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줄기세포, 3D프린팅으로 건강한 장기 만들어 이식하는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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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기세포로 대표되는 세포치료제와 종(種) 간 장벽을 넘어서는 바이오 장기이식은 더 이상 소설과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한림대의료원이 지난달 30일 동탄성심병원에서 컬럼비아대·코넬대·뉴욕프레스비테리안 병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조직공학·재생의학 국제 심포지엄’은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조망하는 자리였다. 행사에 참석한 장기이식 권위자인 미국 컬럼비아의대마크 하디 교수와 3D프린팅을 이용한 조직공학 전문가인 컬럼비아 치대 제러미 마오 교수, 한림대 의대 박찬흠(이비인후과) 나노바이오재생의학연구소장을 만나 미래 의료의 청사진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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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공학과 재생의학은 어떤 분야인가.
마크 하디(이하 하디)=세포·조직 같은 생체물질을 활용해 조직과 손상된 장기를 치료하고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실험실에서 장기와 조직을 만드는 조직공학은 재생의학의 주요 분야다. 간이 손상된 환자라면 간세포로 발달하는 줄기세포를 주입하거나 3D프린팅으로 세포가 자라는 지지체(스캐폴드)를 만들어 간이 스스로 재생하는 식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의학의 미래’라 부르는 이유다.

조직공학·재생의학 국제심포지엄


박찬흠(이하 박)=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백내장, 고관절 질환처럼 나이가 들면 장기나 기관이 고장나기 쉽다. 이를 대체하는 것이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이다. 세계적으로 수요와 투자가 늘고 있다. 이 분야가 본격적으로 연구된 지는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의학뿐 아니라 화학·기계·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융합학문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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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학 연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하디=장기이식은 재생의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컬럼비아대는 1975년부터 장기이식을 시작했다. 환자는 많지만 장기 공여자는 부족했고, 1990년대 중반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의학 외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대학에는 임상의사이면서 기초과학 연구를 병행하는 연구자가 많다. 이들을 중심으로 여러 성과가 나오고 있다.

제러미 마오(이하 마오)=심장·폐·간·피부 같은 거의 모든 장기가 연구 대상이다. 기초연구는 물론, 이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중계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관련 특허를 보유한 연구자도 많다.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은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관련 제품을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실화 가능성은.
하디=장기이식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면역 거부반응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췌도나 세포구조가 단순한 심장의 경우 향후 10년 안에 이종 간 장기이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도입되면서 지난 3~4년간 이 분야는 혁명적으로 발전했다. 공여 동물인 돼지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여기에 인간 유전자를 도입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과거엔 면역 거부반응을 조절한 돼지를 만드는 데 3~4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150일 정도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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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도 중요한 도구로 평가받는데.
=3D프린팅은 크게 세포를 이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전자는 피부나 간 등 조직 재생에, 후자는 턱뼈·두개골 제작에 쓰인다. 세포를 이용할 때는 이 물질이 체내에서 얼마나 안전한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연구기간도 길고 허가받기도 까다롭다. 우리 연구소가 주목하는 물질은 실크 피브로인이라는 단백질이다.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것으로, 이미 400년 전부터 봉합사로 사용해 온 만큼 안정성이 담보됐다. 각막이나 콘택트렌즈 제작에 쓸 수 있고, 상처나 뼈 재생에도 도움을 준다. 이를 재료로 3D 프린팅을 사용해 체내 흡수되는 골 골절판(철심)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이다.

마오=3D프린팅은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에서 굉장히 강력한 도구다. 피부·뼈·연골·인대처럼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한 조직은 동물 실험이나 임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인체 내부 장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향후 거대·복합 장기 연구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바이오 장기를 만든 후 이것이 인체에서 스스로 형태를 갖추고 적응하는 것까지 내다보는 4D프린팅에 대한 관심도 높다. 기술 발전이 빠른 만큼 연구의 개념과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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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장기 대량생산이 가능할까.
=혈관·상피·내피·중피가 다른 세포로 구성된 복합장기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가 관건이다. 세포와 세포 간 연결, 혈관과의 상호작용 등이 난제로 꼽힌다. 관련 분야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생각보다 빨리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이 발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하디=재생의학은 다학제 학문이다. 의학과 과학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한국의 연구자들은 지적 능력이 높다. 이 분야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림대의료원은 하드웨어 측면의 시스템 인프라뿐 아니라 인적 인프라와 임상연구 부분에 상당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연구자 개인의 열정과 의지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하는 충분히 재정지원도 중요하다. 정부나 대학이 아낌없이 투자해야 이 분야도 발전할 수 있다.

마오=조직공학과 재생의학은 과학 이상의 가치가 있는 연구 분야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연구비를 받거나 논문을 발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다. 한국에는 박 교수를 비롯해 해외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한 뒤 귀국한 많은 인재가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림대 국제심포지엄은 ?


한림대의료원은 2004년부터 컬럼비아대·코넬대·뉴욕프레스비테리안 병원과 공동으로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해 왔다. 고령화, 비만, 대사증후군, 인공장기, 로봇수술 등 의료 분야 최신 현안을 광범위하게 다루며 관련 연구를 이끌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를 살리는 데 쓰인 의료장비 ‘에크모(ECMO)’를 주제로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올해는 ‘조직공학 및 재생의학의 최신 지견 : 실험실에서 임상까지’를 주제로 생체재료, 근골격계 및 폐 재생, 3D프린팅을 통한 기관 재생 등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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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류장훈·박정렬 기자 jh@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임성필


[출처: 중앙일보] [건강한 가족] “줄기세포, 3D프린팅으로 건강한 장기 만들어 이식하는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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