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라이프 시대 열린다] <3>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
  • 농산물·부동산 등 앱 통한 직거래 급증… 유통구조 확 바뀐다
    중간 판매상 건너 뛰어 시장 단순화… 구매시간도 빨라져 생산-소비자 윈윈
    재택·이동근무 늘어 脫사무실 가속화… KT 등 '스마트 워크' 시스템 잇달아
  •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 입력시간 : 2012-01-29 16:43:30
    • (사진: 1 / 2 건) 스마트 환경이 업무방식까지 바꿔 기존 사무실보다 스마트워크 공간을 더 선호하는 탈사무실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KT 직원들이 경기도 분당본사 내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유통구조 단순화·업무환경 개인화 가속시켜

    ‘결국 모바일에서 검색은 사라질 것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모바일 정보기술(IT)환경의 중심이 검색이 아닌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라는 확신을 굽히지 않았다.

    앱은 검색이나 광고를 거치지 않고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수행하거나 연결시킨다. 따라서앱이 중심인 모바일 스마트세상에서 기업, 광고 등 중간자가 낄 여지는 많지 않다. 그만큼 소비자에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활용돼 시장을 단순화시킨다. 가령 농산물이나 상품구매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한 화면에서 직접 비교해보고 그 자리에서 모바일 결제를 한다. 중간 유통단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비즈니즈 환경이 변할 수 밖에 없다.

    고상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융합연구실장은 “사용자 개인중심의 ‘모바일 라이프’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환경이 시장과 유통구조의 단순화, 업무환경의 개인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스마트환경이 전통적 시장구조도 바꿔= 전북 완주 농가들은 현재 두부·콩나물 등 10가지 농산물을 박스형태로 직접 판매하는 ‘로컬푸드’를 올 하반기께부터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할 예정이다. 완주군 관계자와 농민들이 IPTV(인터넷TV)셋톱박스를 중계기 삼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 광고를 하고 소비자들은 SK브로드밴드가 만든 앱을 통해 상품을 고르고 주문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만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방송용 카메라처럼 사용한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모바일 직거래 방식도 주목받는다. 중간판매상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서울지역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비교·구매하는 것. 스마트폰이 생산자-중간도매자-소매-소비자로 연결되는 유통단계를 단순화시켰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중간마진도 사라진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로컬푸드 한 상자를 시중가격 3만6,000원보다 30% 싼 2만5,000원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김창호 SK브로드밴드 팀장은 “현재 로컬푸드 회원은 3,000명에 불과하지만 스마트폰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고물가 시대의 획기적인 거래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중고품 직거래는 광범위하다. 글로벌 차량중개업체인 카클(carcle)은 스마트폰과 QR코드(2차원 바코드)로 자기 차량을 무료로 광고하고 직거래하는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선보였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는 지난해 주택·토지 등 매도희망자가 올린 매물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훑으면 해당 매물에 대한 정보와 연락처가 화면에 뜨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직거래 앱을 내놨다. 애플 아이폰에만 제공되지만 출시 6개월만에 약 5만건이 다운로드됐다. 부동산 중개소에 내는 수수료율은 2억원 이상 주택이면 보통 매매가의 0.4%에 달한다. 수수료가 부담되는 대학가 원룸, 소형주택 매매희망자들이 스마트폰 직거래에 열중하는 이유다.

    ◇업무스타일도 변화, 탈(脫)사무실 이끌어=스마트환경 확산은 통신·방송 등 IT분야를 넘어 가정·문화는 물론 업무방식까지 변화시킨다. 사무실은 기업 정체성과 브랜드를 유지하는 공간이지만 최근 재택근무, 이동근무 등 ‘스마트워크(Smart work)’로 공동화(空洞化)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유연근무제에 선도적인 KT는 지난 2010년말부터 스마트워크을 적용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자택이나 스마트워킹센터에서 근무한 직원은 전직원 3만2,000명의 절반인 1만6,000명(중복 포함)에 달한다. 자녀 보육 등을 이유로 집과 가까이 위치한 스마트워킹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수도권·대전에 있는 16군데 센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KT 경기도 분당사옥에서 근무하는 문주선 대리(31)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특성상 몰입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종종 서울 광화문과 서초사옥의 스마트센터를 애용한다”고 말했다.

    KT가 다른 기업들 대상으로 스마트워크가 가능한 업무공간을 빌려주는 전국 13군데 센터에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IT업종을 비롯해 공기업, 금융·보험 등 총 63개사가 임차해 쓰고 있다. 탈(脫)사무실 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포스코 등 여러 기업에 전수해 주고 있다. 최근에는 4세대 이동통신인 LTE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모바일 인트라넷 ‘마당’앱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전 직원 6,000여명에게 나눠줬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외부에서 업무를 보면서 사내 인트라넷처럼 회사로 메일 보내기, 직원 검색 등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기기가 확산될수록 물리적 제한을 뛰어넘는 것이 가능해져 라이프 스타일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 또한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컨버전스팀장은 “모바일중심의 환경변화는 사용자들의 시간·공간적 제약을 없애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가정과 미디어, 자동차 분야에까지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구글이 지난해 말 미국 특허를 획득한 무인운전 자동차는 짧은 시간 내 자율 주행차량의 출현을 예고했다. 구글의 방대한 모바일 지도데이터와 각종 센서기술로 결합된 무인운전자동차가 현실화된다면 사실상 차량 내에서 먹고 자는 등의 생활이 가능한 제3의 공간이 창조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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