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TV의 왕국’ 소니를 무너뜨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다.
세계인들에게는 ‘삼성전자’라는 이름이 아직도 낯설었던 시절, 세계 가전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소니를 넘어선다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유될 정도로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이 회장의 의지는 확고했다.“TV 세트 영상
디스플레이(VD)
사업부를 중심으로 주요 핵심부품을 담당하는 액정표시장치(LCD)와
반도체 부문,
삼성SDI의 플라스마
디스플레이패널(PDP)
사업부문, 소프트웨어(SW) 조직이 모두 긴밀히 협력해 디지털 TV 일류화를 달성해 세계 1위를 하라.”
이 회장의 지시는 소니의 아성을 잘 알고 있는 실무진에게는 실로 벅찬 주문이었다.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이었다. 곧바로 이들 사업부문을 묶은 ‘TV 일류화 위원회’가 꾸려졌다. 삼성전자의 ‘TV 성공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006년 세계적인 히트를 쳤던 ‘삼성 보르도 TV’성공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보르도 신화’는 삼성전자가 ‘TV 왕국’ 소니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돌팔매’가 됐다. 2006년까지 점유율 17%로 세계 TV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소니는, 이듬해 삼성전자(18.7%)에 점유율 1.6%포인트나 뒤지며 2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2007년, 삼성전자는 소니와의 격차를 더 벌릴 프로젝트를 띄운다. 프로젝트 명은 ‘IDEAS(IP enabled Device Ecosystem And Solution Business)’.
스마트TV 핵심기술 개발과
비즈니스를 발굴할 ‘아이디어들(ideas)’을 만들어 삼성전자가 신규 시장을 창출해 TV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인터넷을 통해 TV에서 뉴스와 증권, 날씨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인포
링크(Infolink)
서비스’였다. 인포링크는 2009년 삼성전자 기술로 제작한 최초의 스마트TV인 ‘삼성 Internet@TV’를 탄생시킨 모태가 됐다. 2007년 1.6%포인트였던 삼성전자와 소니의 격차는, 지난 2분기(4~6월) 21.6%대 13.0%(8.6%포인트)로 더욱 벌어졌다.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PC도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최근 시장상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LCD 패널 사업 역시 세계 정상급이다. 반도체 분야는 굳이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 삼성전자는 1993년 처음으로 반도체 업계 ‘톱 10’에 진입했다. 이후 세계 1위인 인텔과의 격차를 줄이며 역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두 회사 간 시장 점유율 격차는 2002년 9.7%포인트에서 지난해에는 4.6%포인트까지 줄어든 상태다.
D램 등
메모리 부문은 이미 세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 삼성전자는 이제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현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프로세서(AP)와 파운드리 등의 사업을 일류화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2002년부터 AP사업을 전개해 온 삼성전자는 2008년 모바일 AP분야에서 1위에 올라섰다. 2009년에는 세계 최초로 저전력 1기가헤르츠(GHz) 모바일 AP를 출시하면서 차세대 모바일 기기에 사용될 AP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모바일 AP사업은 시장 점유율 60%를 돌파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스마트기기 분야는 현재 삼성전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에 있어서는 이미 애플도 넘어서고 있다. 최근 월스트
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기관 SA의 자료를 인용해 올 3분기(7∼9월) 2000만∼3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삼성전자가 1707만대 판매에 그친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금은 어둠의 터널 속을 지나고 있지만 LCD 사업도 삼성전자의 빼놓을 수 없는 주력 업종이다. 삼성전자가 LCD 사업을 본격화할 1991년만 해도 LCD 기술은 전부 일본업체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독자적인 기술 개발로 1995년부터 LCD 양산에 나서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1998년 드디어 LCD 산업의 원조라고 하는 일본 기업들을 앞지르고 10인치 이상 대형 LCD 시장에서 세계 1위(수량 기준)를 차지하게 된다. 2002년에는 중소형을 포함한
매출기준 세계 1위까지 달성하면서 명실공히 LCD 업계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