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애플 그늘 벗어나기?…스마트기기 자체 제조 나서

설성인 조선비즈 기자 seol@chosun.com 주승호 조선비즈 인턴기자 techchosun@chosunbiz.com

대만 폭스콘(혼하이정밀)이 스마트폰·스마트시계 등 자체 브랜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애플 하청업체라는 이미지를 벗고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래 폭스콘은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납품하면서 급성장한 회사다. 하지만 애플 관련 물량이 예전만 못한데다 페가트론이라는 회사가 폭스콘의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독자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는 것.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 시절 애플-폭스콘의 돈독한 관계가 이제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양상이다.

애플 때문에 크고 애플 때문에 부진…매출 148조원 거대기업 변신에 나서나

지난해 폭스콘의 매출은 1298억달러(약 148조원)으로 2009년(651억원달러)과 비교해 100% 정도 성장했다.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애플 납품 물량이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애플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왕좌를 삼성전자에 내주고 아이폰5의 인기도 시들하면서 회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폭스콘의 올 1분기 매출(1~3월)은 26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나 감소했다. KGI 증권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폭스콘의 매출은 애플과 아이폰 주문량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콘의 테리 구 회장은 과거 “애플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들어줬다”며 “우리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폰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애플의 주문만 잘 수행하던 폭스콘이 글로벌화에 시동을 걸면서 애플 그늘을 벗어날려고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애플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타사 제품 수주 확대와 자사 제품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제이미 왕 애널리스트는 “폭스콘도 애플이 더이상 천하무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다”고 했다.

애플이 올 연말 생산을 시작하는 저가 아이폰의 주요 제조사로 대만 페가트론을 선정할 것이라는 소문 역시 폭스콘의 홀로서기를 부추기고 있다. 페가트론은 2011년 아이폰을 소량 생산했고, 지난해부터 아이패드 미니를 만들면서 애플의 주요 협력사가 됐는데, 폭스콘의 대응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폭스콘 태블릿

▲ 폭스콘이 자체 제작한 태블릿PC/모질라 제공

파이어폭스폰·스마트시계·대형 LCD TV까지 제조능력 보유…타도 삼성에 앞장서는 대만기업

폭스콘은 지난달 모질라 ‘파이어폭스’를 운영체제(OS)로 채택한 기기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마트폰부터 태블릿PC, TV, 전자칠판 등 최소 5종 이상의 기기를 이미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대만 남부 카오싱 지역에서 500~1000명의 인력이 파이어폭스 기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서비스 개발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주주들과의 미팅에서 아이폰과 연결해 쓸 수 있는 스마트시계를 시연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사용자의 심장박동, 호흡 등의 정보를 파악하며, 간단한 의료조치 방법도 알려준다.

IT전문매체 씨넷은 “폭스콘이 다른 기업에 단순히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폭스콘은 ‘타도 삼성’을 외치는 대표적인 대만 기업이기도 하다. 테리 구 폭스콘 회장은 지난해 “자동화와 터치패널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삼성전자를 따라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샤프의 지분을 인수하면 삼성전자에 패배를 안길 것”이라고 했다.

비록 폭스콘의 샤프 지분 투자건은 불발로 끝났지만, 전자업계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넘어서겠다는 폭스콘의 야심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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