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 날고 한국선 기는 보이스톡On Sunday이원호 경제부문 기자 llhll@joongang.co.kr | 제279호 | 20120715 입력
‘31자리 숫자 버튼 터치’ vs ‘한 번 터치’
이게 무슨 뜻일까. 중국에서 한국으로 통화할 때 선불카드 국제전화와 모바일 앱전화의 경쟁력 차이를 보여 주는 단면이다. 선불카드는 31자리를 눌러야 국제전화를 걸 수 있지만 앱전화는 상대번호 한 번 터치로 통화할 수 있다. 최근 중국 출장 길에서 그 경쟁력 차이를 생생하게 경험했다. 기자는 출장 직전에 돈을 미리 내고 국제전화를 싸게 걸 수 있는 선불카드를 준비했다. 두 나라 사이에 휴대전화로 통화하면 분당 2000원이 든다. 분당 60원 수준의 선불카드는 그나마 부담이 작다.
그런데 중국에서 선불카드를 전혀 쓰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선불카드로 한국에 전화를 걸려면 무려 31자리의 숫자 버튼을 쉴 새 없이 눌러야 한다. 현지 접속번호가 6자리, 안내 및 카드번호가 13자리, 상대번호가 12자리다. 웬만한 참을성 갖고는 선불카드로 통화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버튼을 잘못 누르거나 중간에 끊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1년 전만 해도 싸게 국제전화를 걸려고 울화통이 터져도 31자리 버튼의 불편을 감수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중국 현지에서 호텔의 무선인터넷(와이파이)으로 카카오의 무료 앱전화 ‘보이스톡’을 이용할 수 있어서다. 한 번 터치로 한국의 가족과 바로 연결됐다. 와이파이망을 찾아다니고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는 있지만 서로 간단한 소식만 전할 때는 불편하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중국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이나 출장자들은 웬만하면 앱전화를 쓴다. 문자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한국에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려면 건당 300원이 든다. 그러나 카카오의 문자메시지인 ‘카카오톡’은 무료다. 중국 상하이(上海)에 주재하는 한 대기업 임원은 “보이스톡과 카카오톡이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인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통신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정보기술(I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에선 이런 트렌드가 외면당한다.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통신회사가 앱전화를 마음대로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무임승차’를 주장하며 앱전화 서비스에 시큰둥했던 통신업계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국내 모바일앱 생태계는 발목이 잡힐 처지다.
사이버공간에선 ‘스마트폰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마침 미국에서 애플의 페이스타임이 와이파이에 이어 이동통신망으로도 서비스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페이스타임은 지구촌 누구와도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무료 모바일앱 동영상전화다.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 사용자끼리만 쓸 수 있다는 것이 약점일 뿐이다.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첨단 서비스들을 통신업계가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 그 둑은 조만간 터진다. 통신업계가 음성통화 등 소위 ‘빨랫줄 사업’만 고집하면 성장은커녕 생존도 보장받을 수 없다. 당장은 힘들고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그럴수록 새로운 비(非)통신사업으로 도약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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