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41] 플라이트그래프가 알려주는 항공권의 숨은 이야기



항공권 스타트업 ‘플라이트그래프’의 김도균 대표는 여행에 관심이 많았던 엔지니어였다. 발품 팔며 다양한 지역을 찾아다녔던 그는 자연히 항공권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아날로그의 힘을 믿은 그는 복잡한 항공권 예약 시스템 내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기로 결심한다. 디지털 데이터로 점철된 항공권 세계에서 여행 고수가 찾아낸 알짜배기 비행기 티켓을 제시&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2014년 말 처음 만들어진 서비스는 현재 여행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올해 5월엔 티몬에 인수되며 급물살을 탔다.

내년 하반기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며 항공권 시장의 센세이션을 기대하는 그에게 서비스 철학과 티몬으로부터의 인수 제안, 앞으로의 서비스 운영 방안 등에 대해 물어봤다.

플라이트그래프를 소개해달라.

기본적으로 호텔 숙박, 항공권, 렌터카 등 여행상품은 특정일이 지나면 상품 가치가 사라진다. 이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선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고 다 팔리길 원한다. 문제는 동일가로 같은 조건에 팔면 팔리지 않는다는 거다. 시기별로 각각 상황에 맞게 가격을 달리 측정한다. 이에 호텔 등 숙박업체들은 이 시장을 개선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나와 고객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항공권 시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구석이 많다. 이 문제를 해결 하고싶어 만든 서비스가 플라이트그래프다.

요즘 여행 수요 및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3년전만 하더라도 항공권은 편도, 왕복, 출도착/시간이 달라지면 다구간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리 정하고 검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본인이 직접 여행을 ‘설계’하려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우리 서비스는 다 같이 휴가 가던 것에서 각자 일정에 맞게 갈 수 있게 된 것, 출장수요가 다였던 장거리 구간이 현재 약 5%정도 비율밖에 되지 않게 된 것 등 최근 추세와 맥락을 같이 한다. 목적지와 날짜를 정해 놓지 않고도 여행할 수 있는 것, 저렴한 항공권을 통해 여행고수들의 발자취도 따라가보는 것. 우리는 이 것에 주목했다.

이 사업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뭔가.

여행을 좋아한다. 그리고 항공 분야는 매력적이다. 이 업계는 컴퓨터로 인해 더욱발전했다. 예약때문에 전산화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분야다. 비행기는 24시간 운항되고 이에 따라 항공권도 매일 판매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로부터 이어진 데이터 포맷은 오류가 나지 않게 유지돼야 하고 1년 365일 끊기지 않아야 한다. 다만 이를 위배하지 않으면서 발전하다 보니 기형적인 구조로 성장했다. 항공사도 자신들의 항공권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잘 모를 정도다. 이를 파악해 공략하면 항공업계의 혁명이 될 거라 확신했다.

대부분 항공사 및 티켓을 판매하는 여행사에서도 표를 직접 검색해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미 정리돼 있는 GDS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이는 197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시스템인데, 특정 항공권을 예약하기 위해 컴퓨터에 일일이 깔아 쓰는 게 불편한 걸 감안해 제작됐다.

현재 3개의 GDS 프로그램(세이버,아마데우스,트래블포트)이 전세계적으로 활용된다. 이들 항공검색 엔진에 출발 정보를 넣으면 결과값을 주고 여행사는 이걸 정리해서 보여준다. 할인율을 각각 다르게 적용해야 가격이 조금씩 달라지는 정도다. 여기서 아무리 검색하더라도 결국 사용자는 특정 엔진에서 검색되는 티켓 정보밖에 알 수 없게 된다.

항공검색은 바둑처럼 정답이 없다. 연산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모든 경우의 가짓수를 검색할 수 없다. 이는 수학적으로도 증명 돼있다.이렇듯 복잡한 항공권 체계 안에 분명히 저렴한 티켓은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특정 엔진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얻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검색엔진을 개발했다.

플라이트그래프에는 ‘팔로우온’기능이 있다.

