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놀기 위해서 일합니다"

[CEO꿈땀]이장우 이메이션코리아 대표

하버드 대학 명예교수인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늦깎이 수학자다.

그는 시골 장사꾼의 15남매 중 일곱 번째 아들로 태어나 대학입시 일주일 전까지 거름통을 들어야만 했다. 대학 3학년 때 뒤늦게 수학의 길을 선택,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대수학자 반열에 오른 그는 자신의 저서 '학문의 즐거움'에서 '사는 것이 배우는 것이며 배움에는 기쁨이 있다'고 소회했다.

배우고 가르치는데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장우(49) 이메이션코리아 대표의 서글서글한 미소에도 '배움의 기쁨'이 진하게 배어있었다.

# 어려움이 스스로를 강하게 만든다

외국기업을 10년째 진두지휘하고 있는 '장수CEO', 경영학 박사이자 공연예술학 박사로 강단에 서는 교수, 회당 300만원에 육박하는 강연비를 받는 인기 마케팅 강사, '당신도 경영자가 될 수 있다' 등 자기계발서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

지금은 화려한 수식어들을 앞에 단 이 대표지만 학창시절엔 등록금이 없어 무조건 장학금을 받아야만 했던 가난한 고학생이었다.

"군대 갔다 와서 매일 3~4시간씩만 자면서 공부했어요. 어릴 땐 공부를 못 했었는데 오히려 철들고 '진짜 공부'를 한 셈이죠."

이 대표는 현실이 어려울수록 더 긍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가 어린 시절 연탄 살 돈도 없어 냉방에서 추위에 덜덜 떨며 살 정도로 가난했다고 말하면 다들 깜짝 놀라요. 그때나 지금이나 성격이 워낙 밝으니까요. 주변에선 어려운 환경에서 어쩜 그렇게 억척스럽게 살수 있었냐고 들 하는데 그렇게 안 했으면 저만 손해 아닌가요?(웃음) 저는 이게 천성인 것같아요."

그의 '긍정적인 천성'은 97년 이메이션코리아가 자본잠식이라는 침몰 직전 위기에 처했을 때도 빛을 발했다.

"이메이션은 96년 3M에서 디스켓, CD롬 등의 데이터 저장 장치 부분을 떼어 내 독립한 회사예요. 제가 초대 CEO로 부임했는데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외환위기를 맞았죠. 자본금 날아가는 거, 하루아침이더군요."

이 대표는 사태를 수습하는 데 시간을 끌지 않았다. 곧바로 미국 본사로부터 100만 달러를 들여온 후 비용은 줄이고, 가격은 올리는 '정공법'으로 개혁을 단행했다.

"그때 '진짜 경영'을 배운 것 같아요. 당시 삼성 LG랑 경쟁을 했는데 겁이 나기보다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두 회사가 워낙 잘 알려진 회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었죠."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97년 29억원의 적자를 내던 회사는 2년 만에 15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매출 231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 사장님은 '독서광'

이 대표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다고 한다. "호기심이 넘쳐서 그런 것 같아요. 남들은 '호기심 조로현상'으로 도통 재미있는 일이 없다고 하는데 저는 여행 공연 디자인 등 흥미로운 것들이 자꾸 생겨요. 그러니 남한테 스트레스 풀 일이 없죠. 그게 다 즐거움이니까요."

그중에서도 이 대표가 첫 손에 꼽는 즐거움은 단연 책읽기다. 그는 연간 200여권의 책을 읽을 만큼 소문난 '독서광'이다.

"요즘 외국에선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가 인기랍니다. 경력 관리, 자기계발, 여행 계획 등 삶의 방식을 컨설팅 해주는 사람이죠. 제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는 바로 책이에요. 제 삶의 지향과 자세는 모두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이죠."

그는 직원들에게도 책 읽기를 적극 권장한다. 30명 남짓인 직원 책값으로 1년에 2400여만 원을 지출할 정도다.

"책 한권이 얼마나 합니까. 그 돈 없다고 회사가 망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전문성이 없어지면 회사는 망합니다. 이제 어느 기업이든 지식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왔어요. 책은 그 자체로 지식과 아이디어의 결정체지요."

# 급한 것과 중요한 것을 헷갈리지 마라

사업하랴, 강의하랴, 틈틈이 책 읽고, 책 쓰고, 공연 보고 즐기다보면 하루 24시간으론 부족할 것 같은 이 대표. 정작 본인은 자신의 삶을 '자유롭다'고 표현한다. "무엇을 하든 익숙해지면 속도가 붙기 마련이니까요. 시간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고요.'

그는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무조건 급한 일을 먼저 합니다.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도 많다는 걸 모르는 거죠. 일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면서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최신 PDA폰으로 손수 일정 관리를 한다는 이 대표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당연히 노는 거죠. 저는 놀기 위해서 일 하거든요. 제 일정표의 맨 앞은 휴가, 공연, 등산 일정 등이에요. 그게 보여야 신나서 일도 열심히 하죠. 삶은 끊임없이 배우고 즐길 수 있을 때 윤택해진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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