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본사 벽에는 ‘화웨이 야심’이 적나라하게…

붉은 플래카드에 '서울 거쳐 세계로'… 한국발판 세계화 전략
LGU+ 통해 통신망 이어 2조 규모 재난망사업 진출도 노려 

김유정 기자 clickyj@dt.co.kr | 입력: 2014-11-03 19:14
[2014년 11월 04일자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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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본사 벽에는 ‘화웨이 야심’이 적나라하게…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화웨이가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LG유플러스를 통해 국내 통신 장비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난 달에는 스마트폰 'X3'를 출시하며 적극적인 스마트폰 마케팅을 펴고 있다. 향후 국내 국가재난안전망 사업에도 장비를 공급하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은 3일 서울 을지로입구역에 설치된 화웨이 스마트폰 X3의 광고판 모습. 유동일기자 eddieyou@


'중요한 일전을 위해 백일의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제 서울을 거쳐 우리의 깃발을 퍼뜨려 승리를 거머쥐겠다.'(百日搏成大功,誓旌旗遍首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광둥성 선전 본사에 걸어놓은 것으로 알려진 캐치프레이즈다. 이 붉은 플래카드에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화웨이의 야심과 전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세계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시장 2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5위, 작년 매출 42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한 화웨이다. 이런 회사가 서울을 거쳐 세계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한 것은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성공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한국에서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사업으로 성공 경험을 쌓은 뒤 세계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실제 화웨이는 한국 시장 공세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중국 네트워크 장비 업체로는 유일하게 LG유플러스를 통해 국내 LTE 통신장비 시장에 진출했다. 또 올 10월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 시장에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화웨이는 이어 최소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사업, 즉 국내 공공 통신망 시장에도 진출할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사업에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현재 LG CNS와 문엔지니어링, 리노스 컨소시엄이 내년 3월까지 재난망 시범서비스를 위한 종합계획(ISP)을 수립한 뒤, 시범 사업자를 선정해 내년말까지 강원 지역에서 우선 재난망 테스트에 들어간다. 이후 2016~2017년 전국 재난망 본 사업에 들어가게 된다.

화웨이는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LG유플러스를 통해 이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LG CNS와 같은 그룹 계열사인 LG유플러스가 재난망 통신사업자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화웨이의 참여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게 관련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가격 경쟁력과 특유의 맞춤형 서비스를 무기로 적극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화웨이는 우리나라 재난망 사업에서 이익을 내기보다는 망 구축 사례를 확보해 세계 무대로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경계 대상 1호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이미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네트워크 장비를 경쟁사들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ICT 인프라가 세계에서도 가장 고도화돼 있고, 소비자도 가장 까탈스러운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게 화웨이 경영진의 생각"이라며 "본사에서 적극 나서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세계적으로중국 통신장비의 보안성 이슈가 불거지고 있어 화웨이의 참여는 현실적으로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미국 언론을 통해 화웨이가 기지국 장비를 이용해 감청할 가능성이거론됐었다.

이에 대해 화웨이측은 사실이 아니며 국제 공인 보안성 인증을획득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화웨이는 지난 1988년 5명으로시작한 네트워크 장비 벤처였지만, 25년만인 지난해 매출 42조원에 15만명의 대군을 거느린 세계 2위 이동통신장비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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