팔로우온은 단순히 저렴한 항공권만을 찾아주는 기능은 아니다. 나만의 여행을 집단지성을 빌려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꾸밀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예를들어 특정 도시 와 그주변 여행을 계획한다고 치자. 막연하게 계획을 잡으면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우리 서비스에 있는 ‘팔로우온’을 눌러보면 된다. 팔로우온에는 내가 가려는 도시를 포함해 다른 도시를 검색했던 누군가의 기록이 남아있다. 보다 다양한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했던 고수의 결과물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본인 상황에 맞는 여정을 선택한 뒤, 누군가의 자취를 따라가보기로 결정하고 그걸로 예약 결제를 진행하면 된다. 표가 남아있다면 그 가격 그대로 변동 없이 살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맞게 날짜 조정도 가능하다. 다구간 뿐만 아니라 직항도 마찬가지다. 유사한 가격에 표가 남아있다면 티켓을 살 수 있다.

다만 팔로우온 서비스는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출발하는 여정만 가능하다. 외국에서의 출발/도착 검색은 가능하나 아직까지 팔로잉을 못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안에 전세계 모든 항공 운임 현황이 쌓여 있지 않은 탓이다. 고도화 작업을 마치고 내년 하반기엔 글로벌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찌보면 아날로그적 방식이다. 

대부분의 항공검색은 각 엔진에 맞는 정보만 보여지게 된다. 획일적인 정보만 봐서는 눈에 띄는 장점을 찾기 어렵다. 우린 여기서 사람, 아날로그의 힘을 믿었다. 사람이 직접 찾으면 우리 입맛에 맞는 항공권을 더욱 잘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호주엔 플라이트폭스라는 집단지성 기반의 항공 예약 플랫폼이 있다. 고객이 선불하고 항공권을 의뢰하면 사람이 손으로 찾아주는 방식이다. 이 수요가 꽤 많은 편이다. 사람의 노하우와 발품은 결코 컴퓨터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반증하고 있다. 플라이트그래프도 같은 가치를 지향한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단순하다. 세상 어딘가에는 무조건 싼 항공권이 존재한다. 이걸 누군가 찾으면 우리가 따라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싼 거다. 가끔 가격이 저렴해 마일리지 적립이 안되는 항공권 아니냐는 얘기도 듣는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고수들이 찾은 항공권을 보면 대개 마일리지 적립도 가능한 저렴한 표가 대부분이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매력적인 항공권은 당연히 많이 발견될 거다. 항공권 시장의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모으려는 이유다.

올해 10월 황금연휴에 떠날 수 있는 저렴한 항공권은 없나?

10월 연휴에 떠날 수 있는 저렴한 항공편은 없다. 대신 여유를 갖고 연말 및 내년 설 연휴 기간에 다녀올 항공권을 찾는다면 매력적인 가격의 티켓을 찾을 수 있다.

어떻게 돈을 버나.

지금 당장은 수익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이천년대 초반까지는 항공사가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발권하면 발권 수수료를 7~9% 정도를 여행사에 지급했다. 지금은 수수료 대신 볼륨 인센티브를 준다. 일정 볼륨 이상 되면 3~3.5%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우린 아직 초기 단계라 이를 받기 어렵다. 글로벌 론칭 전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해야 하는 게 관건이다.

플라이트그래프에서 판매하는 티켓은 실시간 가격 변동이 없다. 원가 그대로 공개하는데.

일반적으로 비행기 티켓의 가격엔 기본가가 있다. 그것을 기준으로 여행사마다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달리해서 가격을 조정한다. 이는 앞서 말한 ‘볼륨 인센티브’에서 기인한다. 월 매출액을 어느정도 달성해야하기에 제 살 깎아가며 가격 경쟁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거다. 내막을 잘 모르는 소비자로서는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우린 그래서 원가를 공개했다. 플라이트그래프에선 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언제나 처음 봤던 같은 가격에 표를 구매할 수 있는 이유다.

