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한지붕 밑 70개 벤처… 사용자의 24시간 함께할 '모바일 포털' 추구

  • 이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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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11.29 02:59

    "작은 업체들 모아 전체 시장 장악"… 옐로모바일의 새로운 실험
    2년간 70개 회사 M&A
    해당 분야에서 1위 가능하고 亞시장 확대 잠재력 있는 기업 인수
    기본적으로 자율경영 보장
    색깔 다른 기업들의 연합체… 쉽게 갈라설 수 있다는 우려도

    지난 24일 저녁 6시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어린이대공원 정문이 갑자기 인파로 북적였다.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젊은 남녀들은 대공원 내 공연장인 와팝홀로 우르르 향했다. 모바일 기업 옐로모바일(yellomobile)의 송년회였다. 자회사 직원 18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나운서 전현무·최희씨가 사회를 보고 가수 에이핑크와 태티서, 10㎝가 축하 공연을 펼쳤으며, 입구에는 레드카펫 대신 옐로카펫이 깔렸다. 이상훈 옐로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자회사 직원이 모두 모인 건 이번에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 자회사가 모두 70곳에 이른다.

    이 회사는 재벌 그룹이 아니다. 다음 본부장 출신 이상혁(43) 대표가 2012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70개사를 인수·합병(M&A)했다. 그중엔 여행박사나 이모션, 쿠차, 피키캐스트 같은 꽤 알려진 기업도 적지 않다.

    특히 올 들어 그 행보가 더 공격적으로 변해 하반기에만 40개사를 한 우산 아래로 편입시켰다. 옐로모바일은 일종의 지주회사인 셈이고, 지분 교환이나 직접 투자를 통해 1대 주주나 2대 주주로 참여한다.

    이날 송년회에서 영상으로 공개한 회사 소개 자료엔 관계사가 66개사로 나와 있었지만, 이 자료를 완성하고 나서 1주일 사이 4개사가 추가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직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꼴이 됐다. 지금도 2~3개사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옐로모바일 측은 밝혔다.

    직원들 사이에선 농반진반으로 "자고 일어나면 1~2개사가 새로 들어와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날 함께 모인 자회사 임직원들은 70개사의 로고를 새겨 만든 포토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옐로모바일 자회사 주요 경영자와 투자자들이 24일 저녁 송년회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 동그라미가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 오른쪽은 구본웅 포메이션8 대표. 뒷 배경은 옐로모바일 자회사들의 로고다.
    옐로모바일 자회사 주요 경영자와 투자자들이 24일 저녁 송년회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 동그라미가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 오른쪽은 구본웅 포메이션8 대표. 뒷 배경은 옐로모바일 자회사들의 로고다. / 옐로모바일 제공
    올 하반기에만 40개사 인수

    옐로모바일은 회사 이름 그대로 '모바일'에 방점을 둔다. 인수한 회사들도 모바일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옐로모바일이 인수한 회사는 크게 5가지 범주로 나뉜다. 쇼핑, 디지털 마케팅, 모바일 미디어 콘텐츠, 여행, o2o(online to offline) 등이다. 이상혁 대표는 위클리비즈와 인터뷰에서 "모바일 시장에서 이미 선점 과정이 사실상 끝난 게임과 메신저를 제외하고, 모바일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노린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모바일 종합 포털서비스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사용자가 하루 24시간을 옐로모바일과 함께하게 만든다는 생각인데,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알람몬)부터 출근(지하철), 쇼핑(쿠차), 미디어(피키캐스트), SNS(1㎞), 여행(여행박사), 병원(굿닥), 음식점(포잉) 등을 망라했다. 이들이 내실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광고(퍼플프렌즈)나 마케팅(카울리), 기술개발(레코벨)을 지원하는 회사도 포진했다.

    이 대표는 "웹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한 회사가 모든 걸 할 수 없다. 그래서 각 분야에서 유망한 회사를 모아 놓자는 것"이라면서 "일단 인수하고 나면 핵심 역량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와 부서 통합 등 미세한 구조조정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70개사를 합친 매출액이 올해 1000억원을 넘을 것이며, 관계사끼리 다양한 시너지가 발생하면서 70개사 중 65개사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주는 앱 회사인 굿닥은 같은 옐로모바일 우산에 있는 소셜커머스 앱 쿠폰모아를 통해 홍보를 진행, 월 매출이 1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쿠폰과 호텔·펜션 예약 연계, SNS 홈페이지와 웹사이트 정비업체 연결 등 다양한 통합을 시도한다.

