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2세 미만 시럽감기약 금지, 아셨나요?

오마이뉴스 | 2013.03.11 11:55

[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 식후 30분에 읽으세요 > 겉그림

ⓒ 이매진

"감기약을 타왔어요. 아기가 계속 칭얼대다가 한 시간 전쯤에야 겨우 잠들었어요. 약 먹는 시간과 분유 먹일 시간이 비슷해요. 자는 아기 깨워 약 따로 분유 따로 먹이려니 안쓰럽기도 하고요. 또 이렇게 따로 먹이면 깰 것 같아서 분유에 감기약을 타 먹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한 여성 포털사이트의 '임신·육아' 게시판에 어떤 엄마가 이렇게 묻고 있다. 한마디로 "분유나 우유 등에 감기약을 타 먹여선 절대 안 된다"이다.

"그렇게 하면 분유까지 먹지 않기도 하니 따로 먹여야 한다.", "분유를 다 먹지 않으면 약도 다 먹지 못하니 따로 먹이는 것이 좋다."

이 엄마의 물음에 육아 선배엄마들이 이처럼 조언한 것이 보인다. 아기가 모유 혹은 분유를 먹느냐, 먹지 않느냐에만 주목한 대답들이다.

그런데 분유 등에 감기약을 타 먹이지 말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화학약품인 약이 모유나 분유를 만났을 때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분유나 우유에 함유된 칼슘이 약의 흡수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한국도 만 2세 미만 아이에게 감기약 시럽제를 먹일 수 없다?

2005년 미국중독노출조사계(TESS)는 기침약, 감기약, 콧물약인 항히스타민제를 먹은 어린이 중 필요이상으로 먹었거나 부작용이 있었다고 보고된 사례가 8만 건을 넘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미국 FDA는 1969년부터 2006년까지 어린이 122명이 감기약을 먹고 숨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FDA는 2세 미만 어린이에게 감기약을 먹이지 못하게 금지시켰고, 캐나다와 영국은 2009년 6세 미만 어린이에게 감기약을 먹이면 안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한국도 만 2세 미만 아이에게 감기약 시럽제를 먹일 수 없다. 그런데도 감기 증세가 있으면 종합 감기약 시럽이나 콧물, 기침 시럽을 사서 먹이는 경우가 많다. 감기약은 6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별 효과는 없고 부작용 위험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

전 세계에 통용되는 감기에 관한 진실이 있기는 하다. 감기는 보통 1주일이면 저절로 낫는다는 것, 충분히 물을 마시고 적당히 쉬는 것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는 것, 감기약이 결코 폐렴이나 합병증을 예방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이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 불가피하게 약을 먹일 수밖에 없다면 되도록 물을 많이 먹이는 게 좋다. 아이들은 수분대사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물을 많이 먹이면 약의 빠른 대사와 분해에 도움이 된다.- < 식후 30분에 읽으세요 > 에서

한국도 만2세 미만 아이에게 감기약 시럽제를 먹일 수 없다? 아마도 이 부분을 읽으며 충격을 받을 엄마들이 좀 많을 것 같다. 콧물이 좀 흐르거나 작은 기침만 해도 부모들은 아이가 감기가 걸렸다고 지레짐작,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닌가 전전긍긍한다. 그리하여 병원으로 달려가거나 약국에서 시럽제를 사서 먹이는 일이 상식처럼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2세 미만 아이에게 시럽감기약을 먹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약사 또한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말이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종종 실수하는 것 중 또 하나는 '시럽에 가루약을 모두 섞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흔들어 따라 먹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감기약을 분유 등에 타 먹일 때처럼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킬지, 약의 효과나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 먹이기 직전에 섞어 먹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시럽이 상할 것을 염려해 냉장고에 보관하는 엄마들도 많은데, 이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반드시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야 하는 항생제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약들은 실온보관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냉장고에 보관하면 습기가 차거나 변형되는 경우도 많고 약 효과도 떨어진단다. 그러니 아이들 약은 물론 어른들의 약도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어린이 OO정, 소아용 OO시럽 등 약 이름만 보고 아이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약, 아이들에게 잘 맞는 약이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어른들 약을 아이들이 먹기 쉽게 씹어 먹는 약으로 만들거나 시럽형태로 만든 게 대부분이다. 병원에서 처방받아 조제하는 경우도 어른 약을 가루로 만들어 1회 용량으로 나눠 포장하는 것이다. 약을 개발할 때 대부분 어린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한 결과를 가지고 몸무게와 키 등 신체조건과 나이를 고려해 용량을 줄여 어린이에게 먹이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어린이는 약을 흡수하고 분해해서 배출하는 기관들이 아직 성숙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는 어른의 경우보다 훨씬 더 주의해야 한다.- < 식후 30분에 읽으세요 > 에서

