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왕서방들, 끼리끼리 한국으로
2014-02-07, 12:46:40 에벤에셀 추천수 : 3 | 조회수 : 82

[中 여유법 시행 넉달, 바뀌는 한국관광]

- 低價 여행 우르르? 요우커의 진화
中 관광법으로 한국 패키지여행 가격 올라
단체 관광객 대상 대형 음식점, 파리 날려

- 백화점만? 카지노의 미소
1억 이상 베팅 고객 90%이상이 중국인
1000만원짜리 칩까지 등장


[조선일보]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새 여유법(旅遊法·관광법)을 시행하고 있다. 여행사가 저가(低價) 상품으로 고객을 모집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쇼핑 강요 금지, 추가 비용 청구 금지, 팁 금지 등 '3무(無) 조항'이 담겨 있다. 여행사가 별도 항목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저가 패키지 관광의 '필수 코스'이던 쇼핑센터 방문과 옵션 관광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법을 어기면 벌금 10만~30만위안(약 1750만~5250만원)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여유법 시행 4개월을 넘기면서 중국인을 상대하는 국내 관광업계가 개별 여행객과 고급 관광객 위주로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체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식당과 쇼핑센터는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개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품 가게와 외국인 카지노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 여유법 시행으로, 장기적으로 볼 때 싸구려 저질 관광이 줄어들면서 국내 관광 시장의 품격이 한 단계 올라가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지노 칩도 바꾸는 요우커

지난달 30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패션 복합 매장인 '10 꼬르소 꼬모 서울' 앞. 루이뷔통 등 명품 가방을 든 30대 여성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3명이 매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상하이(上海)에서 왔다는 장춘훙(張春鴻·32)씨는 "춘제(春節)를 맞아 친척들과 서울로 가족여행을 와 쇼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 일행은 저마다 양손에 쇼핑백 3~4개를 들고 있었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의 이준석 팀장은 "일본인은 대개 구경만 하다 나가는데, 중국인들은 수백만원짜리 상품도 거리낌 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은 요즘 고객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10~12월 세븐럭을 찾은 중국인 중 단체 관광객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7명 줄었지만, 개별 여행객은 1만1867명 늘어났기 때문이다. 개별 여행객은 거액을 쓰는 경우가 많아 매출은 더 크게 올랐다.

세븐럭은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1000만원짜리 카지노 칩을 3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그동안 카지노 칩은 1000원에서 500만원까지 6종류뿐이었지만, 씀씀이가 큰 중국인을 노려 1000만원짜리 칩을 만든 것이다. 칩 색깔도 중국인이 좋아하는 금색과 빨간색을 섞어 썼다.

세븐럭 관계자는 "영업장에서 1억원 이상을 들고 게임을 하는 외국인의 90%가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단체 관광객용 식당·쇼핑몰 '직격탄'

새 여유법 시행 후 싸구려 한국 여행은 확연히 줄었다. 지난달 23일 오후 7시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이 밀집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은 어둡고 썰렁했다. '유사 면세점'으로 불리는 기념품 가게와 인삼·약재센터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평소 단체 관광버스로 혼잡했던 거리에는 홍콩·대만 관광객 몇 명만이 눈에 띄었다.

270석 규모의 한 삼계탕집 직원은 텅 빈 자리를 가리키며 "중국 관광법 때문에 한국 패키지 여행비가 올라가 중국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음식점 주인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 손님의 전부나 다름없었는데 5분의 1 이하로 줄면서 매달 20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새 관광법인 ‘여유법’으로 인해 국내 저가 관광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식당의 텅 빈 모습.

▲ 중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새 관광법인 ‘여유법’으로 인해 국내 저가 관광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식당의 텅 빈 모습.


반면 다른 관광업은 계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단체 관광객이 줄어든 부분을 개별 중국인 여행객이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0월 이후 매달 60% 정도 신장해왔는데, 앞으로도 여유법의 영향은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에어스타 애비뉴는 지난해 상반기 1인당 면세쇼핑 금액을 비교한 결과, 한국인(4만원)이나 일본인(4만2000원)에 비해 중국인은 3배에 달하는 12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432만6000여명으로 사상 처음 4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단체 관광객 비중은 2012년 39.7%에서 지난해 34.8%로 줄었고, 개별 관광객 비중은 60.3%에서 65.2%로 늘어났다.

"중국인 관광객, 질적으로 진화하는 중"

업계에서는 이미 2010년 이후 요우커의 관광 행태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었다고 분석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선정한 올해 세계 10대 트렌드 중 하나는 '요우커의 진화'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위원은 "요우커는 양적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고급화되면서, 저소비·단순 관광형에서 고소비·복합(의료·레저 등 맞춤형 관광) 관광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성태 책임연구원은 "중국 여유법이 국내 저가 여행시장에만 악영향을 미치고,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 매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여유법(中華人民共和國 旅游法)

중국 정부가 10월부터 시행한 새 관광법. 싸구려 여행 상품으로 관광객을 모집하고, 지정 쇼핑 장소,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옵션 항목을 코스에 넣어 수수료를 챙기는 것을 ‘여행 기만 행위’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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