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사업자의 독점 방지를 위해 도입된 ‘통신요금 인가제’(이하 인가제)가 반대로 독과점을 강화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상 정부가 이동통신3사의 가격 담합을 방조한다는 주장이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국정감사에서 “독점을 막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인가제를 도입했지만, 사실상 독과점을 유지하는 제도로 변실됐다”며 “(인가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담합”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요금 인가제는 무선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과 유선분야 지배적 사업자 KT가 요금을 결정할 때 방송통신위원회가 인가하는 제도로 지난 1991년 도입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심 의원에게 제출한 ‘인가제 신청 및 인가현황’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05년 이후 SK텔레콤이 신청한 요금제를 100% 인가했다. 심 의원은 “SK텔레콤이 요금제 인가를 받으면 KT와 LG유플러스는 이를 모방한 유사 요금제를 출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밝힌 통신 요금제 모방 사례. 이미지=심학봉 의원 제공.
 

실제로 가장 많은 가입자가 이용하는 ‘망내음성 무제한 요금제’는 SK텔레콤이 2013년 3월27일 도입했고, 이어 KT(2013년 4월1일)와 LG유플러스(2013년 4월11일)가 해당 요금제를 도입했다. 심 의원은 “SK텔레콤의 가격우산 아래 이동통신3사가 담합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어 “비싼 통신요금은 사실상 이동통신3사의 요금담합과 100% 인가를 내준 미래부의 방조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동통신3사의 주요 요금제의 차이는 알 수 없고, 시장의 50%를 점유한 SK텔레콤, 100% 인가 하는 미래부,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KT와 LG유플러스는 마치 ‘통피아’를 연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요금을 1위 사업자가 정하면 다른 사업자가 따라가는 현상이 시장에서 일부 나타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최양희 미래부 장관에게 “이런 구조 속에서 과연 통신요금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인가제도의 존폐를 논하기 전에 가격우산 밑에 숨어 가격인하에 대해 어떤 노력도 않는 통신사들의 자구책 마련에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 이동통신 3사. ⓒ권범철 화백
 

한편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면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월 “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시켜 통신요금이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통신시장 혼란과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1위 통신사로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며 “인가제를 당분간 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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