정량대로 먹이지 않고 스푼에 대충 따라 먹이거나, 시럽 병을 통째로 아이 입에 넣고 대충 쭉쭉 짜 먹이는 엄마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역시 대단히 위험한 태도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몸무게가 적고 약물을 대사시키는 기관들이 덜 성숙한 상태인지라 아주 적은 용량차이로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다 실수로 흘리는 등을 감안해 시럽을 좀 여유 있게 처방해주는 소아과들도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나았다 싶으면 끝까지 먹이지 않아 시럽이 남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남은 시럽들을 모아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열이 나거나 감기 증상이 있을 때 조금씩 따라 먹이는 엄마들이 있다.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좀 더 빨리 낫게 하고 싶은 욕심에 먹이라는 양보다 조금 더 먹이거나 6시간마다 1번씩 먹이라는 지침에도 불구하고 30분 혹은 1시간 앞당겨 먹이는 엄마들도 있다. 이 역시 대단히 위험하다. 왜 위험하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먹이는 것이 바람직한가?

베테랑 엄마도 헷갈리는 어린이 약 먹이기

< 식후 30분에 읽으세요 > (이매진 펴냄)는 약을 제대로 먹는 방법들을 알려줌과 동시에 제약회사들의 비밀들과 정부의 의료정책, 약 소비자인 우리들의 권리 등 약을 둘러싼 우리가 알아야 할 것 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나라의 약물중독이 심하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젠 편의점에서마저 부작용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감기약을 비롯한 일부 약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어떤 성분으로 이뤄진 약들이며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알고 그에 맞게 선택하는 만큼 약물중독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특히 자발적 선택이 불가능한 어린아이들의 경우 부모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먹이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 책에는 베테랑 엄마들도 종종 헷갈리거나 누가 알려주지 않아 미처 모르고 있을 '아이들 약 제대로 먹이는 방법'이 8항목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처럼 엄마들이 흔히 실수하는 것들과 그 위험성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참고로 책은 우리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약국이나 병원에서 처방대로 덜어주는 시럽의 위험성과, 그 시럽과 연고 등을 처방대로 따라주거나 덜어주는 작은 약병이나 용기의 위험성까지 다룬다. 단 한 번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부분인데 저자의 말이 맞는 것 같아 요즘 만나는 젊은 엄마들에게 가급적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제약 회사를 약을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신약 연구개발보다 새로운 질병과 환자를 개발하는데 더욱 열을 올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30여 년 전 다국적 제약회사인 머크의 CEO는 '모든 사람들이 껌처럼 약을 복용하는 사회를 꿈꾼다'라고 말했다. 환자들에게만 약을 팔기에는 탐욕이 너무 컸던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은 이루어지고 있다.(…) 제약 회사는 건강한 사람과 환자의 경계를 애매하게 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환자로 만들기 위해 전문가와 미디어를 이용한다. - < 식후 30분에 읽으세요 > 에서

저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환자와 약사, 국민이 모두 건강한 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www.pharmacist.or.kr)는 1987년 6월 항쟁 때 민주화를 위해 뜻을 모은 약사들이 모여 1990년에 창립한 단체다. 설립 초기에는 노동자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산업 재해 관련 활동, 도시 빈민을 위한 진료소 활동, 의료보장 제도의 연구와 실현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지금은 돈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병에 걸린 사람은 누구나 공평하게 약을 쓸 수 있게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제약 회사와 보건 당국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프로필에서)


7명이 공동집필했다. 이들은 1987년 6월 항쟁 때 우리사회 민주화를 위해 뜻을 모았던 약사들이 모여 1990년에 창립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회원들(박스 기사 참고).
그간 산업재해 관련 활동과 도시 빈민들을 상대로 한 의료 활동 등을 해온 이들은 , 그간의 활동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약 관련 상식들은 물론 이제까지 약 관련 주제의 책들이 거의 다루지 않았던 약 소비자인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권리들을 풍성하게 알려준다.

약은 우리 몸의 병을 낫게 하거나 예방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제대로 써야 할 때(먹을 때)의 이야기다. 용량을 벗어나거나 제대로 쓰지 않으면 도리어 목숨을 잃거나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입는, 우리 몸을 해치는 독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이 고마운 약이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어있는 것을 악용한 제약회사에 의해 본래의 목적보다 이윤추구를 앞세운 도구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먹는 약이나 약을 둘러싼 것들, 우리들의 권리 등을 최대한 많이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식후 30분에 읽으세요 > ㅣ저자: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출판사:이매진 | 2013-01-18 ㅣ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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