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뉴트렌드] 日, 소프트뱅크· 라쿠텐이 電氣도 판다

  • 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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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11.13 03:05

    [내년 전기 소매시장 완전 자유화]

    - 8400만가구 70조원 시장 열려
    가정용 전기공급 독점 풀어 전기요금 인하 효과 노려
    태양광사업 벌인 소프트뱅크, 생산한 전기 직접 팔 수 있어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 新산업 시장 확대도 기대

    일본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는 내년부터 전기·통신·인터넷서비스 결합 상품을 판매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SK텔레콤이 통신·인터넷에 더해 전기까지 각 가정에 파는 셈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1년 10월 '에스비(SB)에너지'라는 전력회사를 세워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벌여왔다. 지금까지는 생산한 전력을 전력회사에 팔아왔지만, 내년부턴 직접 일반 가정에 판매하는 것이다.

    日, 전기 소매시장 자유화

    일본이 내년 4월 전기 소매(小賣)시장을 완전 자유화한다. 100년 넘게 굳어져온 전력회사의 독점 판매 시장에 '빅뱅'이 시작된 것이다. 법적으로 일본의 전기 판매 시장은 '누구나 팔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뀐다. 내년 4월이면 전력회사가 독점해온 8400만가구, 7조5000억엔(약 70조원) 규모의 소매시장이 새로 열리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7년에는 2조엔(약 19조원) 규모의 도시가스 소매시장까지 풀기로 결정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2년 교토에 준공된 태양광 공장 준공식에서 자사의 전력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2년 교토에 준공된 태양광 공장 준공식에서 자사의 전력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전기 소매시장을 자유화하면서 소프트뱅크는 내년부터 전력을 일반 가정에 직접 판매한다. /블룸버그
    일본은 그동안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마다 한 개 회사가 전기를 공급하는 '지역 독점제'를 고수했다. 1980년대 말부터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의 전기 소매시장 자유화에 맞춰 일본은 2000년부터 대형 전기 소비자부터 시장을 단계적으로 자유화해왔다.

    일본 정부의 목표는 전기 소매시장 경쟁 체제 도입으로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한국전력이 독점 공급하던 가정용 전기를 다른 업체들도 공급하도록 허용하는 셈인데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통·IT·상사 등 400여개사 '군침'

    일본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라쿠텐은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싸게 산 뒤, '라쿠텐트래블'에 가입한 2만8700개 숙박 시설에 싼값에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라쿠텐은 내년 4월부터 '라쿠텐 포인트'로 전기요금을 내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한국의 롯데닷컴 등 롯데 계열사 인터넷 쇼핑몰 통합 포인트인 '엘포인트'로 전기요금을 내는 것과 같다. 소프트뱅크의 경쟁사로 일본 2위 통신 기업인 KDDI는 자사의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 회선을 사용할 경우 전기를 추가 할인해준다.

    이런 식으로 전기 소매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기업만 일본에선 400여개다. 기존 전력 기업인 간사이전력은 이업종(異業種)의 KDDI와 전력 소매사업 제휴를 맺고 전력과 통신을 함께 묶어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전력 시장은 일본과 달라"

    이런 변화는 전기요금 인하는 물론 에너지 신(新)산업 시장 확대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HE MS(가정용에너지관리시스템) 사업을 시작한 파나소닉이 대표적이다. HEMS는 주택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뒤 생산된 전력을 매입해서 전력회사나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사업이다. 파나소닉은 이를 응용해 가정 내 전자제품 등의 전기 소비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 등을 구축해 전기요금을 종합 컨설팅할 방침이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HEMS 설비 시장 규모가 올해 9490억엔에서 2020년 1조1795억엔(약 1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전기공학)는 "일본의 시장 자유화로 OECD 회원국 중 전기소매 시장 판매 독점 체제는 한국, 멕시코, 이스라엘 등 소수만 남게 됐다"며 "전기 소매시장 자유화 후 전력 공급 회사들이 서비스 혁신을 단행해 국가 전체로 에너지 절약 효과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경쟁적으로 키우는 에너지 신산업 발전을 위해 민간기업이 에너지와 ICT를 결합한 상품으로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외치지만 지금처럼 한전과 가스공사가 독점하는 시장에선 IT회사들이 들러리만 설 뿐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을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일본은 전기요금을 낮추기 위해 전력시장 자유화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전기요금이 낮아 추가 인하 여력이 거의 없다"며 "일본의 전력회사가 민간기업인 반면 한전은 공기업이어서 시장 지배력 남용 같은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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