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잠수탄' 해군, 침몰 당시 뭐했나 봤더니…

  • 정부 "선체 자세 바꾸자"…사실상 '인양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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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 16일 오전 해군의 행보를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공개된 진도VTS 교신 내용에서도 9시 51분에야 처음 등장할 만큼, 긴급상황이던 당시 행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황이 눈에 띄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당일 교신내역에 해군은 단 두 번 등장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던 지난 16일 오전 급박한 상황.

해경이 관리하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교신 속에 해군은 딱 한 번 등장한다.

진도VTS에 오전 9시 51분에 잡힌 딱 한 마디.

"세월호 세월호 여기는 해왕성입니다".

급변침으로 왼쪽으로 기울던 세월호가 오전 8시 55분쯤 제주VTS에 처음으로 구조를 요청한 지 56분만이다.

해왕성은 함정 이름이 아니라 우리 해군 3함대의 호출부호.

동해 1함대 천왕성, 서해 2함대 명왕성과 같이 남해 3함대 소속 함정을 총칭한다.

지난 20일 공개된 세월호와 진도VTS간 육성 교신 음성파일에는 해경과 세월호, 유조선박, 인근을 지나던 어선 등의 어지러운 교신은 있었지만 해군은 이 때 딱 한번 등장한다.

앞서 같은 날 오전 9시4분 7초쯤 사고해역에서 약 60Km 떨어진 목포항 인근에서 해군 함정 한척이 목포해경과 교신한 내역이 진도VTS에 다시한번 잡힌다.

"출항하는 해군입니다, 감도 있습니다".

목포해경이 "세월호 세월호 목포해경입니다 감도있습니까?"라는 교신을 한 지 바로 1분 뒤다.

사고 당일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해경 통신망에 잡힌 해군의 흔적은 두 번이 전부다.

대양해군의 기치는 물론 자국민 보호를 주요 임무로 하는 우리 해군은 세월호가 침몰할 때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교신내역에도 없던 해군 어디서 불쑥 나타났나

CBS노컷뉴스는 "세월호가 침몰하기 직전 해군 함정 한 척과 링스헬기가 사고현장에 있었다"는 증언을 , 구조활동에 참가했던 동거차도 어민들로부터 확인했다.

동거차도 어민 장모 씨는 "사고해역에 도착했더니 여객선이 왼쪽으로 상당히 기울어 있었다"며 "조금 떨어진 곳에 해경과 해군 함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교신에도 잡히지 않은 해군 함정은 과연 어디로부터 왔을까.

취재진이 사고 당일 해군 함정의 실시간 움직임을 해군측에 확인한 결과, 진도 VTS에서 잡힌 교신 내역과 일치하는 동선이 나왔다.

세월호가 침몰 사실을 제주VTS에 최초로 알렸던 오전 8시 55분.

그로부터 3분 후인 8시 58분에 단원고 2학년생 최덕화 군도 해경에 침몰 사실을 신고했다.

초기대응에 실패한 진도VTS는 9시7분에야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지만, 해군은 해경 상황전파 내용을 인지하고 오전 9시쯤 목포항에 대기중이던 고속정 1개 편대를 출동시켰다.

9시 4분에 잡힌 "출항하는 해군입니다 감도 있습니다"라는 목포해경과의 교신내역은 이때 출항하는 두 대의 고속정(PKM)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대의 고속정이 사고해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쯤으로 세월호가 이미 선미를 하늘로 드러내고 있을 때다.

사고발생 직후 해경 상황보고를 접수한 해군작전사령부는 흑산도 위쪽으로 훈련 기동 중인 유도탄고속함(PKG) 함문식함에 사고해역으로 이동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린다.

사고현장과 약 40km 떨어져 있던 함문식함은 최고 속력인 40노트로 사고해역으로 향한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에서 보유한 함정 가운데 가장 빠른 게 유도탄고속함"이라며 "그나마 함문식함이 제일 가까워 기동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결국 진도VTS에 딱 한번 잡힌 "여기는 해왕성입니다"라는 해군 교신의 주인공은 함문식함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자정보방, 모스코스, 핫라인으로 은밀히 접근

해군은 해경과 상선, 어선이 쓰는 초단파무선통신(VHF) 채널과는 다른 채널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는 해경과 상선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VHF 16번 콜링채널과 권역채널을 개방하지만 해군끼리의 교신 때는 고유 채널을 쓰거나 문자정보망을 이용한다.

문자정보망은 해군작전사령부나 함대사령부가 바다에서 작전 중인 함정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상황보고다.

작전 지역에서 기동하는 모든 해군 함정들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문자정보망으로 함대 혹은 해작사와 의사소통을 한다.

또 '모스코스'라는 위성시스템도 이용된다.

두 방식 모두 다른 상선이나 어선이 해군 작전내용을 청취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보안통신이다.

해군 관계자는 "해경과 함께 작전할 때는 일반 통신망을 사용하지만 긴급 군사 작전 등에는 보안을 이유로 문자정보망이나 위성통신, 핫라인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해경 교신내역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해군이 나름의 방식으로 상황전파를 하며 사고해역에 접근했다는 얘기다.


◈해경 상황보고로 급파됐지만 할일은 별로

함문식함이 사고해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10분.

해경은 고무단정을 이용해 좌측으로 90도 가까이 기울어진 세월호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들을 한창 구조하고 있었다.

이준석 선장과 선박직원들이 구조된 것도 이 때다.

하지만 450톤급 함문식함은 별다른 구호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고무단정이 세월호에서 쏟아지는 승객들을 구조 중이었기 때문에 근접 기동이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해군 관계자는 "먼저 도착해 있던 해경이 '해군함 스크류 와류에 고무단정이 휩쓸릴 수 있으니 좀 떨어져 있어 달라'고 요청해 구조활동에 바로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3함대에 배치된 링스헬기도 상황은 마찬가지.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장비가 아닌 대잠작전 장비를 달고 출동한 해군 소속 링스헬기는 현장에 일찍 도착했지만, 막상 세월호에 접근할 수 없었다.

이미 해경 헬기 한 대가 세월호 오른쪽 난간 쪽에 기어오른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군 관계자는 "공역통제 때문에 링스헬기가 세월호에 근접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미군 헬기도 왔지만 상황은 비슷했다"고 말했다.

공역통제(空域統制)란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공간 내에 동시 비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결국 해군은 해경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고 사고해역에 은밀히 접근했지만, 함문식함과 링스헬기 모두 이렇다할 운용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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