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옷에서 가구·車까지, 증강현실로 쇼핑

연합뉴스

BMW·갭·이케아 등 판매에 AR 활용 기업 늘어

이 소파가 우리 집 거실에 너무 크지는 않을까. 립스틱 색깔이 나에게 잘 어울릴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가상 이미지를 실제 세계에 씌워 보여주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이 소비자들의 이런 질문에 답을 보여준다.

증강현실 기술은 쇼핑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매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AR 기술의 도움으로 이케아 가구나 갭의 옷, BMW의 자동차를 살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애널리스트 요리 부름서는 지난 6일(현지시간) AR과 소매판매에 대한 보고서에서 AR이 소비자들에게 친숙해져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제품을 더욱 손에 잡힐 듯하게 느끼는 디지털 기술이 소비자의 필요에 부합한다면 온라인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옷에서 가구·車까지, 증강현실로 쇼핑© 연합뉴스 화장품·옷에서 가구·車까지, 증강현실로 쇼핑

갭과 BMW는 구글과 제휴해 가상의 드레싱룸이나 자동차 전시장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CES에서 발표했다.

소비자가 집에서 구글의 AR 플랫폼인 탱고를 이용해 갭의 옷을 고르고 크기를 선택하면 이 제품을 입은 3D 가상 마네킹이 등장한다. BMW는 스마트폰 앱으로 차 문을 열고 안에 타보는 체험을 가상으로 할 수 있다.

BMW는 증강현실을 자동차 판매에 활용하는 첫 회사다. BMW AR 앱을 만든 액센추어는 이 기술에 대해 "자동차를 훨씬 넘어 우리가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구글 탱고는 아직은 지원 기기가 레노버의 팹2 프로와 아수스의 젠폰AR 등 2종밖에 없다. 구글은 2년 안에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폰 대부분이 탱고를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갭의 AR 앱도 자신이 아니라 가상 마네킹에 옷을 대보는 것이라 한계가 있다.

이미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화장품 브랜드 세포라(Sephora)는 가상 화장을 체험할 수 있는 앱으로 성공을 거뒀다. 스마트폰을 들고 자신의 얼굴 이미지에 여러 색상의 립스틱을 칠하거나 아이라이너, 아이 섀도, 마스카라를 시도할 수 있다. 이미지를 친구와 공유해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유캠메이크업이라는 앱은 세계적으로 2억5천만건 넘게 다운로드됐다.

모디페이스는 로레알이나 클리닉,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슈우에무라 등 여러 화장품 업체에 AR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는 카탈로그 앱에서 AR 기술로 가구를 소비자의 집에 맞춰볼 수 있게 한다. 거실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고 소파나 테이블이 공간에 맞을지 보거나 어떤 색깔이 방에 어울리는지 비교할 수 있다. 나중에 가구 부품을 조립할 때도 AR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웨이페어나 로우스도 이케아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센세이션을 일으킨 AR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로 이 기술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다. 포켓몬고는 어떤 스마트폰도 AR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가트너는 2020년까지 AR로 쇼핑하는 소비자는 1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전망했다. 가트너는 포켓몬고가 AR 기술이 주류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2017년 말까지 글로벌 브랜드 5개 가운데 1개가 AR 기술을 판매에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액션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가운데 AR을 제공하는 매장을 그렇지 않은 매장보다 선호한다는 소비자는 61%였다. 소비자들이 AR을 이용해 사고 싶은 제품은 가구가 60%로 가장 많았으며 의류는 55%였다. 그다음은 식료품 39%, 신발 35%, 화장품 25%, 보석 25%, 장난감 25% 등의 순이었다.

AR의 자매기술로 불리기도 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가 시뮬레이션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VR은 헤드셋이 필요하므로 지금으로써는 AR보다 벽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알리바바나 이베이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VR 매장을 실험하고 있다. 캐딜락은 일부 매장에 실제 자동차 대신 VR 헤드셋을 비치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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