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 경매 13년來 최다…하우스푸어 무너진다
기사입력 2013.07.18 17:40:14 | 최종수정 2013.07.18 20:02:25
보내기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자영업자 김 모씨(47)는 최근 갖고 있던 경기도 일산 소재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면서 밤잠을 못 이룬다. 2007년 당시로선 싼값인 3억5000만원에 전용 84㎡형을 샀다. 1억5000만원이나 빚을 졌지만 집값만 오르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아파트값은 계속해서 떨어지기만 했다. 원금 없이 이자만 갚을 때에는 월 60만원 정도라 그나마 지낼 만했다. 하지만 3년 후 원금 분할상환까지 시작되자 한 달에 170만원 가까운 원리금을 갚아야 해 허리가 휘었다.

시세보다 10~20% 싼값에라도 팔려고 집을 내놨지만 중개업소에선 수개월째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연체가 시작돼 연 14% 고금리가 붙자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마침내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가 하반기엔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4ㆍ1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이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빚을 갚다 도저히 버거워 할 수 없이 집을 포기하는 하우스푸어가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18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매 시장에 나온 수도권 아파트 물건은 1만7653건으로 2000년 상반기 1만8005건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발 가계 파산`이 가장 심각해졌다는 뜻이다.

경매에 내몰리는 사람 숫자를 놓고 보면 2003년 카드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현 상황이 훨씬 더 안 좋다. A27면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경매를 신청한 아파트도 올해 8688건으로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ㆍ10 대책과 올해 4ㆍ1 대책으로 시장이 반짝 살아나는 것 같았지만 주택 가격은 다시 대책 시행 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실제 시장의 척도인 서울 재건축 아파트 3.3㎡당 매매가도 지난달 3015만원에서 2965만원으로 2개월 만에 3000만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에 취득세 감면 혜택도 지난달 말로 종료돼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전망이 팽배하면서 거래는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경매물건 증가로 금융회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3월 0.96%, 4월 0.99%, 5월 1.04% 등으로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절벽 상황에서 연체율이 높아지면 은행은 경매를 통해서라도 대출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염려스러운 대목은 경매물건 급증으로 낮은 가격에 낙찰되면 은행과 하우스푸어 대출고객이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아파트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지난해 74.2%에서 올해 상반기 77.4%로 소폭 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보려는 전문 `꾼`들이 몰려든 덕분이어서 반짝 상승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취득세 혜택이 끝나면서 경매시장도 썰렁해져 하반기 낙찰가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부동산시장과 주택거래를 되살리는 길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정부는 우선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 위해 취득세 영구 인하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한 결론부터 서둘러 내야 한다"며 "계속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경매시장 등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우제윤 기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