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바이오문화컨텐츠 연구소 ]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이다. 일복이 터진 나는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서재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워커홀릭이라고? 독자들이여! 재미없게 생긴 내 외모만 보고 오해하지 마시라! 난 누구보다 ‘재미’를 추구한다.
이름 하여 지속가능한 재미! 뭐든 순간 반짝하는 것보다, 한 번 시작했다 하면 그걸 지속적으로 해가는 걸 좋아한다. 사람 관계든 연구든 놀이든, 그게 무엇이 됐든.
그런데 왜 명절에 일을 하냐고? 바로 지금 거실에서 재잘재잘 떠드는 나의 조카들 때문이다. 명절 때마다 만나는 조카들에게 나의 존재는 가히 아이돌 못지않다.
심심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명절 때마다 조카들에게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를 해주고 용돈도 아주 그냥 풍족하게 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때 묻지 않은 조카들 앞에서 교수라는 직위를 잊은 채 마음껏 과학 이야기를 해주는 게 즐겁다.
그런데 오늘은 여고생 조카 녀석이 인기 웹툰 하나를 추천해줬다. 제목은 ‘다이어터’. 호기심 많은 나는 당장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수지’라는 이름은 가진 20대 여성이다. 그녀는 외모도 별로고 몸매도 별로다. 물론 겉모습이 다는 아니지만, 그녀는 자신이 못생기고 뚱뚱하고 생각한다. 하여 살을 빼기 위해 호들갑을 떨며 동분서주한다는 이야기인데...
다이어터 수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몸무게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나.. 수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다독이며 강한 의지를 불태운다(정말 멋진 여성이다!). 그런데.. 다이어터 수지에게도 ‘살’보다 더 두려운 게 있다. 바로 술! 회식 술자리다. 웹툰을 읽다 보니 여고생 조카가 왜 추천해줬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조카는 평균 몸무게보다 두 배 정도 나가는 비만 여고생이다. 조카에게 있어 수지가 처한 상황은 동변상련이 기분을 느끼게 해줬나 터. 공부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살이 쪄버린 여고생 조카를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졌다.
나는 계속해서 웹툰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수지의 명대사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하겠다. 수지는 다음과 같은 말한다. “자신의 의지를 믿고 술자리에 가는 건 초보자가 스키장 상급 코스 슬로프에 가는 것과 같아. 올라갈 땐 마음대로지만 내려올 땐 만신창이가 되고 말거든.”
웹툰 ‘다이어터’의 수지의 대사처럼, 살을 빼려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술자리는 독인 든 사과다. 치명적이다 못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살을 찌우는 건 술이 아니라 고칼로리의 안주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술과 함께 먹는 안주가 대부분 치킨, 고기, 소시지와 같은 고칼로리 음식이긴 하다. 그렇다면 안주를 일절 먹지 않고 술만 마시면 괜찮을 걸까? 궁금증이 봇물 터지듯 나온다! 자, 지금부터 과연 ‘술’이 ‘비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자.
복부비만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술이다?
술이 비만 중에서도 복부비만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하는데 사실일까? 또한 와인을 마시는 것이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출렁거리는 복부비만의 가장 강력한 주범은 ‘술’이다? 맞는 이야기다.
대학에 들어가면 되면 신입생 환영회다 뭐다 해서 처음 술을 마시게 된다. 지금이야 옛날처럼 강권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어찌됐든 이때 많은 사람들이 술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갖은 노력 끝에 취업해서 들어간 회사에서는 술의 마력(?)에 빠지게 된다. 절대로 1차로 끝나지 않는 회식! 신입사원이라면 상사의 눈치를 보며 끝까지 자리에 남아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주당이 되고 만다. 이왕 마시는 거 안주도 푸짐하게 시키고, 남김없이 먹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비만을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용의자인 술은 ‘뱃살’이라는 증거물을 꼭 남긴다. 술은 지방분해를 방해하고 합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영양정책팀의 ‘식생활로 본 한국인의 복부비만 위험률’ 연구결과에서도 증명됐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복부비만의 위험 증가요인>
*잦은 과음
(대한민국 성인 남성 기준 회당 7잔 기준/주 2회)
*짜고 매운 음식 선호
*매일 1회 이상의 외식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
*라면 등 면류 주 3회 이상 섭취
*탄산음료 주2회 이상 섭취
복부비만 위험률 랭킹 1위가 바로 술! 도대체 술의 어떤 성분이 이렇게 살을 찌우게 만드는 걸까? 상식적으로 살은 안주 때문에 더 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신 독자께 알코올이란 놈의 대단한 능력을 알려주겠다!
