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자전거로 7년간 112개국 누빈 문종성씨

부산 방문 강연…"자전거 세계여행의 꿈은 진행형"연합뉴스 | 입력 2014.05.17 18:01 | 수정 2014.05.17 18:02

부산 방문 강연…"자전거 세계여행의 꿈은 진행형"

(부산=연합뉴스) 심수화 기자 = "7년이 넘는 자전거 세계 여행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게 됐고 나쁜 선입견도 많이 털어낸 것 같습니다."

자전거 여행 전문가 문종성(34·경기도 고양시)씨가 17일 부산을 찾았다.

그는 협성문화재단(이사장 박석귀) 초청으로 이날 오후 부산시 동구 협성빌딩 대연회장에서 열린 강연에서 자전거 여행을 통해 바뀐 자신의 모습을 설명했다.

↑ 자전거로 세계일주하는 문종성씨 (부산=연합뉴스) 심수화 기자 = 자전거 여행 전문가 문종성(34·경기도 고양시)씨가 남미 칠레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문종성씨 제공)

↑ 자전거로 세계일주하는 문종성씨 (부산=연합뉴스) 심수화 기자 = 자전거 여행 전문가 문종성(34·경기도 고양시)씨가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를 들고 강을 건너고 있다. (문종성씨 제공)

26살 때인 2006년 11월 자전거 한 대에 청춘의 열정을 싣고 훌쩍 세계 여행길에 오른 문씨는 7년 2개월에 걸쳐 112개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북미, 중·남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5개 대륙 곳곳에는 그가 흘린 땀방울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자전거 타이어 흔적이 남아 있다. 문씨는 요즘 방송사, 대기업, 대학, 교회 등에서 강연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외로움, 힘껏 껴안다' 등 여행기를 담은 책도 몇 권 냈다.

그의 자전거 세계여행 역시 청춘의 뜨거운 열정이 녹아 있는 도전정신에서 비롯됐다. 대학 졸업 무렵 친구들이 취업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문씨는 성공에 집착하거나 좋은 직장을 잡기보다 뭔가 가치 있는 '내 길'을 가 보기로 결심했다.

"자전거는 교통수단 가운데 속도가 가장 느려요. 그러나 여행 중 현지 사람들과 부대끼기 좋아 그들의 마음속으로 가장 빨리 들어갈 수 있고 경비 또한 가장 적게 들 것 같아 자전거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여행 준비를 하다가 보니 자전거 여행이 아직 생소한 우리나라에는 관련 정보가 부족했다. 해외 관련 사이트를 뒤져 코스를 잡은 뒤 돈을 마련하고 영어 공부 등에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첫 여행지를 미국의 경제 중심지 뉴욕으로 잡고 동쪽 LA까지 미 대륙 횡단에 도전했다.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가 아닌 시골길을 택하면서 3개월로 예상한 여행기간이 6개월이나 걸렸다. 또 6개월로 잡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케냐까지도 무려 1년 6개월로 훌쩍 늘어나 버렸다. 이 때문에 당초 잡았던 여행기간이 5년 6개월에서 7년 2개월로 길어졌다.

그가 소화해 낸 총 여행 거리는 6만5천∼7만 ㎞ 정도. 여행 기간 멕시코, 에콰도르, 니카라과, 아르헨티나, 모로코 등지에서 모두 6번이나 강도를 당하는 등 큰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감동적인 일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함께 자전거 여행에 동행한 한 아르헨티나 친구가 3년간 미국 대륙을 여행하면서 짬을 내 고아원에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페루에서 만난 친구는 4일이나 자기 집에 머물게 한 뒤 여행경비 80달러를 모아 줬다고 한다. 여행 중 만난 친구들과는 지금도 이메일을 통해 소식을 주고받는다.

문씨는 또 아프리카 여행을 할 때 병원마다 말라리아 환자들이 꽉 차 있는 것을 보고 잡지와 책에 기고한 원고료, 후원금 등으로 구입한 모기장 4천500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여행 중에 경비를 마련한 경험을 소개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만난 대학교수와 고교 교사가 자전거에 잔뜩 짐을 싣고 가는 여행객에게 주저 없이 다가와 학생들에게 강연을 해달라고 조르더라는 것이다. 강연 후에는 즉석에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줬는데, 요긴한 여행 경비가 된 것은 물론이다.

문씨는 곧 서울에 사무실을 내서 청소년들과의 대화 공간을 마련한다. 무조건 1등만을 강요당하는 청소년의 고민을 들어주고 인생의 가치, 공감대를 공유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청소년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면 언제든지 달려가 도전경험을 설명해주고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문종성씨의 '자전거 세계여행'의 꿈은 진행형이다. 그는 사정이 허락하면 기업프로젝트 방식으로 재도전, 첫 여행길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현지인들이 반대해 발길을 돌려야 했던 서(西)사하라나 아마존 내륙 등지로 꼭 가보고 싶다고 밝혔다.

ss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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