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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cafe.naver.com/healingball/1710

인간 두뇌는 책 2000만권 저장할 수 있는 컴퓨터
'초고속 반도체'스냅스가 기억 저장…계산·저장 한곳서 처리해 학습할수록 능력 좋아져

도마뱀도 개도 사람도 모두 뇌를 갖고 있는데, 뇌의 어떤 특징이 사람을 사람답게 할까? 낙지나 오징어, 곤충 등의 뇌는 신체 여기저기에 분산되어 있다.

그러다가 진화의 단계에서 척추동물에 이르자 온몸에 흩어져 있던 작은 뇌들이 등 쪽으로 모이게 되면서 척추 속에 있는 척수라는 한 가닥의 커다란 뇌를 만들게 된다. 척추동물의 진화 초기 단계에서 뇌는 단순한 신경세포가 모인 혹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척수의 앞 끝 부분이 더욱 비대하게 되어 마침내 지금처럼 뇌다운 뇌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인간의 뇌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파충류 단계를 거치면서 뇌간(腦幹), 포유류 단계를 거치면서 구피질(舊皮質), 영장류 단계를 지나면서 신피질(新皮質)이 차례대로 진화해 현재와 같은 인간의 뇌가 만들어졌다.

중요한 것은 이 3개 층을 이렇듯 두드러지게 갖고 있는 생명체가 인간 외에는 없다는 점이다. 뇌의 3층 구조가 오늘날 인류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뇌간은 뇌 진화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부위로 파충류도 갖고 있다. 그래서 뇌간은 ‘파충류의 뇌’ 또는 ‘원시뇌’라고도 불린다. 파충류형 뇌는 인간의 생존에 기본적인 호흡이나 섭식과 같은 일상적 행동의 조정에 관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구피질은 신피질 안쪽에 있는 층으로 하등 포유류의 뇌와 비슷한 대뇌변연계(大腦邊緣系) 부분을 일컫는다. 대뇌변연계는 시상(視床), 시상하부, 해마, 뇌하수체 등으로 구성되며 성행위와 같은 인간의 본능적 충동과 정서를 다스린다.

포유류가 진화되어 영장류가 출현함에 따라 뇌에는 마지막으로 신피질이 발달했다. 그래서 신피질은 ‘영장류의 뇌’로 불리며 진화의 역사가 가장 짧다. 뇌간과 대뇌변연계가 사람의 동물적 본능을 지배하는 원시적 뇌라면, 뇌의 90%를 점유하는 신피질은 원시적 뇌를 통제하여 인간적 이성을 지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성의 힘이 순간적으로 약화될 때마다 원시적 뇌가 주도권을 잡게 되고 그러면 신피질이 통제를 시작한다. 그러나 신피질의 지나친 통제는 생명력을 억압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므로 가장 바람직한 상태는 뇌의 3층 구조가 조화롭게 상호작용하는 때다.

그렇다면 원숭이와 인간은 똑같이 신피질을 갖고 있는데 왜 서로 다른 것일까? 인간의 신피질은 인간에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보다 3배나 크다. 인간의 신피질 영역의 수는 이제까지 조사된 어떤 영장류보다도 많다.

두개골의 화석을 볼 때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대뇌는 인간 대뇌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으며 언어령도 없었던 것 같다. 이 대뇌피질(대뇌 표면을 덮고 있는 회백색 부분. 신피질·고피질·구피질의 3종류로 구성돼 있으며 고피질과 구피질을 합쳐서 변연피질이라고 한다)에서 일어난 영역의 확대와 첨가가 분명히 인간이 가진 복잡한 지성(知性)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인간의 두뇌를 소유하게 된 까닭이다.

뇌는 왜 굉장한가

뇌는 왜 굉장한 것일까? 그 답은 뇌가 몸의 기관이면서 단순한 하나의 기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높은 지위에 있다는 데 있다. 인간이 하는 고차원적 기능은 모두 뇌가 맡고 있다. 우리의 몸에는 간이나 신장, 심장, 폐 등 다양한 기관이 있다. 이들 기관은 그 기관으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한다.

이에 비해 뇌는 정보를 받고 그것을 처리하며 출력하는 기관으로서의 기능 외에도 몸 전체 기관들의 조절센터로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인간이 언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하듯 기관끼리의 정보교환도 뇌가 조절하고 있다.

뇌에는 뉴런과 그 크기의 10배에 달하는 글리아 세포가 있고 이들이 긴밀한 세포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뉴런은 독특한 모양의 신경세포로 대뇌피질에만 140억개가 있고 뇌 전체로는 1000억개나 있다.

뉴런은 많은 돌기를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축색(軸索)이라고 불리는 긴 돌기를 통해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다. 하나의 축색이 다른 신경세포와 접속하는 부분이 시냅스로, 하나의 신경세포에는 5000~1만개의 시냅스가 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신경세포는 5000~1만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다는 말이다.

이 연결 부위는 ‘시냅스 간극’이라는 작은 틈새를 두고 있다. 뇌에 들어온 정보 즉 뉴런의 전기신호는 시냅스에서 화학신호로 바뀌어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돼 다시 전기신호로 바뀌는 과정을 거친다.

