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약고구충언역이(良藥苦口忠言逆而)

良 : 좋을 량 / 藥 : 약 약 / 苦 : 쓸 고 / 口 : 입 구 / 忠 : 충성 충 / 言 : 말씀 언 / 逆 : 거스를 역 / 耳 : 귀 이

【뜻】좋은 약은 입에 쓰고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린다.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린다.

【원말】양약고어구(良藥苦於口)

【동의어】충언역어이(忠言逆於耳), 간언역어이(諫言逆於耳), 금언역어이(金言逆於耳)

【참조】약롱중물(藥籠中物)

【출전】<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편(六本篇)’, <설원> 정간편(正諫篇)

【고사】

『이 말은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편(六本篇)’과 <설원>의 ‘정간편(正諫篇)’에 나온다. 또 같은 내용의 말이 <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에도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써도 병에 이롭고(良藥苦於口而利於病), 충성된 말은 귀에 거슬려도 행하는 데 이롭다.(忠言逆於耳而利於行). 탕(湯)임금과 무왕(武王)은 곧은 말하는 사람으로 일어나고, 걸(桀)과 주(紂)는 순종하는 사람들로 망했다. 임금으로 말리는 신하가 없고, 아비로 말리는 아들이 없고, 형으로 말리는 아우가 없고, 선비로 말리는 친구가 없으면 과오를 범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원래는 여기 나와 있는 대로 ‘좋은 약은 입에 써도 병에 이롭다.’고 해 오던 것을 뒷부분은 약해 버리고 앞부분만 쓰게 된 것이다. ‘바른 말이 귀에 거슬린다.’는 말까지를 다 포함한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충고하는 말을 불쾌한 표정으로 대하고 있을 때 ‘바른 말이 귀에 거슬리는 법이야’하고 말한 것을, ‘좋은 약은 입에 쓴 걸세.’하고 옆에서 친구가 말한다면 듣는 사람에게 보다 효과적인 반성을 주게 되는 것이다. 수운 말 대신에 ‘양약이 고구지’하고 문자를 쓰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는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사기(史記)> ‘유후세가’에는 장량(張良)이 패공(沛公) 유방(劉邦)을 달랠 때 똑같은 내용의 말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충성된 말은 귀에 거슬려도 행하는 데 이롭고, 독한 약은 입에 써도 병에 이롭다.(忠言逆耳利於行) (毒藥苦口利於病)했습니다.”

여기에서 말한 독한 약이란 물론 약효(藥效)가 강하다는 뜻이다.』


『진시황(BC 259∼210)은 열국을 쳐서 천하를 통일하였으며 흉노를 토벌하여 몰아내고 만리장성을 완성했다. 또한 분서갱유(焚書坑儒)하는 등 포학(暴虐)을 다하고 아방궁(阿房宮)을 지어 호화와 향락을 일삼았다.

‘분서갱유’란 백성들이 가지고 있는 책(醫藥, 농사책 등은 제외)을 모아서 이를 불사르고 선비 수백 명을 구덩이에 생매장한 것을 말한다.

이때 초(楚) 나라 항우(項羽.BC 230∼202)는 진(秦) 나라를 치고 초왕이 됐으나 어깨를 겨루던 한(漢)의 유방(劉邦)에게 해하(核下)에서 포위되어 마침내 오강(烏江)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항우는 힘이 장사지만 재략과 도량이 부족하고 인재를 얻지 못한데 비하여 유방은 장량(張良), 한신(韓信) 같은 어진 신하와 이름난 장수를 써서 장안(長安)에 도읍하고 한(漢) 나라를 세웠다. 필사의 경쟁에서 승세를 얻은 유방은 항우보다 앞서 군사를 거느리고 진 나라 서울 함양에 입성할 수 있었다.

유방은 서슴지 않고 왕궁으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호화와 향락을 다했던 왕궁, 궁실에 둘러쳐진 휘장과 금은보화의 눈부심과 아름다운 궁녀들을 보는 순간 그만 취하고 말았다. 유방은 그대로 눌러 앉아 시황제 같은 영화를 누리고 싶었다. 강직하기로 이름난 번쾌는 유방의 눈치를 알아채고 근심하여 말했다.

