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의 뒷담화] 직원들 앞에서 女대리와 티격태격 C부장님, 그래서 권위가 서겠습니까

  • 회사원 K(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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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10.08 03:06

    K대리는 유능한 여성 인재다.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맡은 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완수해내고, 어지간한 남자 직원보다도 책임감이 강해 동료들 사이에 신망도 두텁다. 다만 터프한 성격 탓에 상사에게 곰살맞게 굴지 못하고, 똑 부러지는 말투로 입바른 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니 상사들에겐 편하지만은 않은 부하 직원이다.

    C부장은 회사에서 '정치'의 상징인 사람이다. 업무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학벌과 사내 인맥이 그를 지금의 부장 자리에까지 오르게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장이지만 회사의 고위직에게는 신입사원처럼 재롱(?)을 부리기도 하는데, 그는 이것이 회사의 상하 관계에서 당연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자신이 상사에게 하는 만큼 부하 직원들도 자신에게 절대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김대리의 뒷담화] 직원들 앞에서 女대리와 티격태격 C부장님, 그래서 권위가 서겠습니까
    그런 C부장에게 K대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소위 '짬밥'도 되지 않는 조카뻘의 직원이 회의를 할 때마다 자신의 말에 토를 달거나, '감히' 부장의 의견에 반대를 늘어놓으니 언젠가 한번 자신의 권위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언젠가부터 그는 사무실에서 K대리를 직급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권위를 드러내는 C부장만의 방법이었다. 추석 연휴 전날,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있자 C부장은 사무실에서 "야, 너 회의실로 들어와!"라고 K대리에게 고함을 질렀다. C부장의 반말을 오랫동안 참아 왔던 K대리도 직원들이 다 보는 곳에서 모욕을 당하고 나니 결국 폭발했다. 회의실에서는 부장과 대리의 대화가 아닌, 인간과 인간의 고성방가가 이어졌다. K대리는 모든 화력을 집중시켜 오랫동안 참아온 울분을 폭발시켰고, 회의실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가 커질수록 망신을 당하는 것은 '대리와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C부장이었다.

    꼬여버린 상황에 당황한 C부장의 문자와 전화가 계속 걸려오자, 추석 연휴 내내 K대리는 휴대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K대리는 동기인 나에게 사직 결심을 털어놓았다. 연휴 기간 내내 그녀는 커피숍 창업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제 바보 같은 권위를 참고 사는 데에 한계가 왔다고 한다. C부장의 낡은 권위의식은 C부장의 권위도 앗아갔고, 유능한 사원도 잃어버리게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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