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타격 맡겨라” 수입대체 3 ‘명중’


정밀 유도무기 국내 생산업체를 가다

지대공미사일 ‘천마’ ‘신궁’ 함대함 ‘해성’

IT 기술 바탕 세계 정상급 무기 독자개발

《2003년 이라크전에서 미국은 크루즈미사일과 통합정밀직격탄(JDAM) 등 정밀 유도무기로 이라크의 핵심 목표물을 ‘족집게 타격’해 개전 21일 만에 승리를 선언했다. 당시 미국이 사용한 전체 폭탄의 70% 이상이 ‘스마트 폭탄’이었다. 이후 세계 각국은 미래전의 승패를 좌우할 정밀유도무기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고 우리나라도 앞선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세계 정상급 수준의 ‘작품’을 독자 개발해 속속 실전 배치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우리 기술로 개발된 함대함미사일과 휴대용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신형 경어뢰 등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정밀유도무기 생산업체다.》

27일 오후 경북 구미공단 내 LIG넥스원 공장 정문.

철저한 신원 확인과 비밀 유지 서약을 한 뒤 한국형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천마()’와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신궁()’의 생산 공장으로 향했다.

공장에 휴대전화 반입은 절대 금물이다. 휴대전화의 미세한 전자파가 미사일 신관을 점화시켜 대형 폭발사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

또 공장 입구 벽면에 부착된 동판에 반드시 손을 대 몸의 정전기를 제거하고 정전기 방지 덧신을 신은 뒤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공장 관계자는 “정전기는 수백, 수천만 원짜리 정밀부품에 치명적이므로 공장 내부는 항상 일정한 온습도를 유지하는 등 1년 내내 ‘정전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열정과 혼이 담긴 최첨단 유도무기’라는 현수막이 걸린 수백평 규모의 공장에선 직원들이 공정별로 천마와 신궁 미사일을 조립 생산하고 있었다. 최종 작업장에는 갓 완성된 미사일들이 진열돼 최종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직원 김모 씨는 “실제 탄두가 결합된 미사일을 생산하기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평일엔 과음을 하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천마와 신궁은 첨단 유도시스템을 탑재해 주야간 전천후로 소형 전투기나 헬기 등 저고도 침투 표적을 추적해 격추할 수 있다. 목표 항공기에 근접하면 신관이 자동 폭발해 수백 개의 파편으로 격추시킨다.

200기 이상이 수도권 일대 방공부대에 실전 배치됐으며 군 당국은 천마의 해외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함대함미사일 해성()의 생산공장에서는 10여 명의 직원이 탄두와 비행체, 추진체 등 미사일의 최종 조립에 앞서 전자계측 장비로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곳도 정전기 방지 시설은 물론 폭발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 곳곳에 콘크리트 방호벽이 설치돼 있었다.

7년간 1000억 원을 들여 2003년 개발된 해성은 2006년부터 한국형 구축함에 실전 배치됐다. 공장 측은 “최대사거리가 150km에 달하고 발사된 뒤 물 위를 스치듯 저공비행해 요격이 힘들고 미국의 하푼 미사일보다 명중률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수준의 함대함미사일을 개발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7, 8개국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해성을 개발하면서 축적된 유도탐색 및 터보제트 엔진 기술로 사거리 500km 이상의 크루즈미사일도 독자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맞은편에선 신형 경()어뢰인 ‘청상어’의 제작 모습도 보였다. 함정이나 헬기에서 발사된 청상어는 직접 음파를 쏴 적의 잠수함을 찾아내 격침시킨다. 최대시속은 83km 이상, 두께 1.5m의 철판도 관통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군과 업계는 해성과 신궁, 청상어의 개발로 인한 수입 대체 효과가 향후 10년간 3조 원에 이르고, 외국 기종보다 가격도 저렴해 수출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도무기는 ‘전략물자’로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에 막혀 현재로선 내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시설이다 보니 모든 임직원은 보안 규정을 따라야 한다. 회사에선 e메일과 인터넷이 차단되고 사내 e메일도 보안팀이 모니터링을 한다. 휴대용 저장장치 USB메모리와 카메라폰은 승인 받은 것만 사용할 수 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매년 도청 탐색 등 정기 보안감사를 실시하고 출퇴근 전 차량 검문검색과 입사 때부터 각종 기밀유지 서약을 여러 차례 해야 한다.

“우린 애국하러 출근한다” 자부심

배기철 LIG넥스원 구미연구소장은 “‘우리는 매일 아침 애국하러 출근한다’는 사내 모토처럼 임직원들은 국내 방산기술의 선두주자로서 국가안보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정밀 유도무기 국내 생산업체를 가다

구미=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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