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회장님 집무실 옆 대사관…한화와 그리스, 남다른 인연

  • 손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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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6.07 08:35

    한화그룹 본사 건물 앞 국기 게양대. 가장 우측이 그리스 국기로 태극기와 한화그룹 사기와 함께 걸려있다. 보이는 건물은 한화그룹 맞은 편 삼일빌딩. /손희동 기자
    한화그룹 본사 건물 앞 국기 게양대. 가장 우측이 그리스 국기로 태극기와 한화그룹 사기와 함께 걸려있다. 보이는 건물은 한화그룹 맞은 편 삼일빌딩. /손희동 기자
    서울 장교동 청계천 근처에 있는 한화(000880) (27,050원▼ 400 -1.46%)그룹 본사 국기 게양대에는 세 개의 깃발이 걸려있다. 태극기와 한화그룹 사기(社旗), 그리고 또 하나 그리스 국기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그리스 대사관이 한화그룹 건물에 입주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대사관은 한화그룹 사옥 27층, 김승연 회장 사무실과 같은 층에 위치해 있다. 그리스 대사관이 한국에 문을 연 1991년 이후 23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과 그리스는 1961년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한화그룹과 그리스의 인연은 4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7년 10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서울 주재 희랍왕국(현재 그리스) 명예 총영사에 한화그룹 창업주인 고(故) 김종희 선대 회장을 임명했다.

    당시 한국화약사장을 맡고 있었던 고 김종희 회장은 그리스와 한국을 오가며 양국간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72년 1월에는 그리스 콘스탄틴 국왕으로부터 금성십자훈장을 받기도 했다. 한·그리스간 우호증진과 교역증대에 기여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한화와 그리스의 우정은 아들인 김승연 회장에게로 이어졌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인 김승연 회장도 1983~93년, 2007년 이후 지금까지 그리스 명예총영사로 활동하면서 그리스 정·관계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금도 그리스에 가면 귀빈 대접을 받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에게 그리스는 유럽연합(EU)국가 중에서는 9번째, 세계적으로는 30위권의 수출대상 국가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로 하면 EU 국가 중 3위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대상국이다. 특히 해양강국인 그리스는 국내 조선사와 선박 관련 제조사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외국 대사관이 기업체 건물에 들어와 있는 사례는 적지 않다. 오스트리아와 호주, 핀란드 등 대사관이 종로구 교보빌딩에 위치해 있고, 과테말라 대사관은 소공동 롯데호텔에, 엘살바도르 대사관이 태평로 삼성생명 빌딩에 자리하고 있다.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 대사관은 종각역 근처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 있다.

    국내에 들어온 대부분의 외국 공관들은 외교 타운이라 불리는 용산과 이태원 일대에 주로 자리해 있다. 외교관저가 많은 성북동도 대사관들이 선호하는 곳 중 하나다. 종로와 광화문, 정동 일대에 자리한 대사관들은 이 곳이 청와대와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청사 근처이기 때문에 입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개별 공관을 마련한 미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의 대사관이 이 근처에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대사관 근처 100m 이내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리스 대사관처럼 기업체 건물에, 그것도 20년 넘게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선대 회장때부터 이어진 인연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라 한화 직원들에게 그리스 대사관은 아주 친숙한 존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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