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에 술렁이는 휴대폰 판매시장

[머니위크]'간판갈이' 표적 영세 판매점들 '벌벌'…상가시장도 '들썩'머니위크|이정흔 기자|입력2012.03.20 11:59

[[머니위크]'간판갈이' 표적 영세 판매점들 '벌벌'…상가시장도 '들썩']

오는 5월 휴대폰 유통 자율화(이하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된다. 지금까지 이동통신사들은 고유식별번호(IMEI)를 인증한 휴대폰 단말기에만 통신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제도'다. 이에 반해 '블랙리스트 제도'는 분실·도난에 의해 사용이 불가능한 휴대폰 단말기의 고유번호만 따로 관리한다.

이에 따라 자신의 단말기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지 않다면 자유롭게 이통사를 이동하면서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휴대폰 단말기의 가격 거품을 빼기 위한 정책이다.

블랙리스트 제도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휴대폰 판매처.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도 휴대폰 제조사를 직접 통하거나 편의점 등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들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당장 대리점과 판매점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일각에서는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상당수 휴대폰 매장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에 상가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려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대형매장 '여유만만', 소형매장 '전전긍긍'

블랙리스트의 시행을 불과 1달 남짓 앞둔 지난 14일 용산 전자상가. 휴대폰 판매점들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서 블랙리스트 제도에 대해 묻자 대부분 반응이 시큰둥하다. "우리도 뭔지 잘 모르는데 고객들이라고 알겠느냐"는 식이다.

한 휴대폰 대리점 직원은 "사실 통신사마다 유통 개선을 한다며 가격표시제를 실시한지 꽤 됐지만 고객들이 모르니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며 "블랙리스트도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무심한 듯 답했다. 이통사를 끼고 사야 보조금 등의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고객들이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아이파크몰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며 곧 LG유플러스의 대리점 개점을 앞두고 있는 황모씨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황씨는 "사실 편의점에서 휴대폰을 살 수 있다 한들 휴대폰 한대 가격이 100만원인데 쉽게 사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실제로 외곽에 위치한 매장들은 블랙리스트 제도를 앞두고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황씨의 귀띔이다.

그는 "지금도 이통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대리점 외에 판매점은 거의 포화상태나 마찬가지인데 경쟁상대가 더 많아지면 당연히 힘들어지는 것 아니겠냐"고 걱정했다.

황씨의 우려는 대리점과 판매점의 수익 구조에서 비롯된다. 판매점의 경우 출고가 80만원짜리 휴대폰 단말기를 60만원에 고객에게 판매한다면 10만원의 이득을 남기는 구조다. 대리점은 단말기 마진 외에도 보통 4만원 정도의 요금제 가입 고객을 유치하면 2400원가량의 수익을 더 취하게 된다. 그는 "대리점에서는 80만원짜리 단말기를 50만원에 팔아도 요금제 가입으로 일정비율의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가격 경쟁력에서 더 유리하지 않겠냐"고 의견을 밝혔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판매점에서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로부터 직접 단말기를 구매해 와 판매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황씨를 비롯한 대다수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까지는 판매점들이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를 받아왔기 때문에 점주 입장에서는 따로 투자비용이 들지 않았다. 황씨는 "이에 비해 휴대폰 10대만 해도 1000만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소형 판매점들이 그런 위험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 휴대폰 판매점 주인은 "언뜻 들리는 소문에는 자본금이 많은 대형 대리점에서 삼성이나 팬택같은 제조사측의 휴대폰을 구매해 판매점들에게 쫙 뿌릴 거라는 얘기도 듣긴 했다"고 말한다. 그는 "어찌 됐든 우리 같은 판매점은 힘이 없는데 대리점에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 판매하는 단말기 가격이 크게 낮아지거나 소비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긴 힘들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고 답했다.

 

◆일부 휴대폰 매장, 상가 거래 타깃?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이들을 타깃으로 상가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판매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매장들을 중심으로 업종 전환을 유도하며 가게를 비우게 한다는 것이다.

몇몇 휴대폰 판매점 주인들은 "비슷한 권유를 받아 본 적 있다"고 소문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종로 일대의 한 매장 주인은 "상가 거래업자들이 건물 주인에게 휴대폰 매장은 앞으로 장사가 잘 안될 수 있으니 다른 업종 매장으로 바꿔서 들이라고 부추기며 돌아다닌다는 얘기가 들려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며 "대부분 휴대폰 매장들이 1층에 위치한 데다 가시성이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 더 타깃이 되는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상가뉴스레이다 관계자는 "휴대폰 매장은 규모나 위치에 따라 매출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일부 소형매장들을 중심으로 '간판갈이' 업자들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간판갈이란 같은 업종 내에서 다른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휴대폰 매장의 경우 엄밀히 말해 간판갈이와는 다르지만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등으로 업종 전환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휴대폰 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인 만큼 어느 시점에 가면 대다수 매장이 정리되는 시점이 분명히 올 것"이라며 "하지만 블랙리스트 제도의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 이전부터 업자들이 성행하는 건 그만큼 혼란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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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흔기자 viva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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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자신의 단말기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지 않다면 자유롭게 이통사를 이동하면서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휴대폰 단말기의 가격 거품을 빼기 위한 정책이다.

