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선수 김기희, 600만달러의 사나이로

입력 : 2016.02.20 03:00

[프로축구 최대 이적료 74억원 받고 '상하이 선화'로 이적]

- '4분 전역' 기억 나시나요
런던올림픽때 4분 출전, 동메달… 병역면제 혜택도 받았던 선수
아시아 선수 써야만 하는 상하이, 수비수로 전북 김기희 선택해
연봉 25억원, 이동국 2배 넘어

2013년 7월부터 전북에서 주축 수비수로 뛰며 2014·2015시즌 K리그 2연속 우승을 이끈 김기희는 “시즌을 준비하는 중요한 순간에 팀을 떠나 죄송하다”며 “늘 전북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2013년 7월부터 전북에서 주축 수비수로 뛰며 2014·2015시즌 K리그 2연속 우승을 이끈 김기희는 “시즌을 준비하는 중요한 순간에 팀을 떠나 죄송하다”며 “늘 전북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허상욱 기자

김기희(27)는 축구 팬이 아니라면 생소할 수 있는 이름이다. 2012 런던올림픽의 '4분 전역'이라고 하면 그제야 '아~'하고 기억이 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김기희는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종목에서 단 4분을 뛰고 동메달에 주어지는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동메달을 따더라도 경기에 1초라도 뛰어야 병역 특례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당시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은 일본과의 3~4위전(2대0 한국 승) 후반 종료를 4분여 남기고 그를 교체 투입했다. 홍명보 감독은 대회 후 "김기희를 꼭 출전시켜야 한다는 걱정에 잠을 설쳤다"고 했다.

런던올림픽의 '깍두기 선수'가 4년이 흘러 한국 프로축구 최고 이적료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김기희의 소속팀인 전북 현대는 19일 "중국 수퍼리그 상하이 선화와 김기희 이적에 대해 합의했다"며 "이적료는 K리그 역대 최고액인 600만달러(약 74억원)"라고 밝혔다. 이는 이명주(포항→알 아인), 에두(전북→허베이) 등이 기록한 종전 최고 이적료인 50억여원을 훌쩍 넘는 액수다.

상하이는 이번 김기희 이적 과정에서 '큰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김기희의 영입을 위해 에이전트와 함께 전북 구단을 찾은 상하이 구단 관계자는 처음엔 이적료로 400만달러(약 50억원)를 불렀다. 하지만 올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 등극을 위해 주축 수비수인 김기희가 필요했던 전북 구단은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상하이는 이틀 만에 이적료를 600만달러로 올렸다.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은 김기희를 지키려 했지만 상하이로 가고 싶다는 김기희의 의지를 끝까지 꺾을 순 없었다. 상하이가 김기희에게 제시한 연봉은 25억원으로, 이는 지난 시즌 김기희 연봉의 7배에 해당한다. 더구나 한국 프로축구 연봉 지존인 이동국(전북·11억1256만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적료 수입으로 최근 140억 넘게 번 전북 현대 정리 표
상하이는 왜 비싼 돈을 주고 수많은 국내 스타 공격수 대신 수비수를 데려갔을까. 이는 '아시아 쿼터'와 관련이 있다. 최근 돈다발로 세계 축구계를 뒤흔드는 중국 수퍼리그는 팀당 최대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등록할 수 있고, 5명을 모두 데려올 경우 그 중 한 명은 반드시 아시아 출신 선수를 써야하는 '아시아 쿼터'가 있다. 상하이는 이미 남미 등 4명의 외국인 선수를 확보한 상태에서 '아시아 쿼터'로 김기희를 영입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한 에이전트는 "중국 수퍼리그의 주전 공격진은 대부분 브라질·아르헨티나·콜롬비아 출신의 비싼 남미 선수들로 채워진다"며 "따라서 아시아 쿼터의 경우 수비수를 찾게 되는데, 성실하고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한국 선수들이 표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에서 5년째 뛰는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을 비롯해 장현수(광저우 부리), 정우영(충칭), 김주영(상하이 상강) 등 중국 무대의 한국 선수가 대부분 수비수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이번 이적으로 전북은 쏠쏠한 이적료 수입을 거뒀다. 최근 전북은 권경원(28억원)과 에두(52억원), 김기희를 다른 팀으로 보내며 140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일부 시·도민 구단의 한 해 예산보다 많은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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