이 알코올이란 놈은 대단히 얍삽하고 빠르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바로 그 순간! 탄수화물, 단백질과 같은 영양분을 제치고 재빨리 자신이 소모되게끔 한다. 다시 말해서 만약에 우리가 술을 마시면 당장 소모되는 칼로리의 상당량은 알코올이란 놈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주를 먹으면 소모되지 않고 대부분 지방으로 저장되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눈이 휘둥그레진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무조건 뚱뚱해지는 건 아니라니...
앞서 말했다시피 술은 우리 몸에 들어가자마자 소모된다. 그 대신 술을 마시면 기름진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이때 보통 과일안주보다는 치킨이나 삼겹살과 같은 고기가 더 먹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술을 마시는 동안 함께 먹는 안주는 고스란히 ‘잉여 열량’이 돼 지방으로 몸에 쌓이는데, 바로 이때!!!!!!!!! 어디로 가서 쌓일 것인가는 나이, 성별, 호르몬 등에 의해 결정된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피하지방을 두텁게 하는 경향이 강해 팔, 허벅지, 엉덩이, 배 부위가 먼저 찐다. 반면 남성의 경우 다른 곳보다는 주로 ‘배’에 집중된다.
이쯤에서 똑똑한 독자들은 내게 질문을 던질 것이다. 간혹 안주를 안 먹고 술만 마시면 다이어트에 괜찮지 않나요? 라고. 많은 사람들이 술은 비타민이나 단백질을 포함하지 않거나 혹은 적게 포함하고 있어서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낮은, 이른바 공갈 칼로리(Empty Calorie)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술만 마시면 살이 찌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큰 오산이다! 술 자체가 함유하고 있는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에너지 과잉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 술이란 놈은 다이어트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술은 억울하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세상의 뭐가 됐든 정도가 지나치면 좋지 않은 법! 그러니 억울할 것까지야.. 더구나 나야말로 적당량의 술은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진정한(?) 애주가다. 필자는 술이 무조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 자, 그럼 지금부터 술의 이로운 점에 대해서도 알려주겠다.
술은 적당히만 마시면 우리 몸에 좋다(대다수 사람들이 그 적당량을 지키지 못하는 게 문제지만!). 여기서 ‘적당히’란 맥주 한 잔, 소주 두 잔, 와인 두 잔, 양주는 1.5잔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렇게만 마시면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을 낮춰주어 평균 수명을 늘릴 뿐 아니라 혈액응고 방지와 동시에 혈류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또한 식사 전의 ‘적당한’ 음주는 각종 소화액분비를 촉진하여 위장의 소화능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레드와인은 더 억울하다?
올해 ‘술’과 관련한 최고 뉴스는 레드와인에 관한 게 아닐까 싶다. 그건 바로 레드와인과 비만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다.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팀은 레드와인에는 비만을 억제하는 성분인 ‘피세아타놀(piceatannol)’가 들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피세아타이라는 성분이 미성숙한 지방 세포가 자라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레드와인이 비만을 막아준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셈! 레드와인과 포도 및 기타 다른 과일 속에 든 단일 성분이 지방세포가 커져가게 하는 세포 과정을 차단할 수 있어 이를 이용 향후 비만을 조절 가능한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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