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 뜸시술 합헌에 한의계 긴장하는 '진짜' 이유
[머니투데이 최은미기자][헌재, 구당 김남수 뜸시술 인정판결에 한의계 반발..논란 예상]
헌법재판소가 구당 김남수(96) 옹의 뜸 시술을 사실상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며 논란이 예상된다. 구당은 침사(침 놓는 사람)로 구사(뜸 놓는 사람) 자격증이 없기 때문이다.
침사 자격이 있고, 수십년간 해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사회통념 상 용인되는 수준이라는 게 헌재 입장인데, 엄밀히 따지면 무면허 의료행위를 인정해준 것과 다름없다며 한의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헌법재판소는 구당에게 구사 자격 없이 침사 자격만 갖고 뜸 시술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뜸 시술 자체가 신체에 미치는 위해 정도가 그리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뜸이 침사에 의해 이뤄진다면 위험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무방할 만큼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사로서 수십년간 침술과 뜸 시술을 해온 김씨의 행위는 사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며 "검찰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유죄로 판단한 것은 김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은 2008년 김씨가 구사 자격 없이 뜸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 정황 등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하는 검사의 처분이다.
이같은 결정에 한의계는 반발하고 있다. 구당 구사자격이 없는 만큼 헌재가 법이 규제하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합법화했다는 점에서다. 침사자격을 갖고 있다는 것과 수십년간 시술을 해왔다는 점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장동민 한의협 홍보이사는 "오래 다녀 본 익숙한 길이라면 오토바이 면허증만 갖고 있어도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냐"며 "부작용이 적다는 이유로 불법시술에 면죄부를 준 판결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구당의 이력과 그가 침사로 활동할 당시 사회적 배경 등 그가 가진 '특수성'을 감안해 내린 판결이다.
일제시대 생겨난 침구사제도는 1962년 의료법이 제정돼 한의사제도가 생겨나면서 폐지됐다. 따라서 그 이전에 면허를 취득한 침구사만이 공인자격증을 유지하고 있는데, 2008년 6월 기준으로 41명에 불과하며 모두 80대 이상 고령자다.
그럼에도 한의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사라진 '침구사' 부활 논의가 재점화되거나, 구당으로부터 뜸시술을 교육받은 수천명의 교육생들에게 같은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구당 측은 지난해 8월 침과 뜸 등의 의료행위를 한의사에게만 허용하는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합헌'이라고 판결했지만,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지며 한의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침구사가 허용될 경우 한약을 지어줄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의사와 침구사 역할이 다를 게 없다.
구당이 '뜸사랑 정통침뜸교육원'을 통해 사설 자격증을 주며 교육생을 배출하고 있는 것도 한의계에는 눈엣가시다.
구당은 현재 검찰로부터 무면허로 침뜸을 가르치고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벌금 1000만원을 구형받은 상태다. 가르친 학생 1600여명에게 2008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뜸요법사'나 '뜸요법사인증서' 등 사설 자격증을 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헌재가 구당의 무면허 혐의를 없애준 만큼 다음달 23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릴 판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의사협회가 이번 결정을 놓고 "한 청구인 개인에 대한 것을 넘어 한방의료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국민건강에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이유다.
한의계 관계자는 "지난해 헌재 판결 이후 구당 측이 비의료인의 뜸시술을 인정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신문광고에 나서는 등 더욱 조직적인 활동을 보였었다"며 "한의사협회와 구당 측의 공방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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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키워드] 헌법재판소|김남수|구당|침구사|무면허의료행위
헌법재판소가 구당 김남수(96) 옹의 뜸 시술을 사실상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며 논란이 예상된다. 구당은 침사(침 놓는 사람)로 구사(뜸 놓는 사람) 자격증이 없기 때문이다.
침사 자격이 있고, 수십년간 해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사회통념 상 용인되는 수준이라는 게 헌재 입장인데, 엄밀히 따지면 무면허 의료행위를 인정해준 것과 다름없다며 한의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헌법재판소는 구당에게 구사 자격 없이 침사 자격만 갖고 뜸 시술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뜸 시술 자체가 신체에 미치는 위해 정도가 그리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뜸이 침사에 의해 이뤄진다면 위험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무방할 만큼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사로서 수십년간 침술과 뜸 시술을 해온 김씨의 행위는 사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며 "검찰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유죄로 판단한 것은 김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은 2008년 김씨가 구사 자격 없이 뜸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 정황 등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하는 검사의 처분이다.
이같은 결정에 한의계는 반발하고 있다. 구당 구사자격이 없는 만큼 헌재가 법이 규제하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합법화했다는 점에서다. 침사자격을 갖고 있다는 것과 수십년간 시술을 해왔다는 점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장동민 한의협 홍보이사는 "오래 다녀 본 익숙한 길이라면 오토바이 면허증만 갖고 있어도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냐"며 "부작용이 적다는 이유로 불법시술에 면죄부를 준 판결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구당의 이력과 그가 침사로 활동할 당시 사회적 배경 등 그가 가진 '특수성'을 감안해 내린 판결이다.
일제시대 생겨난 침구사제도는 1962년 의료법이 제정돼 한의사제도가 생겨나면서 폐지됐다. 따라서 그 이전에 면허를 취득한 침구사만이 공인자격증을 유지하고 있는데, 2008년 6월 기준으로 41명에 불과하며 모두 80대 이상 고령자다.
그럼에도 한의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사라진 '침구사' 부활 논의가 재점화되거나, 구당으로부터 뜸시술을 교육받은 수천명의 교육생들에게 같은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구당 측은 지난해 8월 침과 뜸 등의 의료행위를 한의사에게만 허용하는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합헌'이라고 판결했지만,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지며 한의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침구사가 허용될 경우 한약을 지어줄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의사와 침구사 역할이 다를 게 없다.
구당이 '뜸사랑 정통침뜸교육원'을 통해 사설 자격증을 주며 교육생을 배출하고 있는 것도 한의계에는 눈엣가시다.
구당은 현재 검찰로부터 무면허로 침뜸을 가르치고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벌금 1000만원을 구형받은 상태다. 가르친 학생 1600여명에게 2008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뜸요법사'나 '뜸요법사인증서' 등 사설 자격증을 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헌재가 구당의 무면허 혐의를 없애준 만큼 다음달 23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릴 판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의사협회가 이번 결정을 놓고 "한 청구인 개인에 대한 것을 넘어 한방의료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국민건강에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이유다.
한의계 관계자는 "지난해 헌재 판결 이후 구당 측이 비의료인의 뜸시술을 인정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신문광고에 나서는 등 더욱 조직적인 활동을 보였었다"며 "한의사협회와 구당 측의 공방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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