전화번호를 주고받기보다는 ‘폰메일’(개인 휴대전화에 할당된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습니다. 이런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거죠. 어느 정도의 씨앗을 뿌려놓고 반응이 오는 국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합니다. 조윤호 무료라서 좋긴 한데 재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이제범 지난 1월에 이미 50억원 투자를 받았어요. 앞으로도 투자 받을 곳은 시쳇말로 ‘줄 서’ 있습니다. 하하. 지금은 눈앞의 수익보다는 빨리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어서 모바일 생태계를 선점하는 것이 관건인 거 같아요. 수익모델은 무궁무진합니다. 이윤영 사람들이 만나기면 하면 스마트폰 붙잡고 무언가 하고 있어요. 온라인상에 새로운 공간이 생겼지만 역으로 오프라인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 같아요. 이제범 모바일이 주는 특성인 거 같아요. 식당에 앉아서 앱스토어에 접속하고, 메시지 보내고, 소셜네트워크에 접속하고 등등 할 게 많죠. 하지만 사람들이 오프라인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새로운 것을 처음 접한 대중들이 반응하는 일종의 현상이라고 봐요. 지금은 빠져 있지만 균형을 맞춰가지 않을까요? 모바일에서 얻어진 다양한 가치와 경험들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될 것이라 믿습니다. 노기태 대형 포털들이 유사 서비스를 많이 만들었잖아요. 대부분 실패했고요. 이제범 우리 회사가 아직 성공했다고 보지도 않고, 다른 회사들이 실패했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하하. 역사적으로 볼 때 컴퓨팅 시스템은 계속 변해왔어요. 리더들도 계속 바뀌었지요. 피시 시장에선 마이크로소프트가 압도적 1위였지만, 인터넷 기반에서는 구글이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엔 새로운 강자가 나오겠지요.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빨리빨리 받아들이는 벤처가 유리하다고 봐요. 많이 가진 게 항상 유리한 건 아니에요. 다른 회사와의 경쟁을 의식하면 다른 중요한 것들을 소홀히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나 글로벌화 같은 것들 말이죠. 조윤호 얼마 전엔 이동통신사들이 ‘트래픽 증가’를 이유로 카톡 사용자들에게 과금을 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있었잖아요. 이제범 실제 데이터 양은 많지 않아요. 처음 이슈가 제기됐을 때 카톡 서비스가 1년 정도 된 시기였는데 메시지 전송량이 하루 1억건 정도였어요. 지금은 4억건입니다. 그때 진짜 문제였다면 지금은 큰일이 났겠죠. 예전엔 플랫폼 사업자가 이것저것 다 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새로운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잖아요. 댐에 구멍이 나기 시작한 거죠. 이통사 내부에서 논의는 할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인위적으로 모바일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이통사와 상생하는 방향을 찾아봐야지요. 크게 걱정은 안 합니다. 이윤영 회사 슬로건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카카오’더라고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요? 이제범 한 50대 사용자분한테서 카톡 때문에 외국에 있는 자녀들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뿌듯했어요. 1700만명이 쓰고 있다는 건 문화적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공익적인 측면도 이제 충분히 고려를 해야 하는 거죠. 예를 들면 미아가 발생했을 때 인근 지역에 있는 카톡 사용자들에게 미아의 사진을 전송하는 서비스 등도 기획하고 있어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카톡을 이용하면 문자보다 더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요. 단순히 수익이 목적이라면 이런 일을 계획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노기태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이제범 역시 창업을 했을 거 같아요. 하하. 창업은 타이밍이죠. 쉽진 않아요. 사업이란 게 자본과 사람이 필요한데, 둘 다 모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사람이죠. 사람이 있으면 라면 먹으면서도 일할 수는 있거든요. 다방면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수 있어요.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저희 회사도 실패가 자산입니다. 3년 동안 실패하면서 얻은 교훈들이 지금의 카톡을 만든 거지요. 이윤영 실패로 어떤 교훈을 얻으셨나요? 이제범 대표적인 예가 부루닷컴(buru.com)이란 사업이었어요. 웹상에 돌아다니는 영상, 사진 등을 모아서 서비스하는 ‘소셜 컬렉션 사이트’였는데, 너무 오랫동안 준비하다가 시기를 놓쳤어요. 유사 서비스들도 많이 생겨났고요. 1년 넘게 준비했는데 안되니깐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린 ‘4·2 법칙’을 그때 생각해 냈어요. 어떤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4명 이상 투입 안 하고 2달 안에 끝내자는 법칙이죠. 조윤호 먼저 성공한 벤처 기업가로서 창업을 준비중인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제범 그동안은 국내에만 머물렀다면 이제 세계로 눈을 돌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위험하니깐 국내에만 머물렀고 그러다 보니 성공하면 독점으로 나갔어요. 신생 벤처들은 자연스럽게 성공하기 어려워졌고, 투자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어요. 후배들의 꿈을 키워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힘쓰고 싶어요. 저희 회사에 면담 신청을 하세요. 제가 알고 있는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알려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결국, 선배들이 많은 성공 스토리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이윤영 그런 성공 사례들이 너무 없어요. 대학생들이 좌절감을 많이 느껴요. 이제범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년들에게 달려 있어요. 실제 많은 청년들이 도전하고 있고요. 성공 스토리가 극히 적은 건 사실이에요.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사회적인 의식도 바뀌어야 하고요. 선배들이 스펙만 쌓아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봐요. 청년들이 지금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정보기술(IT)로 성공한 사람들은 다들 연배가 비슷해요. 스티브 잡스랑 빌 게이츠도 연배가 비슷하잖아요. 그 시기에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에요. 지금 커가고 있는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할 사람들은 바로 청년 여러분들이에요.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하세요. 지금이 기회입니다. 진행·정리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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