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을 떠나냐구요? 中 가보면 압니다"

[창간기획; 세계는 일자리 전쟁중…]<2부 1-1>중국이 제조업 블랙홀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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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안의 관광명소인 진시황릉 병마용갱 입장권 뒷면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축하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사진=서명훈 기자.
#1. “삼성전자 (1,313,000원 상승12000 -0.9%)가 시안(西安) 하이테크(가오신, 高新) 산업개발지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실크로드의 출발지인 중국 시안(西安)에 위치한 '진시황릉 병마용갱(秦始皇陵兵馬俑坑)' 입장권 뒷면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삼성전자가 시안에 70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최첨단 10나노급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짓기로 한데 대한 일종의 감사의 표시다.

1974년에 발견된 병마용갱은 세계 8대 경이 가운데 하나로 하루 방문객만 3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매년 전세계에서 몰려든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광고를 하고 있는 셈. 중국이 투자기업들을 얼마나 우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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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신산업개발구 빌딩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까지 약 10km에 이르는 도로에 있는 모든 가로등에는 '삼성과 손을 잡고 함께 윈윈하자'는 의미를 담은 깃발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사진=서명훈 기자.

“휴수삼성 합작공영(携手三星 合作共영, 삼성과 손을 잡고 함께 윈윈하자)”.

가오신산업개발구 빌딩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까지 약 10km에 이르는 도로에 있는 모든 가로등에는 이 깃발이 꽂혀 있다. 또 공사장 가림막 곳곳에는 삼성 로고와 함께 '삼성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 산시성 투자환경의 모범사례를 만들자(加快三星項目建設速度, 打造陝西投資環境典範)'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삼성전자 현지법인 관계자는 “시안이 중국 서부대개발 계획의 중심도시이고 최첨단 산업을 유치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반도체 공장을 모범사례로 만들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2. “투자 계약을 맺은 지 약7개월 만에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제품을 생산했고요.”

2004년,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에 진출한 SK하이닉스 얘기다. 중국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앞선다.

SK하이닉스는 2004년 8월, 우시 신구(新區)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4월 공사를 시작했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불과 7개월 만에 마무리한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에서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파주 LG디스플레이 단지도 인허가에 1년이 걸렸다.

다시 1년 후인 2006년 5월, SK하이닉스는 8인치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3개월 후인 8월에는 12인치 제품도 양산에 들어갔다.

이같은 속전속결이 가능했던 것은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당시 투자유치를 담당했던 쉬안잉쯔(玄英子) 우시시 부국장은 “하루에 2시간 정도 밖에 못 자고 일에 매달렸다”며 “우리 지역에 중국 첫 번째 반도체 회사가 있었고 SK하이닉스를 유치해서 반도체 본고장 명성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신구 내에는 SK하이닉스를 전담해서 지원하는'8·12소조(일종의 TFT)가 신설됐다. 당시 8인치와 12인치 제품을 생산하는 반도체 회사를 유치하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 지금도 8·12소조에는 10여 명의 직원이 배치돼 SK하이닉스를 지원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A사 사장은 "U턴요? 시장도 더 작고 땅값, 인건비, 세금 모든 게 한국이 더 비싼데 어떻게 돌아갑니까?"라고 반문했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U턴 정책이 자칫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 기업이 한국을 떠나고, 이미 나간 기업이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은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기업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 투자하도록 중국 같은 인센티브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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