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보면 당신이 보인다!
여성중앙|
입력 2011.12.16 15:50
|누가 봤을까? 40대 여성,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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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냉장고는 우리의 건강을 비추는 거울이다. 채소가 많이 들어 있는 냉장고는 인스턴트 식품으로 꽉 찬 냉장고보다 건강하고, 오래전 사둔 음식들로 가득 찬 냉장고보다는 부족한 듯 보이지만 조금은 비어 있는 냉장고가 몸에는 좋다. 냉장고의 외형적 크기뿐 아니라 내용물도 함께 줄여야 하는 이유다.

1 건강 냉장고

비교적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하는 가정의 냉장고. 인스턴트 음식이나 가공식품은 찾아볼 수 없다. 또 그때그때 신선한 채소를 구입하고 잠시 동안만 보관하는 기능으로 냉장고를 활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채소의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한다. 채소 속에는 항산화제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세포의 손상을 억제하고 발암 위험도를 낮춰준다.

2 당뇨 냉장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꽉 찬 냉장고. 미리 조리된 음식들이 냉장고 속에서 산화가 진행되고 있다. 혈당 지수가 높은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게 되면 인슐린 분비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결국 당뇨병을 불러올 수 있다. 또 활성 산소의 과다 생성으로 생활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피로를 자주 느낄 수 있다. 냉장고만 봐도 영양소 불균형이 심각해 보인다.

3 비만 냉장고

텅 빈 냉장고는 역설적으로 대개 비만 냉장고일 가능성이 높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 위해 장을 보는 일이 거의 없고, 끼니는 주로 배달음식과 외식으로 때울 가능성이 높다. 바깥 음식은 칼로리가 높고 탄수화물과 동물성 지방을 많이 사용한다. 고칼로리 저영양 음식이 대부분인 외식을 장기적으로 지속하면 각종 성인병, 비만, 영양결핍, 만성 피로 등을 초래할 수 있다.

4 위암 냉장고

일본 후생노동성 연구팀 조사 결과 젓갈, 피클 등의 염장 식품 등을 거의 매일 먹는 사람은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위암에 걸릴 확률이 남자는 3배, 여자는 2배 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염분은 위장 점막을 자극해 발암 물질의 작용을 촉진한다. 때문에 젓갈, 피클 등 소금과 같은 염장 식품이나 다량의 소금을 넣어 만든 가염 버터와 드레싱이 가득한 냉장고는 위암을 부르는 원인이 된다.

냉장고의 부피와 용량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것을 그 안에 채워 넣는다. 특히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1+1 상품은 물론, 대용량 제품들을 한꺼번에 구매한다. 하지만 구매한 물품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대부분은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결국 사오자마자 냉장고로 직행하여 잔뜩 쌓아 놓기만 하고, 두고두고 묵혀 먹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디에 어떤 식재료를 두었는지 가물가물하게 되고 한참을 뒤적여 겨우 찾은 음식은 어느새 냉장고 속에서 썩어 쓰레기통으로 가야 하는 상태이다. 문제는 이것이 몇 번의 실수나 습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꽉 찬 냉장고는 가족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

오래된 음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양소 파괴가 심화된다. 특히 채소에 다량 함유된 섬유질은 며칠만 지나도 본래 함유량의 40% 이하로 감소한다. 냉장고에 오래 넣어둘수록 음식의 영양소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음식의 산화. 아무리 싱싱한 채소라고 해도 밭에서 뽑아낸 후부터 산화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거기다 한 번 조리했던 음식, 포장지를 개봉한 인스턴트식품, 먹다 남긴 음식 등은 산화가 더욱 빨리 진행된다. 음식의 산화는 우리 몸에 산화 스트레스를 불러 활성 산소를 만들고, 결국 이는 노화와 암을 유발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넣어둔 냉장고 속 음식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장기간 보관해 둘 요량으로 필요 이상으로 많은 상품을 구매해 냉장고에 마치 창고처럼 쌓아 놓는 대신, 소량 구매가 가능한 집 앞 슈퍼마켓에서 싱싱한 재료를 먹을 양만큼만 구입해 냉장고 사용을 최소화해 보자. 그것이야말로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인스턴트 음식이 많은 우리 집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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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냉동 채소와 통조림 햄, 가공 파스타 소스 등이 눈에 띄는 다윤이네 냉장고. 다윤이는 냉장고 속 인스턴트 음식과 관련된 기사를 쓰고 난 뒤 엄마와 함께 조금씩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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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다윤이네 냉장고 외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이다윤 양. 다윤이는 작년부터 청와대 어린이 신문 『푸른 누리』어린이 기자로 활동하면서 생활 속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많은 기사를 써왔다. 그러던 어느 날 다윤이는 '우리 집 냉장고'와 관련된 기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인스턴트식품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냉장고를 관찰하고 사진도 찍어보았다. 그랬더니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던 음식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냉장고에는 통조림 햄, 통조림 생선, 냉동 만두, 냉동 갈비 등 갖가지 인스턴트 음식들이 가득 차 있었다. 다윤이는 이를 신문에 게재했고, 냉장고 속 음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진을 찍어 보니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사는 음식의 대부분은 자연식품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윤이가 살펴본 냉장고 속 음식은 생선, 고기 등을 제외하면 모두 가공식품이었다. 한번은 아빠가 좋아하는 과자를 2박스나 사는 걸 보았다. 콜라도 한꺼번에 여러 박스를 사서 냉장고에 채워두었다. 또 다윤이의 할머니 집에는 큰 냉장고가 세 개나 있다. 냉장고, 냉동 전용고, 김치냉장고에는 모두 음식이 꽉 차 있고, 할머니는 항상 냉장고에 음식이 비어 있으면 안 된다고 하신다.

