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누구를 위한 멘토인가

기사입력 2013-04-15 03:00:00 기사수정 201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멘토를 갈구하는 시대다. 책과 강연 등으로 이름이 알려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책을 사고 강연을 들으며 멘티를 자처한다. 언론의 호들갑스러운 ‘중계’까지 곁들어지면 어느새 그의 이름 앞에는 ‘○○ 멘토’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하지만 대중이 만들어 낸 멘토이다 보니 한순간에 추락하기도 한다. 논문을 표절했다고,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외면당한다.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멘토-멘티가 아니라 사실상 스타-팬의 관계였으니 애초부터 그럴 개연성이 컸다. 그렇다고 멘티의 변심을 원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스스로를 위해 거액의 인세와 강연료를 챙긴 건 멘티들의 덕분이었으니까.

8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는 프로배구 삼성화재 선수단과 이 팀 연고지인 대전의 유성초교 석교초교 배구부원들이 만났다. 삼성스포츠단이 올해부터 시작한 ‘드림캠프’의 하나였다. 어린 선수들은 TV나 관중석에서 보던 스타와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같은 포지션의 멘토에게 배구를 배웠고, 팀을 짜 경기를 했다.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체력 측정과 운동 처방도 받았다. 우상을 만났으니 얼마나 묻고 싶은 것도 많았을까. 멘토와 멘티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저자-독자, 연사-청중의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선생님과 제자, 삼촌과 조카 사이 같은 모습이었다.

멘티는 말할 것도 없고 멘토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 듯했다. 이 팀 주장 고희진은 “어릴 때 친구들과 TV로 경기를 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화면 속 스타들을 보며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나중에 그 스타들이 말을 건넸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드림캠프에서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누군가 나를 통해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이런 종류의 이벤트는 있었다. 특히 프로 종목 구단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여러 행사를 마련해 왔다. 대부분 단발성이었다는 게 아쉬웠다. 드림캠프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정착을 지향하겠다고 했다. 삼성스포츠단 산하 12개 팀이 돌아가며 매달 유소년 선수들을 만나 꿈을 선물할 계획이다. 각 종목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멘토로 나선다. 12개 팀에는 레슬링과 럭비 등 비인기 종목도 포함돼 있다. 선수층이 얇은 종목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 등을 멘티로 삼아 멘토를 연결해 줄 예정이다.

수십만, 수백만 추종자를 거느린 멘토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멘토의 기준이 어디 멘티의 수로 정해질 수 있는 것이랴. 어린 선수들을 위해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멘토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건 스포츠 스타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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