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센터서 만난 구자홍 LS그룹 회장" | |||
[동아일보] 《“LS그룹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 좋은 해외 기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인수할 생각입니다.” 구자홍(具滋洪·59·사진) LS그룹 회장은 1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현명상문화에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해외 기업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LS그룹은 LG그룹에서 2003년 LG전선그룹으로 분리됐다가 올해 3월 간판을 바꿔 달았다. LS전선, LS산전, LS니꼬동제련, 가온전선, E1, 극동도시가스를 포함해 1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 규모 5조8000억 원, 재계 서열 15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인터뷰로는 이례적으로 부인 지순혜(池順惠·60) 씨와 딸 구진희(具眞嬉·28)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진희 씨는 인터뷰 장소인 아현명상문화의 대표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가족을 끔찍이 아끼는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해외 좋은 기업 과감히 잡겠다” 구 회장은 LS그룹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일을 핵심 과제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계열사들이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므로 국내에서는 브랜드가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해외는 다르다”며 “핵심 역량이 있는 분야에 해외의 좋은 기업이 있다면 과감히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LS전선 LS산전 LS니꼬동제련은 사내(社內)에 해외 기업 인수팀이 따로 가동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무작정 기업 인수합병(M&A)을 서둘지는 않겠다면서 잭 웰치 전 GE 회장의 말을 인용했다. “경영진이 판단 착오로 신규 사업을 잘못 시작했을 때 겪는 괴로움은 주주와 경영진 모두에게 지옥과 같습니다. 회장의 개인 취향에 따라 사업을 밀어붙이면 재앙이 될 수 있어요.” 지금은 효자기업이 됐지만 LG전자의 미국 자회사인 제니스 인수가 대표적으로 ‘괴로운 M&A’의 사례라고 구 회장은 회고했다. 구 회장은 LS그룹을 맡기 전 9년간이나 LG전자의 CEO였다. “전임자가 인수한 제니스를 정상화시키느라 3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은 미국 시카고로 갔어요. 당시 제니스 정상화 실무팀은 ‘다이하드팀’이라 불렸는데 지금도 자주 모입니다.” ○경영자 이전에 인간으로서 충실해야 구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상호존중형’이다. LS에 몸담고 있는 ‘동료’들이 즐겁게 일하도록 만드는 게 경영자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영관은 계열사의 CEO를 맡고 있는 동생과 사촌동생들과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LS그룹은 고 구인회(具仁會)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넷째 동생인 구태회(具泰會) 구평회(具平會) 명예회장의 아들들이 경영을 맡고 있다. 구 회장을 비롯해 구자엽(具滋燁) 가온전선 부회장, 구자명(具滋明) LS니꼬동제련 부회장은 구태회 명예회장의 아들이고 구자열(具滋烈) LS전선 부회장, 구자용(具滋溶) E1 사장은 구평회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은 이들의 5촌 조카. “그룹의 현안은 두 달에 한 번꼴로 만나는 가족 모임에서도 자주 의논합니다. 가족이 사랑으로 이해하고 잘 지내야 경영도 잘된다고 생각합니다.” ○바쁠수록 ‘마음공부’를 해야 LG그룹 오너 일가는 여성이 두드러지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구 회장은 많이 다르다. 딸인 진희 씨가 명상사업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썼을 때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구 회장 가족이 명상에 빠져든 건 1999년부터. 구 회장이 먼저 서울 송파구의 명상센터 ‘도화재’를 소개받았고 6년째 ‘마음공부’를 하면서 어깨 통증과 복부 비만을 완화했다. 가족들도 제각각 마음과 몸의 건강을 얻었다. 진희 씨는 굳이 청담동에 명상센터를 고집했다. “물질적으로 풍족할수록 집착이 계속 생겨납니다.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어 이를 주위에 전파했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문을 연 아현명상문화에는 이미 40명이 등록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의 CEO부터 개인사업가, 의사, 디자이너, 대학생 등이 회원이다. 수련복이나 방석 등은 에스모드 패션디자인스쿨을 나온 진희 씨가 직접 만들었다. 진희 씨는 앞으로 ‘아현’ 브랜드로 의류, 소품 사업까지도 구상하고 있다. 이런 딸에 대해 구 회장은 “듬직하다”고 표현했다. 저녁 식사를 한 뒤 헤어지면서 구 회장 부부는 딸에게 “조금 있다가 보자”라고 인사했다. 구 회장 부부는 평일 오후 10시에 아현명상문화에 들러 명상을 하면서 하루를 접는다. 동아일보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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