인간사회에서 사람이 서로 대화를 통해 사회적 기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뇌신경계에서는 다양한 이들 세포가 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세포끼리 ‘악수’하는 것과 같은 직접적 연락 수단으로서 시냅스를 통한 정보전달이 있고, ‘언어’를 사용한 정보전달로서 세포를 활성화하는 물질에 의한 방법도 있다. 이 세포끼리의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개체의 행동뿐 아니라 개체 사이의 관계까지도 제어하는 고차원적 기능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등동물의 경우 뉴런의 수가 적고, 어느 세포가 어느 세포와 연락하는지를 유전자가 엄격하게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뉴런의 수가 늘어나면 자유도(degree of freedom·주어진 조건하에서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는 정도)가 늘어나 많은 연락이 가능해진다. 사람의 뇌, 특히 대뇌피질은 진화의 과정에서 뉴런의 수가 압도적으로 늘어나 높은 자유도를 획득했다.

그 가운데서 환경에 적응하여 도움이 될 만한 ‘회로’만이 남게 된다. 어떤 뉴런의 덩어리에서 다른 덩어리로 연락이 전해진다는 식의 큰 테두리는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연락은 환경에 따라 변한다. 완전히 같은 유전자 세트를 가진 일란성 쌍생아가 자라난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뇌의 신경 회로망은 유전자의 지배를 넘어선 것이다.

뇌는 얼마나 똑똑할까

인간의 두뇌 속 정보량을 비트로 환산하면 약 100조에 해당하는 10의14제곱비트의 정보가 된다. 이걸 영어로 쓰면 2000만권(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의 장서 수)의 책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이것은 유전자 정보량의 1만배에 해당한다.

뇌는 매우 불충분한 정보에서 출발하여 대단히 복잡한 것으로 성장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학습이다. 예컨대 물체를 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신경회로는 유전자 정보로 완성되지만 물체를 보는 기능은 학습을 통해 얻어진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와의 정보처리 차이도 학습능력의 차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계산하는 장소도 뉴런, 또 계산한 결과도 뉴런의 연결로서 저장된다. 계산을 하는 장소와 기억을 하는 장소가 하나로 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에서 계산을 하고 그 계산 결과는 메모리 등에 저장한다. 계산하는 장소와 기억하는 장소가 별도로 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계산을 하는 데 필요한 기억은 그때마다 기억장치에서 호출해야만 한다.

이것은 컴퓨터 스스로 자동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컴퓨터에 학습을 시키기 위해서는 그것에 필요한 프로세스를 모두 인간이 프로그램해야만 한다. 인간의 뇌에서는 계산하는 장소와 기억하는 장소가 하나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계산을 하면 할수록 학습에 의해 더욱더 잘 계산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학습하는 기본적 프로세스는 유전자에 쓰여 있다.

뇌의 정보처리 특징은 가설을 세우는 능력에 있다. 컴퓨터는 충분한 정보에서 옳은 답을 유도하는 데 능숙하다. 그러나 뇌는 불충분한 정보에서 직관에 따라 확실한 듯한 가설을 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그 가설을 현실과 비교·검증하여 차이가 있으면 그것을 피드백하여 가설을 수정함으로써 더욱 확실한 답을 유도해나간다.

뇌와 컴퓨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보처리 방식에 있다. 컴퓨터는 아무리 우수한 것일지라도 처리내용과 수속(process)이 프로그램이라는 형식으로 주어져야만 한다. 뇌는 경험학습형이어서 반복되는 자극이나 강한 자극을 받으면 정보처리 네트워크가 자동적으로 형성된다.

뇌는 놀랄 만큼 분주하게 신경화학적 반응을 행하고 있다. 뇌의 회로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어떤 인공적 회로보다 훌륭하다. 뇌는 사물에 대해 생각해내는 것 이상의 많은 일을 한다. 비교하고, 종합하고, 분석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산출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체의 유전인자가 알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뇌의 도서관이 유전인자 도서관의 1만배가 넘는 거대한 것이 된 까닭이다.

뇌는 어떻게 정보를 인지할까

우리는 항상 방대한 양의 시각정보를 순간적으로 처리하고 선별하고 있다. 사과를 보았을 때 어떻게 그것이 사과라는 것을 알게 될까? 시각정보는 처음에 대뇌의 가장 뒤쪽에 있는 ‘제1차 시각령’이라 불리는 영역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모든 정보가 시각의 상하좌우의 위치에 대응하여 세밀하게 나누어진다.

오른쪽 눈으로 들어온 정보와 왼쪽 눈으로 들어온 정보, 선분의 기울기나 길이, 움직임, 빛깔이나 밝기 등이 제각기 독립적으로 처리된다.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정보는 ‘어느 각도로 기울어진 아주 짧은 직선’과 ‘색깔’이라는 식의 단 2가지 요소로 분류되어, 제1차 시각령 앞쪽에 있는 8개의 시각령에서 단계적으로 통합되어 간다. 그리고 대뇌의 측두엽에서 최종적으로 보고 있는 물체가 사과라고 인식한다.

