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심리학]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리더가 되려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져? 상관·인과관계 착각하면 조직의 흐름 읽을 수 없어
기사입력 2013.07.12 13: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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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판단, 더 나아가 모든 종류의 생각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심리학자들이 조심스러워하고 경계하는 것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인 양 착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착각 탓에 최고경영자(CEO)들은 자신의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일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상관(相關)이란 서로 관련이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인과(因果)는 그 관계가 단순한 관련이 아니라 한쪽이 원인이고 다른 쪽은 결과인 보다 구체적인 작용의 원리를 알 수 있는 관계다.

따라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는 것은 단순히 관련돼 있는 두 대상을 어느 하나가 원인이고 다른 것은 결과인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키스의 횟수와 임신의 빈도에는 분명한 상관이 있다. 하지만 키스를 임신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여성의 연령은 출산한 아이의 수와 당연히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성의 연령이 임신의 원인은 당연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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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의 상식 자체가 관찰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우리 실생활에서 나타난다. 인과관계의 파악이 쉽지 않은 경우에 이런 일이 자주 목격된다.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광고는 정말 매출액을 증가시킬까.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일단 상관은 대부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 이상으로 높다. 하지만 인과관계는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즉 광고에 많은 돈을 쓰더라도 매출액이 증가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조금 더 일상생활의 예로 들어가보자. 어린이의 TV 폭력물 시청과 그 아이들의 공격적 행동 사이에는 분명 높은 상관이 있다. 하지만 인과관계에 대한 찬반양론 역시 지금까지 뜨겁기만 하다. 상관은 있는데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런 경우에는 지금까지 고려되거나 신경 쓰지 않았던 제3의 요인이 대부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것이다.

전자의 예에서는 회사의 적극적 전략 혹은 공격적 마케팅 의도의 정도이고, 후자의 예에서는 부모의 양육 태도이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던 광고의 양이나 매출액 또는 TV 폭력물의 시청이나 폭력적 행동 등은 서로와 상관돼 있을 뿐 모두 결과들인 것이다. 모두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를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결과들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우리의 기대, 가정, 사전 지식, 혹은 경험 등이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거나, 역으로 실제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범죄를 잘 저지른다` `○○ 지역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한다` `여자 혹은 남자는 더 XX할 것이다` 등 우리는 인과관계가 검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실제 검증 자체도 불가능한 명제들을 마치 대단한 지식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지식 아닌 지식에 기초해 `가난, ○○지역 사람` 혹은 `성별`과 같은 정보가 주어지면 마치 그것이 원인으로 작용해 내가 예상한 결과들이 일어날 것처럼 기대를 한다. 그러고는 그 결과가 일어나지 않으면 특이한 예외로 그냥 지나치고 기억에 담아두지 않지만 실제로 그 결과가 일어나면 "그것 봐, 내가 맞았잖아"라는 자기충족적 예언을 계속한다.


이런 일이 반복됨에 따라 나오는 결과는 수많은 고정관념이나 편견들뿐이다. 그러나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그 행동과 현상들 사이에는 이런 식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를 판단한다는 것은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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