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日통신업계 정상 등극… "다음 목표는 도요타"

  • 도쿄=안준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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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5.09 03:04

    소프트뱅크, NTT도코모 추월… 작년 매출·이익 모두 앞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다음 목표는 도요타입니다. 우리는 결코 2위, 3위에 만족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7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통신사 소프트뱅크의 '2013 회계연도 결산 발표'에서는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57 ·사진) 사장의 단상 위 발언이 화제가 됐다. 회사의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를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밝혔기 때문이다.

    손 사장의 발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가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이날 발표된 전년도 매출·이익 부문에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업계 1위 통신사 NTT도코모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41.5% 증가한 5270억엔(약 5조3000억원)으로, 4647억엔(약 4조6700억원)에 그친 NTT도코모를 앞질렀다. 매출도 108% 오른 6조6666억엔(약 67조원)을 기록해 역시 NTT도코모보다 많았다. 자산 약 20조원으로 일본 최대 거부(巨富)인 손 사장이 마침내 자신의 회사마저 일본 통신업계 1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는 그가 1981년 소프트뱅크 전신인 컴퓨터 업체 '유니슨 월드'를 설립한 지 33년 만의 쾌거다. 손 사장은 이날 "도코모를 언젠가 꼭 누른다는 것은 통신업계에 진출한 첫날부터 가졌던 강한 결의였다. 그것을 달성할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재일교포인 그는 일본 내에서도 '도전의 아이콘'이라고 불린다. 손 사장이 19세 때 세웠다는 '인생 50년 계획'은 지금도 회자된다. 20대에 회사를 세우고, 30대에 1000억∼2000억엔을 모으며, 40대에 승부수를 던지고, 50대에 사업을 완성해 60대에 다음 세대에게 사업을 넘긴다는 것이다. 다짐대로 그는 1974년 고교 중퇴 후 미국으로 건너갔고, 1979년 UC버클리 재학 당시 샤프에 자동번역기를 팔아 얻은 자금 1억엔(약 10억원)으로 소프트웨어 업체를 차렸다. 일본에 돌아와 소프트뱅크를 설립한 뒤에는 1996년 미국 야후와 함께 야후 재팬을 설립하고, 2000년대 들어 '일본텔레콤'과 '보다폰 재팬'을 인수하며 통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의 성장도 손 사장의 공격적·적극적 경영 덕분이라는 평가다. 그는 2008년 애플과 아이폰 공급 파트너십 계약을 한 데 이어 지난해 미국 3위 통신업체인 스프린트 넥스텔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는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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