달릴 때의 뇌 작용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달리면서 ‘저 나무까지 달리자’ ‘피로하니 좀 천천히 달리자’ 등을 생각한다. 그러나 ‘먼저 왼쪽 다리의 장딴지 근육에 힘을 주고 지면을 차면서 오른쪽 팔을 앞으로 흔들고…’ 등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달리기 시작하면 여러 근육이 자동적으로 균형있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렇듯 운동에 관계하는 뇌의 영역을 자세히 조사하고 있다. 팔이나 다리 근육은 척수에서 뻗은 운동뉴런으로부터 나온 자극에 의해 수축되는데 이를 제어하고 있는 것이 대뇌 두정엽의 ‘1차 운동령’이다.

(대뇌는 각각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정보를 통합하는 각 부위의 느슨한 연합체, 즉 연합령으로 나뉠 수 있다. 연합령에는 전두연합령 운동연합령 두정연합령 측두연합령 후두연합령 등 다섯 가지가 있다.)

1차 운동령이 몸에 보내는 지령의 내용은 다시 그 앞쪽에 있는 ‘고차 운동령’에서 결정되는데 그 자세한 내용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운동의 준비단계에서 고차 운동령은 운동의 내용을 기획하고 구성한다.

그를 위해 자신의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대뇌연합령으로부터 받고, 체내 상태에 대한 정보는 대뇌변연계로부터 얻는다. 그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에 따른 운동을 하도록 1차 운동령에 지령을 보내는 것이다. 인간의 뇌 안에 펼쳐지는 뉴런의 세계에도 사람의 사회가 무색할 정도의 피라미드형 사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뇌는 어떻게 기억할까

사람은 무엇을 보거나 들었을 때 그것을 외웠다가 훗날 어떻게 기억해내는 것일까? 기억의 장(場)이 뇌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세포 수준, 분자 수준에서의 메커니즘은 아직 수수께끼에 싸여있다. 다만 기억은 뉴런의 네트워크에 의해 만들어지는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기억의 메커니즘은 ‘신경회로망의 변화’인데 이는 시냅스의 가소성(可塑性) 작용이라 할 수 있다. 힘을 가하면 변형된 형태를 계속 유지하는 점토처럼 우리가 겪는 경험은 시냅스가 지닌 가소성에 의해 기억으로 뇌 안에 새겨지고, 그 기억은 뇌 안에 고정되어 있다. 모든 뇌의 기능은 뉴런과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일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시냅스는 수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두뇌 속의 초고속 반도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뇌 전두엽 앞쪽에 자리하는 ‘전두연합령’도 기억에 작용한다. 가위를 찾으려고 옆방에 들어갔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린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게다. 여기에는 ‘워킹메모리’(작업 기억)라는 전두연합령의 기능이 관계하고 있다. 워킹메모리는 단기기억의 일종으로 ‘행동을 위하여 쓰여지는 기억’이다.

‘가위를 찾는다’는 행동을 하기 위해 ‘가위’에 대한 기억을 워킹메모리에 넣어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이다. 워킹메모리란 뇌 안에서 암송(暗誦)을 계속하는 것과 같은 기능이다.

전두연합령은 눈이나 귀를 통해 얻은 주변상황이나 몸의 내부환경(현재에 대한 정보), 미래의 예정(미래에 관한 정보), 기억이나 지식(과거에 관한 정보) 등에 접근할 수 있다. 그 같은 막대한 정보 가운데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만을 골라 그것을 일시적으로 보존해둔다(워킹메모리).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이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한다. 전두연합령은 워킹메모리를 중심으로 뇌 전체를 제어하는 통제센터인 것이다.

한편 수영이나 자전거를 배우는 것처럼 몸으로 익히는 운동의 기억은 대뇌가 아니라 소뇌의 몫이다. 소뇌만의 독특한 점은 에러(error) 신호를 전달하는 전용회선을 갖고 있다는 것. 처음 테니스나 피아노 학습을 할 때는 대뇌피질에서 의식하고 연습을 한다.

하지만 잘못하면 고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동안에 소뇌 속에서 회로가 정리되고 원활한 움직임을 할 수 있게 된다. 연습단계에서는 대뇌와 소뇌는 병렬로 작동한다. 어떤 행동에 에러가 생기면 그 정보가 시각이나 청각, 통각에 의해 인식되고 에러 신호로서 소뇌에 전달된다.

그러면 그때 작동하고 있던 운동을 위한 회로가 닫히게 된다. 적합하지 않은 움직임을 하는 회로를 하나하나씩 닫아감으로써 소뇌 안의 회로가 정리된다. 우리의 운동에 실수가 생기면 쓸데없는 운동을 유도한 소뇌의 시냅스가 회로에서 사라지고 남은 시냅스만이 숙련된 움직임을 실현한다.

대뇌가 다루는 사고는 의식하게 되지만 소뇌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전개된다. 구구단 외우기처럼 학습이 진행되면 생각하지 않아도 답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사고는 소뇌가 대신하고 있을지 모른다. 현재 소뇌 연구 분야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bluesky-pub@hanmail.net">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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