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좋은 직장 1위’ 구글 본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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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당구 즐기며 일하지만 평가는 엄격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어 편한 시간대 일하면 돼

입사는 ‘하늘의 별따기’ 4∼6번 면접 거쳐야 해

자율성 부여하는 만큼 성과 달성 철저히 따져

넓은 잔디밭과 각종 조형물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보이고, 한쪽의 비치발리볼 코트에서는 남녀가 짝을 이뤄 운동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단의 마운틴뷰, 소위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곳에 자리 잡은 ‘구글 캠퍼스’(본사)의 야외 풍경이다.

구글은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창의와 혁신을 갖춘 기업으로도 손꼽힌다.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핵심 요소인 창의와 혁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14일(현지시간) 구글 캠퍼스를 찾았다.

◆모두가 일하고 싶어하는 기업

구글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건물 내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0여개 건물로 이뤄진 캠퍼스에 카페만 20여곳. ‘구글러’(구글 직원)들은 이곳에서 공짜로 음식과 차를 즐기고 담소를 나누거나 일을 한다. 또 곳곳에 설치된 당구장이나 러닝머신, 게임기 등을 이용하거나 수면용 의자에 앉아 낮잠도 즐긴다. 세탁 서비스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구글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국 출신 엔지니어인 최성철씨는 “많은 사람들이 오전 9시에서 10시에 출근하지만 따로 정해진 출퇴근 시간은 없다”고 했다. 오후 4∼5시에 퇴근을 하기도 하고 밤에 일이 잘되는 사람은 밤에 일한다.

구글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위에 올랐다. 그렇다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구글은 올해 1분기 매출이 139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나 늘었고 순이익은 33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세계일보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본사) 내에 마련된 직원용 식당인 ‘찰리스 카페’의 모습. 직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매월 한 차례 직원과 임원 간 대화의 장인 ‘타운홀미팅’이 열리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경쟁…성과로 말한다

구글의 자율성 뒤에는 철저한 인사관리가 뒷받침되고 있었다. 구글은 한 사람을 뽑기 위해 4∼6번의 면접을 본다. 한때는 10번 이상의 면접을 보기도 했다.

구글러가 되려면 누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상황을 장악할 수 있는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 동시에 자신이 주도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느낄 땐 물러나 동료를 도울 줄도 알아야 한다.

구글의 글로벌 사업 부서를 위한 직원 채용을 담당하는 매트 워비 이사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담당 업무에 대한 수행능력을 가장 우선시하지만 우리는 이 능력을 가장 마지막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정보기술(IT) 환경에서 어느 한 가지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이렇게 뽑은 최고의 인재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믿고, 구글러들은 결과에 책임을 진다. 구글러는 정해진 기한 내에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완성해야 하고, 연말에는 직장 상사는 물론 동료에게도 설문형 평가를 받는다. 구글에서 다른 동료의 성과에 편승하기는 불가능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구글러들의 여유로움 뒤에는 치열한 경쟁이 숨겨져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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