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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많은 재벌, 과연 행복할까?

  • 홍성추
    프리미엄조선 객원기자(재벌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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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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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행복한가(上)

지난 1993년 8월 어느날. 회사로 모그룹 홍보담당 임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차분한 어조로 “어제 슬픈 일이 있었다”면서 “가족의 아픔이니까 당분간 기사가 안나갔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좋은 일도 아니라서 기사를 잠정적으로 보류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엠바고인 이 기사는 7~8년 흐른 뒤 한 여성지가 보도하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외동 아들이 병사한 내용이다. 고 3이었던 외동 아들을 잃은 구 회장은 그 일이 있은 뒤에 딸을 하나 얻었고, 동생(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광모씨를 2004년 양자로 입적시켜 현재 LG그룹의 후계자로 경영수업을 시키고 있다.

재벌 집안에 태어난 것이 복이라며 부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재벌 집안은 나름대로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다. 국내 굴지의 재벌가에 아픔이 없는 집안이 별로 없을 정도다. 국내 최대 재벌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현대·LG·롯데·옛 대우 그룹 총수 집안에도 총수보다 먼저 자식을 잃는 슬픔이 있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윤형씨는 2005년 미국 뉴욕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처음에는 교통사고로 발표했으나 자살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재벌가의 막내딸이 자살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그 후 삼성 이건희 회장 가족 사진첩에는 막내딸의 얼굴이 지워졌다. 부모 보다 먼저 생을 마감한 자식에 대한 원망과 사진을 보는데서 오는 슬픔으로 인해 지워 버렸다는 후문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왼쪽)과 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왼쪽)과 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도 생전에 자식을 잃는 아픔이 있었다. 장남인 몽필씨는 교통사고로 4남인 몽우씨는 자살로 생을 마쳤다. 생전에 정 회장은 장남과 4남의 자식인 손녀와 손자를 끔찍이 아꼈다는 얘기가 있다. 정 회장이 타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5남인 몽헌 회장도 계동 현대사옥에서 떨어져 이승과 하직하고 말았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그룹이 한창 잘 나갈 때인 1990년 장남이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하는 비운을 맛보아했다. 이듬해 아들의 이름을 따 ‘선재미술관’을 만들고 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선재미술관은 지난해 우양미술관으로 개명, 현재도 각종 기획전시 등으로 국내 미술관 중 몇째 안가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의 아들도 이국 아파트에서 추락해 생과 이별하고 말았다.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던 동학씨는 2005년 태국 방콕 공항 인근 아파트에서 추락한채 발견,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이외에도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나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의 차남이 강에서 익사한 일 등 재벌가의 비운은 수없이 많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왼쪽)과 신준호 푸르밀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왼쪽)과 신준호 푸르밀 회장

재벌가들의 비보는 비단 국내 뿐만 아니다.가끔 억만장자의 후손이 어디에서 객사했다라는 보도가 나와 일반인들을 의아케 한다.

재벌가에 대한 비운은 미국 시카고의 ‘세계 제일 가는 9부자 이야기’가 잘 말해준다. 1923년 시카고의 에지워터비치 호텔에서 당시 최고의 부자 9명이 회합을 가진 적이 있다. 막강한 부를 축적한 철강회사와 전기회사 음료회사들이었다.당대에 성공한 이들은 25년 후 다시 만나 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20년 쯤 되었을 때 이들의 후일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의 사장이었던 찰스 샵은 5년전에 파산하여 빚쟁이를 피해 다니다가 병사하였고, 전기회사 사장이었던 샤뮤엘 인셀은 재산을 모두 탕진해 외국에서 객사하고 말았다. 가스회사 사장이었던 하워드 홀슨은 정신병자가 되고 말았고, 증권회사 사장이었던 리처드 휘프니는 범죄혐의로 교도소에 들락거릴 정도로 전과자가 되었다가 병사하고 말았다.

