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프리즘과 구글글래스로 들여다보는 세상, 빅 브러더 사회는 이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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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집단 어나니머스가 NSA의 국민 감시를 비판하며 공개한 그래픽.



미국의 한 정보원이 미국 정부의 비리를 폭로한 뒤 쫓기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스노든. 30세.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원(NSA)에서 일했던 요원. 연봉이 2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억 원이 넘는데 편한 길을 마다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험한 길을 택했습니다. 스노든은 NSA가 외국 주요 인사들의 e메일 등을 광범위하게 감청하는 ‘프리즘(PRISM)’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또 있습니다. NSA가 2001년 9·11 테러 직후부터 ‘스텔라 윈드(Stellar Wind)’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인의 e메일과 인터넷 메타데이터를 감청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 때 시작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도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리즘과 스텔라 윈드. 한마디로 미국 정보기관이 자국인과 외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NSA는 비밀리에 유타 주 사막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서버가 5000대, 4테라(TB) 하드디스크가 12억5000만 개…. 상상을 초월합니다. 구글이나 애플이 운영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뒤지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전 세계 e메일, 문자 메시지, 소셜 네트워크 콘텐츠 등을 분석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 법과 미국인의 권리를 지키겠다”고 했다는데 외국법과 외국인 권리 얘기는 없습니다.

미국 정보기관은 오래전부터 소셜 분석을 통해 세계 동향을 파악했습니다. 2년 전에 나온 기사를 보면 CIA는 버지니아 주에 있는 건물 하나를 빌려 하루 500만 개의 트윗을 분석했습니다. 지금은 훨씬 많겠죠. 여기에 현지 정보원들이 취재한 정보를 결합하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 후 반응도 이렇게 분석했고 아랍권에 재스민 혁명이 확산될 조짐도 정확히 감지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개인별로도 분석할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각국의 요인과 테러리스트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분석하겠죠. 여기에 구글글래스 기술을 접목하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 정보원은 길에서 마주친 사람을 안경 너머로 쳐다보기만 해도 누구인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테러리스트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죠.

프리즘에 연루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은 9개나 됩니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야후·유튜브 등등. 우리나라에서도 G메일·유튜브·아이폰 등을 많이 사용합니다. 게다가 대부분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을 ‘위치 공개+로그인’ 상태에서 사용하죠. 그렇다면 미국 정보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광파리가 어떤 인간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미국 공항에서 여권을 보여주는 순간 위험 인물 여부도 알 수 있을 겁니다.

미국 정보기관만 이렇게 하고 있을까요. 기술만 놓고 보면 어느 나라 정보기관이든 비슷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감시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든 국제적으로든 아무런 합의가 안 됐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이 ‘테러리스트 색출’이란 명목으로 외국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데도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한심합니다. 전 국가정보원장이 선거에 개입했다고 하고 현 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정체불명의 우익 성향 해커들이 판치고 우익 성향 인터넷 사이트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가 간 정보 전쟁이 한창인데 우리 정보기관은 정치에 너무 깊이 빠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보기관이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고 국익만을 위해 뛰게 하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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