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보복은 韓 촛불시위 때문?

한국 평화시위 보면서 中체제 유지 위협 느껴

  • 박은진 기자
  • 입력 : 2017.03.28 17:29:49   수정 : 2017.03.29 10: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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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면초가 롯데 (下) ◆

중국 정부가 예상보다 강도 높은 사드 보복에 나서는 배경 중에 한국의 '촛불시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촛불'을 통해 정치 변혁을 이끌어낸 한국의 시위문화가 공산당 1당 독재체제의 중국 사회에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보복 수위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소식통은 28일 "중국의 사드 보복은 중국인들이 한국의 '촛불시위'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확고한 체제 유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최근 일어난 한국의 촛불시위가 다소 불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식의 심리적 요인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수개월간 이어진 촛불시위는 지구촌이 주목한 사태였다. 외신들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축제 같은 시위" "가족을 동반한 평화적인 시위"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촛불시위를 편안하게 바라보지만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중국 전문가는 "한국은 평화시위를 통해 절대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정치 개혁을 달성하는 힘을 보여줬다"며 "이 같은 시민의 힘은 중국 정부로서는 가장 두려운 존재"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독립을 원하는 소수민족의 시위가 종종 발생한다.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이뤄져 있는데, 소수민족은 전체 인구 중 8.5%에 불과하지만 영토는 64%, 지하자원은 43%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들의 분리 독립 요구는 들어줄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의 독립 요구를 뭉개는 탄압 정책을 다방면에서 펼쳐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내 소수민족이 촛불시위를 벤치마킹한 반발에 나서면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중국 정세에 정통한 주중대사 출신 A씨는 "정부는 촛불시위가 중국의 시위문화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중국 측과 사드 보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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