항공권 결제하다 오류가 나면 소비자는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CS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어떤 서비스든 오류는 발행할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예약 중 오류가 나면 고객들은 일대일 혹은 전화로 문의한다. 이때 응대는 실시간으로 하고 있다. 항공기 티켓이 24시간 매일 존재하듯 우리 서비스도 그에 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개발에만 5년이 걸렸다고.

우리에겐 단순하지만 원대한 목표가 있었다. ‘내가 설계해 세계 여행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자’는 거였다. 그 생각을 갖고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항공 검색에 필요한 원천 기술부터 새롭게 개발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항공검색 엔진을 개발한 곳은 5 개도 안 된다. 우린 이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크다.

사전조사와 개발 중에 어려움이 많았을 듯 싶다.

2012년 처음 시작할 땐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 사업인지 몰랐다. 2년 개발하면 되겠지 했는데 결국 지금까지도 진행중이다. 사업은 GDS사와 미팅하면서 시작했다. 개발 중 자료 조사할 때가 특히 어려웠다. 외국업체로부터 데이터를 사오고 몇백 페이지짜리 영문자료를 수백 권씩 찾아보며 만들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문서에도 나오지 않는 내용도 많아 시간이 더 걸렸다.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다.

생각을 구체화하는 동안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다고.

2015년 초부터 투자 유치를 위해 IR를 했다. 서비스 설명을 얼핏 듣고 흥미로워 했지만 자세히 들을 수록 어렵다는 투자자가 태반이었다. 요즘에는 데이터를 쌓고 어느정도 검증을 마쳐 설명이 쉬워졌다.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에서도 협업을 제안했다.

이 업계는 대기업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다. 거대 IT기업이 검토중에 손을 들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던 중 씨트립이 우리가 엔진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모양이었다. 협업 의사를 물어왔다. 다만 그들이 원한 검색엔진이 우리 검색엔진과는 달랐고 시기도 맞지 않아 무산됐지만 우리 사업의 가능성을 엿본 때였다.

관심을 보인 기업 가운데 티몬을 선택한 이유는.

항공권 판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저렴한 항공권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과 여러가지 혜택을 제공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잘 하는 업체는 많다. 이들과 경쟁을 해서는 승산이 없겠다고 봤다. 싼 항공권을 고객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하는 게 맞다고 봤다. 이커머스 기업도 현재 여행/레저 분야를 중요하게 본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업체와 경쟁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질 수 있다.

이것에 대해 티몬 내에서 한창 내부적인 논의가 이뤄질 때, 여행 산업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 지 고민하던 그룹장이 우리가 운영한 블로그의 게시물을 읽고 연락을 해왔다. 티몬도 우리와 여행 사업을 보는 관점이 같았다고 했다. 얘기가 잘 진행됐다.

티몬과 함께 한다면 좋은 시너지가 있을 거라 믿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항공권만 가지고 수익을 올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숙박 관련 상품과 연계한 판매가 있어야 성장율이 높아진다. 이는 숙박권 판매 업체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보통 해외여행을 갈 땐 티켓을 먼저 산 뒤 숙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으면 싶다.

향후 어떤 부분을 신경 쓰며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인가.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싶은 게 첫 번째다. 팔로우온 서비스는 지도를 기반으로 한다. 문제는 모바일에서 이를 구현하기에 무겁다는 점이다. 지도가 없이도 서비스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 이외엔 UI/UX가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는 평이 있기에 쉽게 활용이 가능한 서비스로 나아가기 위해 개편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서비스를 하루 빨리 오픈하고 싶다. 현재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운임만 찾을 수 있어 제약이 있다. 향후 전세계 사용자들이 찾아내는 결과가 쌓인다면 정말 많은 데이터가 모일 거다. 이렇게 되면 항공권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거라고 판단한다.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려는 바는.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은 사람에게 같은 상황에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거다. 우리는 무조건 저렴한 표를 찾아주는 게 목적은 아니다. 미처 여정지로 생각지 못한 곳을 저렴한 가격에 갈 수 있다고 제안하고, 가격 수수료 변동으로 기분 상하는 것 없이 깔끔하고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는 다구간 전문 항공권 예약 서비스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고객들이 한번 구매하고 나면 계속 사용하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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