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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쟁이' 인기 강사 김수영씨

중앙일보

인도 전통 의상 사리를 입은 김수영씨. 인도 영화 출연을 꿈꿔 온 그는 지난해 비록 단역이지만 ‘발리우드’ 진출에 성공했다. 조만간 새 책도 낼 계획이다. [오종택 기자]

작가, 배우, 요가강사, 블로거, 기업인…. 김수영(32)씨를 소개하는 말은 한두 개가 아니다. ‘대한민국 꿈 멘토’도 그 중 하나다.

그의 강연은 언제나 인기다. 지난해 6월 이후 200여 차례 강연에서 10만여 명을 만났다.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그의 말에 사람들은 잊었던 꿈을 다시 꺼낸다.

그는 중학교를 중퇴한 가출 소녀였다. 집은 가난했다. 폭주족과 어울렸고, 싸움에 휘말려 칼을 맞기도 했다. 그러다 ‘아직 우린 젊기에, 미래가 있기에’라는 서태지의 노래 ‘컴백홈’을 듣고 ‘나도 열심히 살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갔다. 검정고시로 친구들보다 1년 늦게 여수정보과학고에 입학했다. 99년 학교에서 진행된 ‘도전 골든벨’ 방송 프로그램에서 골든벨을 울렸고 2000년 연세대에 합격했다. 졸업 후 골드만삭스에 입사했지만 8개월 만에 암세포가 발견돼 회사를 그만뒀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내려갔다. 73개의 리스트. 2005년 무작정 영국으로 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런던대에서 석사를 마쳤다. 2007년 로열더치쉘에 입사해 연 800만 달러의 매출을 책임지는 카테고리 매니저로 일했다. 2010년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를 냈다. 30만 부가 팔렸다. ‘사람들에게 영감 주기.’ 73개 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 사이 암은 완치됐다. 2011년 6월부터 1년 동안 휴가를 내고 유럽·아시아 여행길에 올랐다. 지구 반 바퀴를 돌며 365명의 꿈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냈다. 회사를 그만두고 ‘드림 파노라마’라는 회사를 만들어 꿈과 관련된 각종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 2월엔 꿈 이루기를 돕는 스마트폰 앱 ‘버키 노트’도 출시했다.

“쉘도 좋은 회사지만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오는 9월 다시 지구의 나머지 반 바퀴를 돌기 위해 떠난다. 이번엔 335명을 만나 꿈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터뷰한 이들까지 하면 700명이 된다. 70억 지구의 0.0000001%다. 그는 “나름의 인류학적 보고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 실패할까봐 두렵지 않나.

“바닥을 쳐보면 두렵지 않게 돼요. 실패를 해보면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되죠. 사람들은 겪어보지 않은 것을 더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면서 시도조차 않는 거죠.”

- 뭐든 적당한 때가 있다. 너무 늦었다면 어떻게 하나.

“늦은 때는 없어요. 지난해 만난 74세 일본 할머니는 66세에 사진을 배워 작가가 됐대요. 나이가 들수록 더 하고 싶은 걸 해봐야죠.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적으니까요.”

- 그 많은 열정은 어디서 오는지.

“꿈과 사랑은 비슷한 점이 많아요. 사랑하는 이를 위해선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어려운 일도 즐거움이 돼요.”

- 많은 젊은이들이 힘들어한다. 취업난, 비정규직 문제 등.

“꿈을 이루느라 바쁘게 살다보면 환경을 불평할 틈이 없어요. 저도 예전엔 불평 많은 아이였죠. 하지만 꿈을 갖기 시작한 이후부턴 세계가 모두 내 꿈을 위한 무대처럼 느껴지더군요.”

김씨는 어린 시절 주변에는 처지를 비관하는 사람들뿐이었다고 한다. “왜 내 주변엔 모두 불행한 사람들뿐일까”라는 생각도 했다.

“두 사람이 달리다가 넘어졌어요. 한 사람은 가야할 결승점이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죠. 목표가 있으면 무릎이 깨져도 벌떡 일어나서 다시 달리죠. 하지만 어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주저앉아 아프다고 울 뿐이에요. 꿈이 있으면 환경을 탓하기보다 환경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게 됩니다.”

- 꿈을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은.

“우선 자신의 꿈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보세요. 사람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전 우주가 움직여서라도 그 꿈이 이루어져요. 제가 좋아하는 인도 영화 ‘옴샨티옴’의 대사에요. 제가 발리우드 영화배우가 되겠다고 꿈꾸게 된 이유였죠. 황당한 꿈이었지만 이뤄졌어요. 지난해 인도 영화 ‘잡탁해잔’에 안내원으로 출연했답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박혜민.오종택 기자 acirfa@joongang.co.kr

▶박혜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acir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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