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사무실을 구름 위로 올렸다…MS 뉴 오피스 써보니

  • 노자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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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2.17 04:00

    마이크로소프트(MS) ‘뉴 오피스’의 등장은 직장인들에겐 큰 축복이자 짐이다. 언제 어디서든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데이터를 열람·편집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혁신적이나, 퇴근 후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MS '뉴 오피스'
    구름(클라우드) 위에 떠다니는 사무실(오피스)가 기존에 없었던 건 아니다. 구글 드라이브가 MS의 오피스를 클라우드로 옮겨와 데이터의 온라인 저장 및 편집을 가능케 했다. 그럼에도 구글의 프리젠테이션은 MS 파워포인트보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MS 엑셀보다 기능 면에서 한참 뒤처져 아쉬움을 샀던 게 사실.

    뉴 오피스는 한마디로 ‘기능이 대폭 강화된 구글 드라이브’라고 정의할 수 있다. 혹자는 애초에 MS 오피스와 구글 드라이브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MS에서도 구글 독스, 스프레드시트와의 비교를 거부했다. “오피스의 우수성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말에서 MS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 떠다니는 사무실…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서 동시 작업 가능

    15일, 세 개의 기기(노트북, 스마트폰, 아이패드)를 통해 뉴 오피스를 사용해봤다.

    가장 편리한 점 중 하나는 오피스 프로그램을 노트북에 한번 설치하면 다른 기기에서 같은 계정(핫메일이나 아웃룩)을 통해 브라우저로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의 경우 브라우저 상에서 로그인만 하면 별도의 설치 작업 없이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다.

    태블릿PC, 노트북, 스마트폰(왼쪽부터)을 통해 엑셀을 사용해봤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같은 문서를 서로 다른 세개의 기기에서 열람, 편집하고 있다. /노자운 기자
    다만 기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오피스 기능에는 수준의 차이가 있다. 가령, 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엑셀 기능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도 똑같이 사용할 수는 없다. 모바일 기기로 정밀한 작업까지 할 수 있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또한 다른 사용자와 문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선 구글 드라이브와 다를 바 없으나, 변경 사항을 매번 저장해줘야 하는 점은 작업 내용이 실시간으로 자동 저장되는 구글과 차이가 있다. 저장 버튼을 꼭 눌러줘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구글 드라이브의 단점인 ‘불안정성’에 아쉬웠던 사람이라면 만족할만 하겠다.

    뉴 오피스 ‘홈 프리미엄’을 구매할 경우, 하나의 계정으로 총 5대의 컴퓨터 혹은 일부 휴대기기(윈도우 7.5 이상 지원)에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

    정품 오피스 프로그램 한개를 5대의 기기에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5명에게 복제’ 가능하다는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오산이다. 모든 기기에서 하나의 계정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중 사용자 간에 원치 않는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보다는 하드에 저장하길 선호한다면, ‘프로그램 복제’라 봐도 무방하겠다.

    ◆ 사용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구성과 기능…터치 이점 살리려면 윈도우8 있어야

    뉴 오피스가 기존 제품과 비교해 도드라지게 달라진 점은 사용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쉬운 구성과 시원시원한 레이아웃이다.

    “숨어있던 기능들이 밖으로 많이 나왔다”는 MS 관계자의 말처럼, 불필요한 메뉴는 안으로 숨었고 사용자가 많이 쓰는 기능들은 눈에 쉽게 띄도록 밖으로 나왔다. 마우스의 오른쪽 버튼이나 외우기 힘든 단축키를 눌러야만 이용 가능했던 기능이 사용자의 작업 경로에 따라 매순간 돌출된다.

    파워포인트의 '스마트아트' 기능. 180여개의 다양한 그래픽이 마련돼있어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다. /노자운 기자
    예를 들어 엑셀을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래프를 만들 경우, 어떤 그래프가 적합할 지 추천해주고 그래프의 구성과 내용, 디자인, 색상을 바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온라인 상의 사진이나 그림을 바로 검색해 삽입하거나 컴퓨터 화면을 캡처해서 넣을 수도 있다.

    파워포인트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마우스 포인터를 졸졸 따라다니듯, 어떤 것을 클릭해도 사용자를 그 상황에서 가장 필요할 법한 작업으로 바로 유도한다. 화면 전환이나 애니메이션 메뉴 같이 사용 빈도가 높은 메뉴는 전면에 배치됐다. 180여개의 ‘스마트 아트’도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 지 정확하게 파악한 세심한 선물이다. 여러 개의 박스와 화살표는 물론 피라미드, 벤다이어그램 등 웬만한 그래픽이 마련돼있다.
    윈도우 8에 최적화된 뉴 오피스의 터치 기능. 터치 모드에서는 손가락으로 작업하기 좋도록 화면 구성이 널찍하게 변한다. /한국MS 제공
    아쉬웠던 점은 뉴 오피스의 자랑거리인 터치·펜 기능을 제대로 체험해보지 못한 것. 뉴 오피스의 터치 기능은 윈도우 8에 최적화돼있다. 윈도우 8이 설치된 기기에서 터치 모드를 설정하면, 손가락으로 작업하기 좋도록 화면 구성이 더 시원시원하고 널찍하게 변한다. 윈도우 8과 뉴 오피스를 함께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돋보인다.

    ◆ 여심 잡는 아기자기한 원노트는 ‘덤’

    이번 뉴 오피스에는 MS의 야심작 ‘원노트’가 포함돼있다. 얼핏 보기엔 단순한 문서같지만 아기자기한 기능들이 많다. 오디오나 비디오를 즉석에서 촬영, 문서에 삽입할 수 있으며 스크린샷이나 온라인 이미지를 넣을 수 있다. 다양한 색상의 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나, 이 역시 터치나 펜 사용이 자유로운 환경에서나 빛을 발한다는 제약이 있다.

    '원노트' 화면. 캡처 기능을 이용해 조선비즈 웹사이트의 기사를 넣고 온라인 이미지를 검색, 자동차 사진을 삽입했다. /노자운 기자
    원노트 또한 다른 오피스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공유를 기반으로 한다. MS 관계자는 ‘친구와 함께 비밀 일기장을 썼던 추억’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만큼 원노트는 일상적인 얘기를 기록하길 좋아하는 여성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오피스의 선물이다.

    MS 뉴 오피스는 기존 오피스의 높은 완성도와 구글 드라이브가 가지는 이동성을 두루 갖춘, 한차원 똑똑해진 클라우드 위의 사무실이다. 기능이 다양해졌지만 사용은 오히려 단순해져 만족도가 꽤 높을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가격대는 고려해야 할 점. 5대의 기기에 설치할 수 있는 홈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연간 11만9000원을 지불해야 하며, 2대의 기기에 설치할 수 있는 유니버시티(대학생용) 제품은 4년 동안 9만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오피스 2010을 16만9000원에 영구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큰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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