맥주회사 사장이었던 제스 비브모어와 레온 프레이저라는 은행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30년도 안돼 세계 최고 갑부라는 이들의 말로가 평범한 사람보다 못했다는 시카고의 9부자 얘기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재벌이라고해서 다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들이 증명해 주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재벌가에 며느리로 들어갔다가 얼마 살지 못하고 이혼한 A씨를 몇년전 인터뷰 한적이 있다. 결혼하는 순간부터 숨이 막혀 살기가 힘들었다는 하소연이었다. 마치 새장속에 갇힌 새처럼 자신의 삶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는 얘기였다. 도박도 해보고 쇼핑 중독에까지 이르렀지만 상태가 나아지지않아 우울증까지 찾아오자 이혼이라는 극단을 선택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물질은 비록 풍족하지 않을지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최대의 행복이라고 주장한 A씨의 생생한 목소리가 지금도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돈=행복’이라는 등식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다.

재벌은 행복한가(中)으로 계속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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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속된 태광·CJ·동양그룹 회장들…바야흐로 막 오른 재벌 총수들의 수난 시대

  • 홍성추
    프리미엄조선 객원기자(재벌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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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0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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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행복한가(中)

바야흐로 재벌 총수들의 수난시대다. 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 5명이 현재 구속되었거나 형집행정지 상태에서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법정에 들락 거리는 총수도 몇 명이나 된다. 재벌 총수가 아니었으면 건강을 잃지 않고 감방 신세를 피해갔을 수도 있다.

재벌 총수의 구속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몇 년전만 해도 총수들에겐 집행유예라는 ‘특혜’가 있었다. 한 50일 정도 수형생활을 하면 그만이었다. 대부분 1심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풀려났다가 얼마 지나 사면 복권을 받는 일이 공식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심지어 구치소에 며칠 있지도 않고 병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기도 했다.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단어가 그래서 생겨 났다.

재벌 총수 집안 중 최대 수난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된 태광그룹 이호진(52) 회장이다. 어머니인 이선애(86) 여사도 함께 구속돼 현재 교도소에 있다. 이선애 여사는 2012년 12월 회사돈 400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돼 형을 살고 있다. 병보석으로 잠시 병원에 있거나 교도소에 재수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아들인 이호진 회장은 간암 판정을 받아 지난 해 8월 수술을 받고 현재 형집행정지인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90을 바라보는 모친과 간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한 아들이 같이 영어의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태광 이호진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씨가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태광 이호진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씨가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특히 모친 이선애 여사는 창업주인 이임용 회장과 함께 공장을 돌리고 직원들을 챙긴 여걸로 소문난 분이었다. 태광산업은 한때 주식시장에서 주당 가격이 가장 비싼 ‘황제주’로 인정 받을 만큼 탄탄한 회사였다. 이호진 회장은 이러한 제조업 위주의 사업을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 장 조카와의 불화와 임직원들 통솔 부재 등으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폐쇄적인 경영과 하도급 업체에 대한 횡포 등으로 재계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모자가 구속되고 건강이 급속하게 나빠졌는데도 동정 여론이 일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 회장의 폐쇄적인 경영과도 관련이 있다고 업계에선 지적하고 있다.

CJ 이재현(54)회장은 어떤가. 횡령과 탈세 배임 혐의로 구속된 그는 희귀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병원과 구치소를 오가고 있다. 유전적 희귀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해지면 걷지를 못할 정도로 발전된다고 의료계에선 얘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아내의 신장을 이식받는 대수술을 하기도 했다. 신장이식은 약간만 소홀이 다뤄도 트러블이 발생, 자칫하다가는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 재벌 총수의 병명은 특 1급 비밀인데도 수형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오픈’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재현 회장은 재벌 2·3세 경영인 중 유일하게 유학을 하지 않은 ‘토종 경영인’이다. 삼성가의 장손 경영인으로서 한때 삼성 그룹 후계자 반열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필자가 1992년 삼성전자 전략 기획실 이사로 승진했을 때 단독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이때 이 회장은 무척 신중했고,자기 관리에 철저했음을 내비쳤다. 제일제당을 삼성으로부터 물려받아 오늘의 CJ그룹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CJ그룹의 미디어 분야는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로 정평이 날 정도로 업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상태였다.
어쨌든 태광 이호진 회장이나 CJ 이재현 회장의 현 상태는 예전 재벌 총수들의 ‘칭병’과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휠체어를 타고 법정으로 향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휠체어를 타고 법정으로 향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동양 현재현(65) 회장도 최근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동양 현 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이양구 회장의 맏사위로 그룹을 물려받아 한 때 잘나가는 사위 총수로 불렸던 인물이다. 그는 조부가 고려대 총장, 부친은 이화여대 교수을 지낸 엘리트 집안 출신이다. 자신 역시 서울법대 3학년 때 사법 시험에 패스한 수재였다. 현직 검사 시절인 1976년 이 회장의 장녀인 혜경씨와 백년 가약을 맺고 동양그룹 맏사위가 됐다. 결혼 이듬해 검사직을 사임하고 ‘황금의 제국’의 길로 들어섰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국제금융을 공부하고 귀국, 장인 밑에서 착실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장인이 타계하자 시멘트를 비롯한 모기업은 맏사위인 현 회장이 맡고, 제과업은 둘째 사위가 맡는 것으로 지분 정리를 끝내고 각기 경영에 돌입했다.

