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대 세그웨이…샤오미의 시장 파괴적인 가격의 비밀

[돈되는 이재형의 창업스토리-15]차별화와 비용우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8)

머니투데이 이재형 경영전략코칭전문가 |입력 : 2015.11.16 09:25|조회 : 2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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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대 세그웨이…샤오미의 시장 파괴적인 가격의 비밀
애플과 삼성을 긴장하게 만드는 회사, 샤오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샤오미를 '짝퉁 애플', '값싼 중국산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치부하기엔 발전 속도도 빠르고, 품질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샤오미는 2011년 8월에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시장 진출 3년 만에 중국 시장 1위, 세계 시장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샤오미 제품은 성능, 가격, 디자인 측면에서 모두 인기가 높은데, 특히 싼 가격은 압도적이다.

같은 성능의 스마트폰은 삼성의 3분의 1 가격이고, 웨어러블 밴드인 '미 밴드'는 1만3700원, 스마트 체중계는 1만9900원, 공기청정기는 14만9000원 등 시장 파괴적인 가격이다. 최근 출시한 1999위안(약 35만원)짜리 전동스쿠터 '나인봇 미니'에 전세계인들은 열광하고 있다. 비슷한 성능을 갖춘 세그웨이 제품이 1만4900위안임을 고려할 때 그럴 수 밖에.

30만원대 세그웨이…샤오미의 시장 파괴적인 가격의 비밀
샤오미 나인봇 미니 / 사진제공=샤오미
TV도 마찬가지다. 11.6㎜ 두께의 60인치(152.4센티미터)와 55인치 UHD(초고화질) TV인 'Mi TV3'도 각각 4999위안(약 89만원)과 3999위안(약 71만원)으로, 깔끔한 디자인과 엄청난 기능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60인치 UHD TV의 가격, 인터넷 최저가 230만원과는 견줄 수 없는 가격대다.

그럼 샤오미는 팔아서 남는 게 있을까? 과연 샤오미에게 어떤 전략이 숨어있을까? 3가지 큰 비밀이 숨어 있다.

첫째, 부품값의 비밀이다. 샤오미의 'Mi3'의 경우 부품 원가는 157달러(약 18만원)다. 출시가는 1499위안(약 28만원)이므로 10만원 정도의 마진이 생긴다. 13만원의 가격에 내놓았던 '홍미 노트'의 부품값은 86달러(약 9만원) 정도로 4만원 정도의 마진이 남는다.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갤럭시S6'의 부품값은 275.5달러(약 30만원), '아이폰6'는 227달러(약 25만원) 정도다.

샤오미는 한 번에 하나의 모델만 내놓음으로써 부품의 대량구매를 가능하게 하고, 이는 부품비를 전반적으로 낮춘다.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는 애플이 원 모델 전략을 쓰는 이유는 이익률의 극대화에 있지만, 비용우위전략을 추구하는 샤오미는 제품 가격을 낮추는데 있다.

샤오미는 패키징에서도 비용을 줄인다. 대부분의 제품은 종이로만 되어 있고, 소재도 비슷하다. 가장 값싼 소재로 변형이 쉽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쓸 수 있다.

둘째, 제품생산비와 디자인의 비밀이다. 샤오미는 제품 생산을 모두 폭스콘(Foxconn)과 잉화다(Inventec Appliances Corporation)에 아웃소싱하는데, 두 회사는 EMS(Electrical Manufacturing Service) 방식의 위탁생산의 귀재다.

EMS는 부품의 구매부터 조립, 생산, 포장, 배송까지를 모두 맡는 턴키방식의 제조를 말하는데, 샤오미가 설계도만 갖다 주면 한정된 예산 하에서 최고 품질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바로 배송해 준다. 이를 통해 샤오미는 제품생산비에서 5~10%를 절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샤오미는 디자인에서도 비용절감을 한다. 이어폰은 L(좌), R(우)을 새기지도 않는다. 하나의 금형으로 공정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케이블은 최대한 짧게 만들고, 색상도 하나뿐이다. 볼륨버튼도 만들지 않고, 블루투스로 조절이 가능하므로 AUX단자나 기타 단자도 모두 뺐다.

셋째, 유통 비용과 마케팅 비용의 비밀이다. 샤오미는 통신사 유통과 일반 소매점 유통도 최소화하는 전략을 폈다. 샤오미는 2000년 초반 PC 판매 1위를 기록했던 델의 온라인 주문생산방식을 벤치마킹해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 제조사가 통신사에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통신사가 다시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유통 구조는 판매 가격 40%의 유통 비용이 발생한다.

샤오미는 샤오미닷컴, T-mall, 위챗을 통해 전체 물량의 80% 이상을 온라인으로 유통하고, 일부 액세서리는 거의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이를 통해 경쟁사 대비 유통 비용을 50분의 1 수준으로 절감했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단말기 1대당 재고관리 및 유통비용이 샤오미는 20위안, 화웨이는 1000위안이 든다.

이는 미샤가 직영점, 가맹점 형태의 화장품 브랜드숍 직판 체제로 유통 과정을 단축해 유통 비용의 거품을 줄인 것과도 같다.

샤오미의 마케팅도 독특하다.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을 통해 제품을 완전 판매함으로써 재고비용 등을 절감했다. 수량을 일부러 부족하게 내놓아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함으로써, 'Mi1' 10만대는 3시간, 'Mi3' 10만대는 86초만에 완전 판매를 이뤄냈다.

또 고객과의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한다. OS(운영체제)를 매주 업데이트하고, 온라인 서포터인 미펀(米粉)과 항상 대화를 시도하며 고객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 결과, 1000만명이 넘는 온라인서포터가 온라인에서 활동하며, 샤오미가 제품을 출시한다는 기사에 수만 개의 댓글을 달고,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마케팅 비용을 연간 12조원(2013년 기준) 지출했고, 애플은 2억달러(약 2조 2000억원) 이상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샤오미는 이를 통해 수조 원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결국 판매가 인하로 이어진다.

샤오미의 비용우위전략은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며, 충분히 벤치마킹할 만하다. 특히 제조업을 꿈꾸는데 샤오미처럼 제품 생산 설비도, 공장도, 능력도 없는 회사의 경우, 폭스콘과 잉화다 같은 회사들과 제휴를 잘 맺는다면 일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실제로 몰락한 삼보컴퓨터를 인수해 부활시킨 TG앤컴퍼니는 중저가 스마트폰인 '루나'를 출시해 삼성전자, 애플 등 거대 글로벌 제조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루나’의 설계는 TG앤컴퍼니와 SK텔레콤이 했고, 제조는 폭스콘에서 했다.

샤오미의 비용우위전략을 벤치마킹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오미가 스마트폰 외에 수많은 가전제품들까지 저가에 파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는 않는다. 다음에는 그 뒤에 숨겨진 샤오미의 치밀한 전략을 소개하겠다.


※이번 칼럼은 '샤오미가 가격파괴자가 될 수 있었던 10가지 비결'(The Gear)의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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