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번엔 직장인 부업·겸업 허용…일하는 방식 바꾸는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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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2016.12.26 오후 6:16
최종수정2016.12.27 오전 3:23
고령화 대응 총력전 나선 일본

아베정부, 신취업규칙 만들기로
저출산·고령화 따른 노동력 부족 해소
혁신 촉진·성장산업으로 인력 이동 유도
'1인 다직장 시대' 사회보험제도도 보완


[ 도쿄=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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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정규직 직장인의 부업이나 겸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직장인이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러 직장에 다닐 경우 연금, 고용보험 등과 관련한 정부 지침(가이드라인)도 바꿀 예정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부족을 극복하려는 ‘일하는 방식 개혁’ 정책의 하나다.

◆부업·겸업 징계에서 장려로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내년 3월 말까지 취업규칙모범안의 부업·겸업 금지 규정을 ‘원칙적 허용’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금은 회사 허가 없이 겸업이나 부업을 하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

새로운 취업규칙안에는 ‘경쟁사에 영업비밀이 누설될 우려가 있다’거나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등 예외적인 사례가 담긴다. 이를 보고 회사와 직원이 부업·겸업의 가능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기업이 모범안을 강제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나 중소기업은 그대로 전용하는 경우가 많아 부업·겸업이 산업계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들의 활발한 동참 여부와 장시간 노동을 막을 수 있는 장치 마련 등은 과제로 지적된다.

취업규칙안 개정에 이어 일본 정부는 사회보험료 부담 등을 포함한 정부 가이드라인도 내년 이후 손볼 예정이다. 현행 노동법은 여러 기업에서 일할 경우 ‘사회보험료와 초과근무수당을 어느 기업이 지급해야 할지’나 ‘근로 재해의 원인이 어느 기업에 있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다.

◆부업 희망 직장인 370만명

일본 중소기업청이 2014년 4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부업이나 겸업 허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허용한 회사는 전체의 3.8%에 그쳤다. 사원이 본업에 소홀하거나 과로로 건강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직장인 가운데 3.4%만 부업이 있으며 이들 중 70%는 본업 연봉이 300만엔(약 3080만원) 미만이어서 생활비에 보태려고 부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토제약은 지난 2월 다른 회사나 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는 ‘사외 도전업무제도’를 도입했다. 정보기술(IT) 업체인 사이보우즈는 “회사 자산을 훼손하지 않는 한 보고할 필요도 없다”며 겸업을 인정해 주고 있다. 이런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 외에도 부업을 희망하는 일본 직장인은 370만명에 달한다.

일본 정부가 부업·겸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은 일손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성장 산업으로 고용이 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에서다. 일본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 8659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7628만명까지 줄었다. 이대로 가면 2060년 4418만명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일본 정부는 우려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10월 일하는 방식 개혁 실현회의에서 “부업과 겸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개방형 혁신)과 기업을 일으키는 수단으로 유효하다”며 “이를 보편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에서는 부업이나 겸업으로 시작한 일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 성장 위한 근로방식 개혁

아베 총리는 2차 아베노믹스의 목표인 ‘1억 총활약 사회(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는 사회) 실현’을 위해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근로방식을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 8월 개각 때 ‘일하는 방식 개혁 담당상(장관)’을 신설하고 가토 가쓰노부 1억 총활약 담당상이 겸임하도록 했다. 지난 9월부터는 자신이 직접 의장을 맡아 일하는 방식 개혁 실현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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