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SK 감독 “KIA, 곧 강해질 것”
일간스포츠|정회훈 기자|2008.05.30 09:42 입력
“KIA는 곧 강해질 것이다.”

김성근 SK 감독의 ‘제자 사랑’은 남다르다. 수많은 제자 가운데 상대 팀 감독도 있다. 조범현 KIA 감독. 충암고 감독 시절 조 감독을 지도했다.

김 감독은 29일 광주경기에 예고된 선발 채병용이 몸살로 등판이 어렵게 되자 직접 조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송은범으로 선발이 바뀌었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조 감독 역시 김 감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 감독은 선수 자율에 맡겼던 팀이 부상자 속출과 주전들의 부진 등으로 하위권을 맴돌자 경기 후 야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부터다. 홈 경기가 끝나고 나서 실내 연습장에서 토스 배팅을 하는 가 하면 원정에 나가서도 호텔 밖 공터에서 ‘달밤의 스윙’을 지시한다. 대략 1시간 정도 땀을 흘린다.

김 감독이 주목한 부분이 바로 여기다. 김 감독은 KIA가 경기 후 야간 훈련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대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조만간 훈련의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의 경험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선수들을 극한으로 몰아넣는 혹독한 훈련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마무리 캠프 및 스프링캠프 때 실시된 강도 높은 훈련은 물론이거니와 시즌 중에도 선수 개인마다 특별 훈련 메뉴를 추가했다. 대구 원정 마지막 날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자 해당 선수와 KTX로 이동해 인천 문학구장에서 새벽까지 땀을 흘리기도 했다.

김 감독은 “시즌 중 하루에 티 배팅을 1000번씩 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그렇게 훈련을 하는 것은 사실 무리다. 그러나 선수들은 결국 인내를 가지고 훈련을 소화했고 그것이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층 더 강한 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승이든 연패를 하든 경기마다 선발 라인업이 바뀔 만큼 풍부한 선수층은 엄청난 훈련량을 통해 길러진 것이다.

김 감독은 팀을 강물에 비유했다. “산에서 출발해 바다에 도착할 때까지 물은 어느 수준에서 몇 차례 고이기 마련이다. 그 고여진 상태가 위기상황이라면 얼마나 짧게 머물다 다시 아래로 이동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KIA는 ‘고인 물’이지만 곧 이를 탈출하고 바다를 향해 흐를 것이란 얘기다.

그런데 SK는 29일까지 올 시즌 KIA전 7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승부에서는 자비는 없다. 이것이 제자를 혹독히 가르치는 방법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정회훈 기자 [
hoony@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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