    비교하자면 동영상 사이트 비메오(vimeo)와 온라인 정보포털 어바웃닷컴(about.com) 등 인터넷 관련 회사 30개를 거느린 미국 IAC(InterActiveCorp)와 비슷한 모델이고,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이 2000년대 초 주창했던 '벤처 연방제'에도 근접한 개념이다. 벤처 연방제는 벤처기업끼리 서로 지분 투자를 하고 통합 효과를 노리자는 것으로, 수평적 회원사가 독립 경영을 전제로 한 연합체를 만들자는 구상이었다.

    옐로모바일 자회사 수 그래픽
    24시간 모바일 생태계 구축이 목표

    지난해까지 옐로모바일이 군소 벤처기업 13곳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벤처업계에서는 그냥 "특이한 친구들"이란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올 들어 DSC인베스트먼트나 LB인베스트먼트 등 벤처투자회사에서 자금 320억원을 유치해 이모션, 여행박사, 카울리 등 굵직한 기업을 대거 인수하고, 11월 들어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에서 1139억원(1억500만달러)을 투자받으면서 시선이 달라졌다.

    포메이션8은 LS전선 구태회 명예회장 장손인 구본웅(36)씨가 대표로 있는 곳. 포메이션8은 옐로모바일 기업 가치를 1조원으로 평가하고 지분 12.68%를 사들였다. 구 대표는 투자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모바일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국과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가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옐로모바일 지분 8.41%를 보유 중인 DSC인베스트먼트 윤건수 대표는 "지금까지 70여곳을 잡음 없이 인수해 운영해온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모바일 시장에서 작은 업체들을 모아 전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높이 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인수업체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하지 않고 사실상 적자 아니냐. 이런 데를 모아서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이상혁 대표는 "그렇지 않다. 인수 기준은 두 가지인데 해당 분야 1위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춰야 한다"고 반박했다.

    장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원은 "아직은 이것저것 모아놓은 잡동사니 같은 느낌인데 과연 시너지를 통해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을지 가늠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옐로모바일이 내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시장에선 "상장을 통한 대주주들 자본 수익 실현이 목적 아니냐"는 의혹을 던진다. 그러나 임진석 옐로모바일 최고전략임원(CSO)은 "성장하기 위해선 거쳐야 할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분 26.65%를 갖고 있어 포메이션8이 지불한 주식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2700억원에 이른다.

    실리콘밸리에서 1100억원 투자 받아

    이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 경영과학과 마케팅 석사 학위를 받은 다음 삼성SDS에서 일하다 신용카드 포인트를 관리해 주는 마이원카드를 창업했다. 이 회사가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인수되면서 그곳에서 본부장으로 있다가 다시 나와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모바일 시장이 감당할 수 없게 커지는데 아직 뚜렷하게 독보적인 업체가 나오지 않는 지금 상황이 기회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포털업체는 이제 기업가 정신을 잃고 공룡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이미 거대한 관료주의 벽에 막혀 뭔가 새롭고 무모한 시도를 회의적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답답해 창업을 다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만의 '옐로 기업가정신(yellopreneurship)'을 만들어 가겠다. 그 핵심은 '(아이디어가) 늙지 않게 하라'는 메시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한국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한 뒤 중국·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인도네시아 가격 비교 사이트 프라이스에어리어를 인수한 것도 그런 전략적 청사진의 하나였다. 싱가포르에도 지사를 설립했고,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법인도 만들 예정이다.

    70개사가 한 지붕 아래 살다 보니 전체 회의는 언감생심이다. 대신 매주 5줄짜리, 매달 10줄짜리 문서로 현안과 동향을 공유한다. 이들은 '보고'가 아니라 '공유'라는 표현을 쓴다. 옐로모바일이 지주사이긴 하지만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연합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자율 경영을 보장하고 필요에 따라 관계사들끼리 알아서 협조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서로 색깔이 다른 기업들의 연합체이기에 성장 과정에서 이해관계와 비전이 엇갈리면 쉽게 갈라설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2000년대 초·중반 플레너스(옛 로커스홀딩스)라는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시너지를 내세우며 영화·게임·음악 분야 넷마블·씨네마서비스·싸이더스·예전미디어 등을 인수했지만, 이해관계 충돌로 다시 뿔뿔이 흩어진 예가 있다.

    한 벤처기업 임원은 "옐로모바일이 과거 주식시장에서 광풍만 일으키고 허무하게 추락한 골드뱅크의 재판이 될지, 아니면 성공적인 성과를 터뜨린 소프트뱅크처럼 도약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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