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눈앞에 온 ‘유비쿼터스 혁명’

골프공에 추적 칩… “분실염려 끝”
레이더 골프공 내달 시판 쇼핑수레 통과로 계산 OK
비올땐 집창문 자동개폐 주인 오면 문여는 차도


[조선일보]
국내 골프공 업체인 팬텀은 요즘 중국
칭다오(靑島) 공장에서 ‘레이더 골프공’을 한창 생산 중이다. 이 공은 무선(無線) 통신 기술을 이용, 반경 600m 이내에서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풀숲 같은 위험 지역에 공이 떨어지더라도 위치 추적기(250달러 안팎)에 공의 방향이 표시돼 쉽게 찾을 수 있다. 골프 애호가들을 분실구 공포에서 해방시켜 주는 셈이다. 팬텀은 레이더 골프공을 미국 레이더 골프사(社)에 전량 납품, 이르면 다음달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인터넷 혁명의 뒤를 잇는 ‘
유비쿼터스(Ubiquitous) 혁명’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실험실 연구 수준에 머물던 유비쿼터스 기술이 이제는 실생활이나 산업 현장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극소형 칩과 무선통신을 결합한 RFID(무선 인식 태그) 기술은 올해가 상용화의 원년(元年)이 될 전망이다.



미국 텍사스주(州) 플레이노시(市)의 회원제 할인점 ‘샘스클럽’은 이달 말까지 RFID를 이용한 재고(在庫) 관리 시스템 구축을 끝낼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바코드 인식기를 들고 다니며 재고 현황을 파악했지만, 앞으로는 창고 입·출구에 설치된 RFID 인식기가 물품이 언제 얼마나 들어오고 나갔는지 실시간으로 집계한다.

샘스클럽을 운영하는 월마트는 우선 거래 규모가 큰 100개 협력업체에 대해 포장 상자에 RFID 칩 부착을 의무화한다. 내년 말까지는 2만개에 달하는 모든 협력업체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RFID 칩을 부착하지 않는 업체는 앞으로 월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HP는 한발 더 나아가 RFID를 이용한 세계 물류 추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공장에서 나온 제품이 어디로 운반되고 있는지, 물류센터에서는 어느 구역에 보관돼 있는지 그림을 보듯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HP 샐린 프라단 이사는 “주문이 들어오면 제품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즉시 제품을 납품할 수 있고, 제품의 위·변조 문제까지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유비쿼터스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아낌없는 투자에 나섰다. 일본 YRP연구소가 나고야에 짓고 있는 지능형 주택인 ‘전뇌(電腦) 하우스’ 건축에 1000억원을 지원한 것이다.

오는 3월 공개 예정인 이 집에서는 인간의 상상이 실생활에서 그대로 실현된다. 비가 오면 창문이 저절로 닫히고,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 에어컨이 자동 작동한다. 소변 상태를 검사해 건강상태도 수시로 알려준다. 집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만들어져, 사람이 필요한 일을 알아서 척척 처리하는 것이다.

운전 습관을 바꿀 만한 RFID 기술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는 RFID 칩 인식 기능을 갖춘 ‘스마트 키’를 장착, 운전자가 자동차에 접근하거나 멀어지면 차문의 자물쇠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타이어에 달린 RFID 칩을 인식, 타이어의 공기 압력을 수시로 확인해 차량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댈러스·팔로알토(미국)=김기홍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arma9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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