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이는 10일째 돌아오지 않았다'
'집 앞서 불과 10m 사이에서 사라진 소녀'…단 하나의 실마리도 없어
2007년 03월 25일 (일) 16:20:01양김진웅 기자

▲ 지승이가 학원차량에서 내린 지점과 집까지는 불과 10여m 정도 거리다.
"수사생활 20년만에 이처럼 단서가 없는 경우도 매우 드문 일입니다"

지난 16일 오후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서귀포시 서홍동에 사는 양지승 어린이(10.북초등학교 3학년)가 실종된지 10일이 지났다.

과연 어디로 갔을까?

당초 수사당국은 우발 사고와 범죄 가능성 등 모든 경우를 놓고 다각도의 수사를 벌여왔지만 본인에 의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가능성은 일단 접은 상태다.

따라서 일단 경찰은 외적 요인으로 인한 '범죄' 사고의 가능성에 수사의 촛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초기 제보가 신빙성이 떨어진데다 갈수록 제보자가 줄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종적 감춘지 10일째....단 10m 거리에서 사라진 양지승

<사건 당시 양지승 어린이가 움직인 경로>

빌라(집) → 북초등학교 → 영어학원 → 피아노학원 → 빌라 앞 도로 하차 → 집? →???
300m2km2.1km1.4km 10m 정도

양지승 어린이가 사는 서귀포시 서홍동 소재 S빌라는 A, B동으로 열 다섯 세대가 살고 있다. 바로 옆 오렌지빌라 14세대와 동홍빌라 4가구를 비롯해조금 떨어져 있는 단독 주택까지 포함해도 총 35여 가구를 넘지 않는다.

▲ 지난 16일 사고 당일 양지승 어린이가 움직인 동선.
집 바로 앞과 주변에는 감귤 과수원으로 둘러 쌓여 있다. 또 초등학교까지 가는 길목에는 상점과 연립주택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평범한 동네다.

지난 16일 사건 당일 지승이가 움직인 거리는 아침 등굣길에 나서 학교→영어학원→피아노학원→집이 전부다.

총 5.8km 정도의 거리지만 집에서 학교까지의 300여m를 제외하곤 대부분 차량으로 이동했다.

▲ 양지승 어린이가 살고 있는 서홍동 소재 S빌라 입구. 빌라 3층에 살고있다.

집 앞 도로 앞을 건너는 과정에서 행방묘연...

B동 3층에 살고 있는 지승이는 이날 피아노학원 차량을 타고 오후 5시 10분경 집 앞 2차선 도로 앞에 내린 후 B동으로 가기 위해 A동으로걸어가는 것까지학원차량 기사와 탑승한 어린이의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도로에서 A동을 거쳐 B동 입구까지의 거리는 불과 10여m거리. 이 과정에서 행방이 묘연해진 것으로 경찰을 최종 파악하고 있다.

당시 지승이의 행방을 목격한 사람은 경찰수사 결과 학원 차량기사와 몇몇 학원 어린이가 전부다.

그 외의 신뢰할만한 제보와 단서가 될만한 증거도 없었다는게 25일 현재 경찰 탐문수사의 결과이다.

수사가 적지않게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가여기에 있다.

수사 10일째인 25일 현재 실종자 관련한 제보 역시 22건이 들어왔지만 사건 발생 3일 후인 19, 20일에야 주로 제보가집중(15건)됐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고작 1~2건의 제보가 들어왔을 뿐이다. 당연히 시간의 흐름상 신빙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발생 3일 후에야 '제보' 잇따라...대부분 '신빙성' 떨어져

▲ 시시각각 수사상황을 듣고 있는 양순주 수사과장
서귀포경찰서 수사본부 양순주 수사과장은 "제보가 며칠 시간이 지난 후에 이뤄져 상당부분 신빙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비교적 인지능력이 높은 성인의 제보가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신뢰할만한 제보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제보내용이 대부분 같은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를 비롯해 성인의 경우도 사건이 공개된 이후 모임이나 술자리 등에서 소문을 들은 '충동' 제보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나사실상 사건의 실마리가 될 만한 단서는 거의 없다는게 경찰의 분석이다.