“아직 천하가 통일되기 전입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고 고난 또한 이제부터가 아닙니까? 한시바삐 궁 밖으로 나가 전세를 가다듬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유방은 이를 듣지 않았다. 번쾌는 답답하고 분했지만 난처하여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때 슬기있는 장수로 이름을 떨친 장량이 한걸음 나아가,

“진 나라가 무도한 학정으로 천하의 원성을 샀기 때문에 당신과 같은 한낱 서민으로서 오늘날 궁중까지 쳐들어오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사명과 임무는 온통 원성으로 들끓고 있는 천하를 안정시키고 시달림을 받아온 백성들을 어루만져 주는 데 있지 않습니까? 이제 겨우 진 나라에 첫발을 들여놓자마자 보물과 미녀 따위에 팔려 포학한 진시황과 같이 향락에 빠져 버린다면 그야말로 공든 탑이 무너지고 역사에 악명밖에 더 남을 것이 있겠습니까? 좋은 약은 입에는 써도 병에 들을 것이며, 충성된 바른 말은 귀에는 거슬려도 행하면 이로운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제발 번쾌(樊噲)의 충언을 따라주시옵소서.”

이 말을 들은 유방은 깨달은 바 있어 곧 궁을 떠나 다른 곳에 자리잡고 전세를 가다듬어 항우의 대군사가 뒤쫓아 진격해 왔으나 홍문(鴻門)의 싸움에서 크게 쳐부수었다.

이같은 부하의 충언을 받아들인 유방은 천하를 통일하여 강대한 나라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일찍이 공자께서도,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로우며 좋은 말은 귀에 거슬려도 행하면 이롭다.”

라 말했다. 이 말은 약은 써도 병에 듣는다는 뜻보다 ‘바른 말은 듣기에는 거슬려도 잘 새겨 들어야 한다’는 말로 교훈과 충고를 잘 받아들이고 지켜 나가면 크게 도움이 된다는 뜻을 나타낸다.』


『천하를 통일하고 동아시아 최초의 대제국을 건설했던 진(秦)나라 시황제가 죽자 천하는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간 학정에 시달려온 민중이 각지에서 진나라 타도의 기치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중 2세 황제 원년(元年.BC 209)에 군사를 일으킨 유방(劉邦: 훗날의 한고조)은 역전(歷戰) 3년만(BC 206)에 경쟁자인 항우(項羽)보다 한 걸음 앞서 진나라의 도읍 함양(咸陽)에 입성했다.

유방은 3세 황제 자영(子嬰)에게 항복을 받고 왕궁으로 들어갔다. 호화찬란한 궁중에는 온갖 재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꽃보다 아름다운 궁녀들이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았다. 원래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유방은 마음이 동하여 그대로 궁중에 머물려고 했다. 그러자 강직한 용장 번쾌(樊噲)가 간했다.

“아직 천하는 통일되지 않았나이다. 지금부터가 큰일이오니 지체없이 왕궁을 물러나 적당한 곳에 진을 치도록 하시오소서.”

유방이 듣지 않자 이번에는 현명한 참모로 이름난 장량(張良)이 간했다.

“당초 진나라가 무도한 폭정을 해서 천하의 원한을 샀기 때문에, 전하와 간은 서민이 이처럼 왕궁을 드실 수 있었던 것이옵니다. 지금 전하의 임무는 천하를 위해 잔적(殘敵)을 소탕하고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이옵니다. 그런데도 입정하시자 재보와 미색(美色)에 현혹되어 포악한 진왕(秦王)의 음락(淫樂)을 배우려 하신다면 악왕(惡王)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옵니다.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忠言逆於耳利於行), 독약(양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毒藥苦於口 而利於病)’고 하였나이다. 부디 번쾌의 진언을 가납(嘉納: 권하는 말을 기꺼이 들음)하시오소서.”

유방은 불현듯 깨닫고 왕궁을 물러나 패상(霸上: 함양 근처)에 진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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