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거 이산 "리틀 프리미어리거는 잊어라"

2007년 08월 24일 (금) 09:11 스포탈코리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월드컵의 열기에 빠져 있던 2002년, 우리는 TV 광고 속에서 축구의 본고장 잉글랜드에서 축구공을 차고 있는 한 소년을 만났다. 그 주인공은 '리틀 프리미어리거' 이산(22, 제주). 광고의 내용처럼 그는 어린 나이에 더 큰 세상을 찾아 떠났었다.

이산은 중동중학교 1학년 재학 중 잉글랜드행을 택했다.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1998년 크리스탈 팰리스 U-12, 1999년 풀럼 FC U-13, 2000년 웨스트햄 유스팀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해보고 싶었죠. 당시는 어려서 힘든 줄도 몰랐어요. 그냥 축구가 좋아 재미있게 생활했던 시간이었어요." 이산의 본격적인 프로생활은 2004년 디비젼2 브랜드포드에 입단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부상과 주전 경쟁에 고전하면서 단 한 번도 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절치 부심하던 그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5년 셰필드 유나이티드에게 러브콜을 받은 것. 그는 2005년 7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총 32경기 출장하면서 15득점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노리는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그에게 만족하지 못했다.

"영국에서 계속 공격수로 뛰었죠.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어요. 나쁜 기록은 아니었지만 당시 팀에는 저보다 좋은 선수가 많았습니다." 또 한 번의 좌절을 맛본 이산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제주 유나이티드의 정해성 감독이었다. 그가 뛰는 연습경기를 본 정 감독은 K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결국 그는 오랫동안 정든 잉글랜드 무대를 뒤로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열심히 해서 저의 능력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어요." 2007년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이산은 아직 제주의 2군 선수에 불과하다. 그는 2군리그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K리그 적응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의 2군 생활은 멈춤이 아니라 더 멀리 뛰기 위한 도움닫기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제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제 플레이에 만족하지는 않아요. 갈 길이 멀죠. 하지만 열심히 배우면서 다가올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생각이에요." 23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전남의 2군리그 경기. 이산은 최전방 공격수로 교체 출전해 후반 종료 직전 상대 수비수의 패스를 가로챈 후 멋진 득점을 기록했다.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그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잉글랜드 축구와 한국 축구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요. 골을 넣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팀이 원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열심히 해서 1군 경기에 나가고, 당당한 K리거가 되고 싶어요."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 이산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어린 나이에 잉글랜드에서 실패를 맛본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 번 더 큰 세상 속으로 떠나고 있었다.

"많은 기대 속에 실패를 맛보기도 했지만 실망하지는 않아요. 저는 아직 젊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해서 태극 마크도 달고 당당하게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고 싶어요." 서귀포=이경헌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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