실종수사 경찰 당국은 "어린이는 물론 제3자나, 성인 경우 사적인 모임자리나 술자리에서 대화 도중 들었던 제보였기 때문에사실상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더욱이 시간(일자)이 지나면서 기억이 희미해질 수 있어 더 이상 당시 사건 현장에 대한제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강력 사건의 경우 수사의 결정적 단서와활기가 '제보'와 '증거'에 따라서 좌우되는 상황에서 이번 실종 사건은 단 하나의 단서도 남지 않아 수사당국을 적지 않은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셈이다.

▲ 지승양의 아버지 양성호씨(42). 수색 작업에 직접 나서고 전단을 직접 배포하면서도 '딸이 무사히 돌아올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 애타는 가족과 이웃...속타는 수사...사건 점점 '미궁속으로'

실종 10일째를 맞았지만 사건과 관련한 아무런 실마리도 드러나지 않자 실종자 가족과 친지는 물론 수사당국까지 애를 태우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제주경찰서 병력까지 지원해 수사본부까지꾸리고 정밀수색과 탐문수사에 주력했지만 결과는실적없이 '공전'만 거듭되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 새롭게 제작한 수배전단지
사건 초기 직접 집 주변 수색에도 나섰던 지승이의 부모는 며칠째 언론 등의 접근을 차단한 채 집안팎에 머물며 행여 걸려올지 모를 전화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지승양의 아버지 양성호씨(43)는 "더 이상 무슨말이 필요하겠느냐"며 "그져 딸이 무사하게 돌아오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현재 지승이 부모가 사는 빌라 1층 주차장에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친지.이웃들이 임시로 마련한 '대책본부'가 날마다 지승이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직접 전단지 제작을 돕는가 하면최근 지승양의 모습을 단은 새 전단지를 직접 배포하고 부착하는 등마치 자신의 일처럼 도우며 어려움을 나누고 있다.

형제처럼 지내왔다는 이웃 주민 김상철씨(44)는 "지승이가 바로 옆집에 살아서 5학년인 제 딸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놀러오곤 했다"며 "늘 집에 와서도 책만보는 아이였는데 열흘째 소식이 없다니 참 난감하고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웃 주민 역시"최선을 다하는 경찰당국와 지역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보면서 아직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며 "우리도 답답한데 하물며 부모 입장에서는 말해서 무엇하느냐"고 애통해 했다.

▲ 열흘동안 연 1만여명의 인원이 동원됐다.

▲ 앞으로 수사 어떻게?...최근 모습 및 착용 물품넣은 수배전단지 전역 배포 '희망' 걸어

경찰은 며칠째 수사가 공전을 거듭하자신고포상금을 올리고 대대적인 전단지 배포를 하는 등 부심하고 있다.

수색 7일째부터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이에게 주는 신고포상금을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올리고, 이미 수색했던 주변 과수원과 주차장, 옥상, 맨홀 등을 중심으로 정밀 재수색에 들어갔다.

이와함께 경찰은 실종 당시 지승이가 착용했던 가방과 안경, 신발 등과 함께 지난 2월 최근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확보해 새로운 수배전단 2만매를 배포하며 모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귀포시도 25일 자체 수색 전단 2만매를 제작해 신문 보급소를 통해 각 가정안방에 전달했다.

이에앞서제주도 교육청 역시 '양지승 어린이 찾기 긴급 호소문'을 통해 지난 주말 일선학교를 통해 각 가정에 배달하는 등 전도민의 관심사로 확산되며 '양지승 어린이 찾기' 운동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제주지방경찰청 실종사건 수사본부는 "사건발생 시간이 상당부분 지나면서 계획적인 범죄 여부와 면식범 소행 여부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며 "탐문수사 범위를 넓히고 신빙성 없는 제보내용까지 포함해일체 제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 스스로 '양지승 찾기' 수배전단을 부치고 다니는 서귀포의 한 시민 차량.
▲ 지승이가 다니던 학교 앞은 어느때 처럼 학원차량으로 붐볐다.
▲ 서귀북초등학교 아이들이 '지승양 찾기' 플랜카드 아래서 부모와 학원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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