그룹 회장이었지만 현 회장의 주식은 아내보다 적었다. 그래서 2005년 동양레저를 세워 지주회사로 만들고 자신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때부터 주변에 처가쪽과의 불화설이 불거져 나왔다. 외환위기 이후 그룹 경영이 나빠지면서 무리하게 전환사채(CB)등을 발행,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사기성 기업어음(CP)등을 발행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중형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동양 그룹은 한때 재계 10위권을 맴돌 정도로 시멘트·건설·금융 등 사세가 막강했었다.

현 회장은 재벌가와 혼인을 하지 않았더라도 검사로서도 인정 받고 상위 1%의 삶을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재벌가 딸과의 결혼으로 인생 말년에 망신살을 당한 형국이 되고 말았다. 재벌들의 수난은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재벌은 행복한가(下)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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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이 검찰에 불려가자 비서실장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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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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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행복한가(下)

국내 유명 재벌총수들 중 검찰 수사를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특히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수사 때는 주요그룹 총수 전원이 검찰에 불려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현명관 삼성그룹 비서실장(현 마사회 회장)은 필자에게 “자신이 비서실장 재직중에 가장 치욕적인 일이 이건희 회장을 검찰에 불려가도록 한 일”이라며 “앞으로는 절대 그런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적이 있다. 그러나 10여년 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이 회장은 다시 한번 검찰에 소환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최근 STX 고위 임원을 지낸 C씨를 만났다. C씨는 “강덕수 회장은 역대 재벌총수 중 가장 ‘비참한’ 수형 생활을 할 것 같다”면서 “그룹 핵심임원이었던 사람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총수와 달리 기업군을 일군 지 얼마 안돼 조직(기업)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심지어 변호사 비용 마저 마련할 형편이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이 모두 넘어가 버렸기 때문에 모든 비용은 자신이 마련하고 있는데 개인 돈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재벌 춘몽’이 15년 만에 막을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강덕수’ 하면 샐러리맨의 신화로 얼마전까지 칭송받던 STX 그룹 회장이다. 강 회장은 2조원대의 회계 분식과 약 5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IMF가 한창일 때인 2000년 강 회장은 매물로 나온 쌍용중공업을 사재를 털어 인수하는 모험을 강행한다. 이듬해 STX로 개명, 본격적인 사세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 기업은 순풍을 달았다. 조선과 해운이라는 영역에 치중, 한 때 국내 재계 랭킹 11위까지 오르면서 셀러리맨의 신화로 떠올랐다.

