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본 성형외과醫 강남대신 충북 청주를 택했다
통화량·카드대금 데이터로 상권 비교
경매컨설팅선 아파트 조망권까지 분석
기사입력 2013.07.31 17:04:24 | 최종수정 2013.07.31 19: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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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맥, 빅데이터 / 제2부, 빅데이터 빅뱅 ⑤ 부동산업계◆

부동산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권 분석 서비스 `지오비전`을 개발한 SK텔레콤 솔루션사업본부 직원들이 유망 상권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재훈 기자>

#1. 서울 역삼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했던 박순철 씨(53)는 지난해 도시락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위치도 가산디지털단지로 옮겼다. 역삼동에 편의점을 비롯한 미니 슈퍼가 많이 생겨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편의점 오픈 초기 500만원에 달했던 월순수익은 300만원대로 떨어졌다. 박씨는 고심 끝에 부동산 컨설팅을 받았다. 유동인구, 경쟁 정도, 예상 매출 등 데이터를 보면서 많은 기업이 입주해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직장인을 상대로 포장 도시락을 판매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박씨는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월수익이 700만원을 넘었다"고 귀띔했다.

#2. 성형외과 전문의 이종욱 씨(36)는 최근 충북 청주시에 있는 부동산을 매입했다. 내년에 이곳에서 개업할 계획이다. 주변에선 만류했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이나 성남 분당 서현동에서 개업하는 게 업계에선 상식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철저히 `데이터`에 근거해 결단을 내렸다.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 업체에 의뢰한 결과 올 2분기 청주시 성안동에 위치한 성형외과 매출이 전년 대비 340%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통적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 일대는 매출 감소세가 뚜렷했다. 이씨는 "데이터 기반 상권 분석은 유망 지역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빅데이터가 부동산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동산은 생활형 거주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오프라인 영역, 나아가 국가가 정책적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도시ㆍ국토 개념을 아우른다.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데이터 분석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수요가 어느 영역보다 높다. 미국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발표한 `빅데이터의 산업 가치 창출 기여 잠재력`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은 총 18개 산업 가운데 금융, 정보, 무역 부문에 이어 네 번째로 빅데이터 활용 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부동산 데이터의 양과 질이 개선되면서 타기팅 서비스 시대도 열리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업계에서는 부동산 빅데이터 서비스 진화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1년 `지오비전(GeoVision)`을 선보였다. 부동산 시세, 위치, 간단한 주변 정보에 국한된 기존 서비스에서 벗어나 다각도로 정밀하게 상권 분석을 할 수 있다. 예컨대 피아노학원을 차리고 싶을 경우 전국 유사 학원 밀집 현황, 예상 매출, 유망 지역, 상권 비교 데이터 등을 통해 보다 안전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현대카드, 한국생산성본부 등 주요 업체ㆍ기관과 손잡고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통신ㆍ카드ㆍ부동산 데이터베이스가 한곳에 모인 셈이다. 통신사 기지국 통화량 정보를 토대로 상주ㆍ유동ㆍ주거 인구를 파악하고, 카드 결제 데이터를 통해 지역ㆍ기간별 매출을 분석한다. 이렇게 모인 정보는 부동산 거래 데이터, 인구통계와 지하철 승ㆍ하차 인원 등 데이터와 결합돼 맞춤형 서비스로 재탄생한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많은 창업자와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페인트 업체는 노후 건물을 공략하기 위해 30년 이상 된 아파트 정보를 토대로 내년도 페인트 사업 전략을 짰다. 일본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에서는 지오비전을 벤치마킹 사례로 꼽기도 했다.

특화한 부동산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114는 조망권과 아파트 시세 간 상관관계를 시계열 데이터로 분석해 부동산 투자ㆍ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 경매 전문업체 태인은 매물을 실제 소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초점을 맞춰 유형별 해결 방안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주인이 여럿인 주택의 일부를 경매로 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거주ㆍ소유권 다툼, 구입한 부동산에서 발생한 밀린 관리비 문제 등 시나리오별 정보도 담을 예정이다.

부동산 개발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도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보통 토지 위에 건물을 짓거나 빌딩을 리모델링하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5년 전 배우 류시원이 50억원에 구입한 서울 대치동 소재 빌딩은 현재 110억원을 호가한다.
구입 당시 19억원을 들여 건물을 신축했는데 40억원 넘게 프리미엄 효과를 누린 셈이다. 이 같은 성공 사례는 부동산 매매 시점, 위치, 주변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범위 등 유의미한 데이터로 나눠 분석해 향후 투자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함유근 건국대 교수(경영학)는 "연령, 소득, 소비 패턴 등과 같은 정보를 부동산 빅데이터와 접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수요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매경·서울대 빅데이터센터 공동기획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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