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또 올랐어?"…지경부의 꼼수? 술수(術數)?

뉴시스 | 기사전송 2011/12/03 07:36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지식경제부가 30년 만에 연간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MB정권이 집권 후반기 주요 정책기조를 물가안정에 두고 총력을 쏟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습적인 공공요금 인상은 의외의 결정이란 반응이다.

지금까지 한 해에 전기요금 두 차례 인상은 74년(2월 30%↑, 12월 42.4%↑), 79년(3월 12%↑, 7월 34.6%↑), 80년(2월 35.9%↑, 11월 16.9%↑), 81년(4월 10%↑, 12월 6%↑) 뿐이었다. 그나마 오일쇼크 파동이 일었던 79년을 제외하면 4개월 만에 전기요금을 기습적으로 인상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미 지난 8월부로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했기 때문에 연말 또 한 차례 전기요금을 손댄 것은 적잖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불리한 여건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물가부담을 떠안고 일각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4개월 만에 또 기습적인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배경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측은 전기요금을 한 해에 두 차례나 건드린 것은 불가피한 선택임을 호소하면서도 그만큼 전력수급이 불안하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매년 치솟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전력공급으로 올 동절기 전력난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감이 정부 내부에서 팽배해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지경부 관계자는 전했다.

원가에 미달한 전기료가 이번 요금인상을 단행한 가장 중요한 배경이라고 정부는 들고 있다.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2007년 93.7%, 2008년 77.7%, 2009년 91.5%, 2010년 90.2%로 정부는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전력수급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부가 최대한 전기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해결수단으로 요금인상 카드를 꺼낸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석유류 소비가 전기로 바뀌는 에너지 소비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2009년 이후 기후변화의 여파로 겨울철 기온이 크게 낮아지면서 전기난방 사용이 급증했다"며 "이에 따라 OECD 최고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는 전력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전기요금의 추가 조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논리적으로는 설득력이 있지만 쉽게 동조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전기요금 인상이 전력수급을 관리하는데 최선의 선택인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이번에 큰 폭으로 요금이 조정된 산업계의 불만이 적지 않다.

전력당국은 지난 9월15일 전력수급 불안으로 전국적인 정전대란을 일으킨 경험이 있다. 당시 값싼 전기를 '펑펑' 사용한 소비자들의 안일한 경각심도 전력난에 한몫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책 실무자의 판단착오가 정전대란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더 컸다. 정전사고 이전에 전력수요가 더 많은 여름철에도 전력난을 무사히 피해간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9·15 정전사고는 요금인상 불과 한 달 만에 발생한 것으로 전력을 생산할 능력이 없어서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이 아니라, 전력수요 예측에 실패한 정부의 능력부족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요금인상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사고는 정부가 쳐놓고 전기요금을 거둬 고약한 잇속을 챙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인 셈이다.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한 사고 뒷수습을 요금인상으로 해결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지경부도 요금조정 대상이나 인상폭을 달리 했다. 서민생활이나 물가부담과 곧바로 직결돼 국민적인 반발이 일 수 있는 주택용은 올리지 않았다. 또 한미 FTA 체결로 막대한 산업피해가 예사되는 농심(農心)을 고려한 듯 농업용 요금도 동결했다. 이 두 요금을 '방어벽' 삼아 외부의 논란을 최대한 잠재우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전기요금 인상 시점을 놓고도 고심한 흔적도 엿보인다. 전력당국은 매번 전기요금을 올릴 때 마다 중산층과 중소기업, 영세상인 등으로부터 적잖은 저항과 반발에 밀려 전기료 현실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9·15 정전대란 이후 원가에 못 미친 전기요금이 전력수급의 불안을 키운 주요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자, 항상 기대치에 못 미친 요금인상률로 고심하던 전력당국이 현재와 같이 비교적 반감이 덜한 분위기를 적기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지난 10월 국감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전기요금 필요성을 거론하며 지경부와 한전의 논리에 힘을 실어준 점도 정부가 요금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는데 한결 수월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지난 10월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한 재보선이 끝났기 때문에 표심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내년 총선(상반기)과 대선(하반기)에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인상시점을 다음해로 미룰 경우 정치권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 연말 대신 내년 초로 인상시점을 미뤄 불과 총선을 수개월 앞두고 전기료 인상을 단행할 경우 정치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자칫 전기료 인상이 물 건너 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럴 바에 차라리 올해 마지막 달에 요금을 인상함으로써 요금충격을 최소화하고 여당의 눈치도 덜 보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협조요청도 할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을 한결 덜게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원가 회수 달성을 위해서는 6%내지 7%는 올려야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다만 내년에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언제쯤 얼마나 올릴 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도는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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