다른 창업주와 달리 강 회장은 평범한 셀러리맨에서 재벌 반열에 들어선 면이 돋보였다. 대부분의 제조업 창업주는 현장에서 차근 차근 영역을 넓혀 가며 수십년 동안에 기업군을 일궈냈다. 그래서 주변에선 IMF는 강 회장을 위해서 있었던 것 같다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강 회장의 영화는 15년만에 막을 내렸다. 기업 경영 기간이 일천해 다른 몰락한 총수와 달리 재산을 제대로 숨겨두지도 못했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 CFO까지 올랐던 그가 ‘재벌 흉내’만 안냈으면 구치소 신세까지는 면하지 않았을까.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2014년 4월 1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고 있다./김지호 객원기자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2014년 4월 1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고 있다./김지호 객원기자
SK그룹 최태원 최재원 회장 형제는 지금 나란히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다. 태광 그룹 총수 모자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이들은 형제가 영어의 몸이 되고 말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월 수백원대의 회삿돈 횡령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4년 형을 확정 받아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최 회장은 예전에도 8개월 동안 철장 신세를 진 적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구속돼 2번째 수형 생활이다. 다른 총수들과 달리 아직은 교도소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룹 핵심 임원들이 매일 교대로 면회를 가는 등 모든 역량은 회장 옥중 뒷바라지에 메달려 있다. 그룹의 중 장기 플랜은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나 다름없다. 아무리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되었다고 하지만 중요 결정은 오너가 아니면 내리기 힘든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교도소와 참 인연이 많은 총수다. 첫 번째 인연은 지난 1993년 일어났다. 외화 밀반출 혐의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두번째의 인연은 지난 2007년 유명한 ‘북창동 폭행사건’에 연루, 구속되면서 맺어졌다. 3번째가 2012년 배임죄 등으로 구속되었다가 올 2월 고법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된 것이다. 고법 판결 이후 김 회장은 상고를 포기 현재 집행유예형이 확정된 상태다. 지난해 한화그룹 고위 임원이 필자를 만났을 때 “지금까지와 달리 이번 구속은 정말 힘들어 한다”면서 “면회를 하면서 자신도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안스러워 한적이 있다. 3번째 구속으로 심신이 많이 피폐해졌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었다. 오죽해야 김 회장 스스로가 ‘검찰과 인연이 많은가 보다’라고 소회를 밝혔을까. 다른 재벌 2세 총수 보다 김 회장의 업보가 심했기 때문일까.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각종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불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 거액을 빼돌렸느냐, 회사 경영을 위해 법을 위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느냐가 재판의 쟁점이다. 다른 총수와 달리 구속을 면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그룹 인사들은 평하고 있다. 조 회장은 79세의 고령인데다 현재 심장 부정맥 증세와 담낭암이 발병하는 등 몸 상태도 안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전국경제인 연합회 회장을 할 정도로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조 회장이지만 법 앞에선 초라한 모습 그 자체다.

효성이 이처럼 곤욕을 치르는 것은 조 회장의 세아들과 연관이 있다고 주변에선 얘기한다. 조 회장은 일찍이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차남인 현문씨, 3남인 현상씨 등을 그룹 경영에 참여시켜 후계구도를 가시화 했었다. 그러다 지난 2월 차남인 현문씨가 자신의 지분을 전부 처분하면서 그룹 경영에 손을 떼게 된다. 이때 현문씨가 부친과 형제간 불화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재계에 나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차남 현문씨는 효성그룹 계열사의 배임 횡령 혐의를 수사해 달라고 형인 현준씨와 동생인 현상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말로만 떠돌던 ‘형제의 난’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기업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보이지 않은 ‘암투’가 효성가에서 선대에 이어 두 번째로 벌어진 셈이다. (조석래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때 두 동생인 조양래 한국 타이어 회장과 조욱래 플레이저 플레이스 호텔 체인 회장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검찰 수사에 따라 조석래 회장의 신병 안위는 물론, 세아들의 검찰 수사와 함께 그룹 경영에도 상당한 악재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무리한 부의 대물림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 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와 분식회계로 10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뉴스1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 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와 분식회계로 10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뉴스1
재벌 총수 중 가장 형을 오래 산 사람은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이다. 10년 넘게 교도소에서 있었다. 대구 광명주택의 이수왕 회장은 형을 살다가 교도소에서 화병으로 타계한 케이스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그룹이 해체될 때 해외를 떠돌다가 몇년만에 귀국, 한 때의 영화를 곱씹어야 했다.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지금도 해외에서 유랑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전낙원 회장(2014년 작고)은 문민정부 시절 내내 해외에 도피했다가 암 말기 진단을 받고 귀국했었다. 도피 기간중 아들의 결혼과 부인의 사망에도 참석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재벌 총수와 검찰과의 ‘인연’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재벌들이 현재의 돈과 권력을 대물림으로 계속 영위하려하면 할수록 법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빌 게이츠 같은 재벌을 한국에서 기대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한 것인가.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정신을 우리 나라 재벌들도 알텐데 말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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