넉넉히 장을 보고 냉장고에 빈 공간이 있으면 바로 채워 넣으신다. 인스턴트 음식은 낮 동안 혼자 있는 다윤이가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왠지 그것들이 냉장고에 들어오면서 부쩍 살이 붙은 것도 같다. 다윤이는 고민 끝에 자연주의 전문가로 활동하는 엄마의 친구에게 건강한 냉장고는 어떤 모습인지, 자신의 집 냉장고 상태는 어떤지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볼품없는 냉장고가 건강한 냉장고

텅 빈 박정은씨네 냉장고. 주로 그날 사온 식재료나 곡물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주의 삶을 실천하는 박정은(38)씨는 올바른 냉장고 사용법에 대해 궁금해하는 친구의 딸 다윤이에게 인스턴트 음식은 바쁜 엄마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 사항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들이 주는 해로움에 대해 말해 주고, 다윤이가 먼저 냉장고 속 음식을 바꿔볼 것을 제안해 보라고 말해 주었다.

사실 박정은씨의 냉장고 사정도 처음에는 다윤이네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결혼 후 완전히 변하게 됐다. 건강식 요리를 좋아하고 신선 채소를 즐겨 먹는 시댁의 습관을 이어받고, 아토피를 갖고 태어난 두 아들의 건강을 위해서 식재료의 선택과 보관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가공된 음식, 누군가의 손을 많이 거친 음식은 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또 되도록 신선하고, 재료에 담긴 영양소를 온전히 갖고 있는 것이어야 했기 때문에 유통 과정이 오래되지 않는 것들만 까다롭게 골랐다.

주로 집 근처 '팔당생협'을 찾아 가까운 지역에서 수확해 유통 기간이 오래되지 않은 신선하고 정직한 식재료를 구입했다. 결정적으로 마트 쇼핑을 끊으니 소량 구매가 보다 쉬워졌다. 1+1 상품이나 세트 상품을 피하고, 대용량으로 구매해 오래 쓰는 대신 소량의 제품을 구입해 되도록 빨리 소비했다. 그러고 나니 자연스럽게 냉장고에 넣을 음식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날 구입한 음식은 대부분 그날 모두 소진하다 보니 냉장고에 빈 공간이 늘어났고 사용 빈도도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그 사이 두 아들은 아토피가 완치됐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공식품을 전혀 먹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냉장고를 보면 우리 집 가계의 소비 습관이 보인다

홍현정씨의 알뜰한 냉장고.

얼마 전부터 작은 냉장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홍현정(47)씨. 사용하던 냉장고가 고장이 나면서 냉장고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지 알고 싶어 집 근처 가계 재무 상담처를 찾은 것이 계기였다. 상담이 끝난 후 그녀는 '과연 큰 냉장고가 꼭 필요할까?'라고 스스로 의문을 던졌다. 냉장고가 크면 전기 소비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안 그래도 좁은 집 안에 자리를 크게 차지해 그만큼 가족의 공간이 빼앗길 수밖에 없다. 또 공간이 넉넉할수록 쌓아두었다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도 늘어나 결국 가계 소비에는 부정적인 효과만 가져다줄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이전에 사용하던 냉장고의 절반 크기인 275ℓ의 자그마한 냉장고를 마련했다. 쌀, 채소, 과일 등은 되도록 항아리에 담아 보관했고, 다른 재료들은 먹을 만큼만 슈퍼에서 사와 그날 바로 식탁에 올려 먹었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에는 김치, 직접 담근 과실 음료, 전날 만든 반찬 등이 전부였다. 종종 시골 친정엄마가 한 상자 가득 음식을 보내주면 이웃에 나눠주고, 매끼 조리법을 달리하며 열심히 먹어치웠다.

어떤 음식이든 되도록 오랫동안 보관해 두지 말자는 것이 원칙이었다. 확실히 냉장고가 작아지니 보관보다 조리를 먼저 생각하게 됐고, 혼자 갖고 있기보다 나눠 먹는 것이 익숙해졌다. 결정적으로 큰 냉장고에 넣어두고 무엇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방치했다가 결국 썩혀서 버려야 했던 음식물 쓰레기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제 냉장고만 보아도 가계에 불필요한 소비는 없는지, 소비 습관과 지출 관리 능력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되었다.

기획_조한별 사진_문덕관, 이재희, 이민희, 강민구

여성중앙 2011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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