블랙리스트 제도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휴대폰 판매처.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도 휴대폰 제조사를 직접 통하거나 편의점 등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들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당장 대리점과 판매점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일각에서는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상당수 휴대폰 매장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에 상가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려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대형매장 '여유만만', 소형매장 '전전긍긍'

블랙리스트의 시행을 불과 1달 남짓 앞둔 지난 14일 용산 전자상가. 휴대폰 판매점들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서 블랙리스트 제도에 대해 묻자 대부분 반응이 시큰둥하다. "우리도 뭔지 잘 모르는데 고객들이라고 알겠느냐"는 식이다.

한 휴대폰 대리점 직원은 "사실 통신사마다 유통 개선을 한다며 가격표시제를 실시한지 꽤 됐지만 고객들이 모르니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며 "블랙리스트도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무심한 듯 답했다. 이통사를 끼고 사야 보조금 등의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고객들이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아이파크몰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며 곧 LG유플러스의 대리점 개점을 앞두고 있는 황모씨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황씨는 "사실 편의점에서 휴대폰을 살 수 있다 한들 휴대폰 한대 가격이 100만원인데 쉽게 사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실제로 외곽에 위치한 매장들은 블랙리스트 제도를 앞두고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황씨의 귀띔이다.

그는 "지금도 이통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대리점 외에 판매점은 거의 포화상태나 마찬가지인데 경쟁상대가 더 많아지면 당연히 힘들어지는 것 아니겠냐"고 걱정했다.

황씨의 우려는 대리점과 판매점의 수익 구조에서 비롯된다. 판매점의 경우 출고가 80만원짜리 휴대폰 단말기를 60만원에 고객에게 판매한다면 10만원의 이득을 남기는 구조다. 대리점은 단말기 마진 외에도 보통 4만원 정도의 요금제 가입 고객을 유치하면 2400원가량의 수익을 더 취하게 된다. 그는 "대리점에서는 80만원짜리 단말기를 50만원에 팔아도 요금제 가입으로 일정비율의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가격 경쟁력에서 더 유리하지 않겠냐"고 의견을 밝혔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판매점에서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로부터 직접 단말기를 구매해 와 판매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황씨를 비롯한 대다수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까지는 판매점들이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를 받아왔기 때문에 점주 입장에서는 따로 투자비용이 들지 않았다. 황씨는 "이에 비해 휴대폰 10대만 해도 1000만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소형 판매점들이 그런 위험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 휴대폰 판매점 주인은 "언뜻 들리는 소문에는 자본금이 많은 대형 대리점에서 삼성이나 팬택같은 제조사측의 휴대폰을 구매해 판매점들에게 쫙 뿌릴 거라는 얘기도 듣긴 했다"고 말한다. 그는 "어찌 됐든 우리 같은 판매점은 힘이 없는데 대리점에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 판매하는 단말기 가격이 크게 낮아지거나 소비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긴 힘들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고 답했다.

 

◆일부 휴대폰 매장, 상가 거래 타깃?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이들을 타깃으로 상가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판매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매장들을 중심으로 업종 전환을 유도하며 가게를 비우게 한다는 것이다.

몇몇 휴대폰 판매점 주인들은 "비슷한 권유를 받아 본 적 있다"고 소문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종로 일대의 한 매장 주인은 "상가 거래업자들이 건물 주인에게 휴대폰 매장은 앞으로 장사가 잘 안될 수 있으니 다른 업종 매장으로 바꿔서 들이라고 부추기며 돌아다닌다는 얘기가 들려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며 "대부분 휴대폰 매장들이 1층에 위치한 데다 가시성이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 더 타깃이 되는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상가뉴스레이다 관계자는 "휴대폰 매장은 규모나 위치에 따라 매출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일부 소형매장들을 중심으로 '간판갈이' 업자들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간판갈이란 같은 업종 내에서 다른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휴대폰 매장의 경우 엄밀히 말해 간판갈이와는 다르지만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등으로 업종 전환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휴대폰 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인 만큼 어느 시점에 가면 대다수 매장이 정리되는 시점이 분명히 올 것"이라며 "하지만 블랙리스트 제도의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 이전부터 업자들이 성행하는 건 그만큼 혼란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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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흔기자 viva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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